• 최종편집 2024-03-28(목)
 

[교육연합신문=우병철 기자]

 

“권총으로 삶을 마감한 아들

주검을 확인하는

어미의 가슴 속에 구멍 하나 뻥 뚫렸다

휑하니 불어오던

그 겨울의 모진 바람 한 자락

뚫린 가슴을 휘젓는다”

 

위 시는 민족시인으로 알려진 이윤옥 시인이 쓴 시로 읽는 여성독립운동가 20인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에 나오는 시이다.

 

이는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져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한 김상옥 애국지사의 어머니 김점순 여사에 대한 헌시로 이 시집에는 이렇게 여성애국지사들한테 바치는 헌시들이 절절하다.

 

지난해 광복절에 나온 '서간도에 들꽃 피다' 1권은 전국 100여 개 언론사가 앞다투어 보도한 바 있었다.

 

그 열기에 이은 이번 2집은 훈포장 받은 204명의 여성독립운동가 가운데 15명과 5명의 여성 애국지사들을 더해 20명을 다루었다.

 

특히 이번 2권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계에 그 유례가 없는 6형제 독립운동가 가운데 우당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 만주호랑이 일송 김동삼 며느리 이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국무령(대통령) 석주 이상룡의 손자며느리인 허은 여사 같은 쟁쟁한 독립운동가의 아내요 며느리들 이야기가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또 2권에는 김마리아, 김순애, 차미리사, 최용신, 하란사 여사처럼 교육운동에 뛰어들어 무지한 조선인을 깨우치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분, 오희영, 이화림 같이 직접 광복군으로 몸을 바친 분이 있는가 하면 제주의 해녀조합을 이끌면서 착취와 식민지 정책에 맞서 싸우던 부춘화 여사, 기생이면서도 목숨을 걸고 만세운동을 이끈 변매화 등 그간 알려지지 않은 애국지사를 다양하게 다루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남에는 유관순, 북에는 동풍신”이란 제목으로 소개한 동풍신 애국지사처럼 그간 북쪽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알려지지 않은 분들도 다루고 있어 독립운동이 온 나라에서 불길처럼 일어났음을 상기시켜 주고 있다.

 

이제 93돌 삼일절이 눈앞에 다가왔다. 삼일절을 맞아 칼바람 날리던 서간도에서 이름 없이 온몸을 바쳐 나라사랑 정신을 실천하다 숨진 들꽃 같은 여성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본다.

 

런 뜻에서 '서간도에 들꽃 피다'는 우리가 모르는 여성독립운동가의 헌신적인 삶을 들여다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

 

[대담] '서간도에 들꽃 피다' 2권 지은이 이윤옥 시인


이번 2권에서 가장 가슴을 울린 애국지사는 누구였나?

 

“쟁쟁한 독립운동가 뒤에 숨어서 가슴 아픈 뒷바라지를 했던 이은숙, 허은, 이해동 세분이다. 이들에 대한 책이나 자료를 찾아 읽으면서 나는 여러 번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글쓰기를 중단하곤 했다. 수없이 들고나는 독립군들의 끼니 걱정부터 땔감이며 옷가지를 마련하는 일로 날을 지새우다가 피로에 지쳐 하마터면 죽 솥에 빠져 죽을 뻔한 일을 겪으면서도 단 한 번도 절망의 끈을 놓지 않은 분들이야말로 애국자 중에서도 애국자요, 독립투사 중에서도 독립투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또 기생의 신분임에도 만세운동을 외면하지 않고 가장 앞에 서서 독립을 외쳤던 안성기생 변매화, 파도치는 바다 속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뛰어들어야 하는 해녀 신분에도 식민지 백성의 착취를 가만두고 보지 않은 제주의 부춘화 여사의 삶도 감명 깊게 느껴졌다.

 

2권을 쓰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가장 어려운 것은 자료부족이다. 남성위주의 기록문화가 여성들을 소외시켰다. 그래서 그런지 연구서들도 남성위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또 한 가지 어려운 점은 출판 비용이다. 국내에 숱한 출판사가 있지만 돈이 되지 않아서인지 선뜻 책을 찍어주는 곳이 없다. 그래서 손수 원고를 쓰고 편집, 출판까지 하고 있다. 다행히 나의 이런 뜻을 이해하는 동지들이 책을 사주고 인쇄비에 보태라고 책 한 권 값이라도 보내주고 있어 이 일을 지속하고 있다. 이 책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읽히고 싶다. 많은 홍보와 관심을 부탁한다. ”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가 빈약하다고 들었다. 어느 정도인가?
 
“그렇다. 정부로부터 훈·포장 받은 애국지사의 자료가 단 세 줄뿐인 사람도 있다. 자료를 찾으려고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자료가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갔다. 부족한 자료는 후손을 만나 보충하기도 했다. 특히 시를 써야 하는 관계로 그들의 고향과 무덤이 있는 곳에도 여러 차례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 세상에 이름 석 자를 알리지 못한 많은 여성독립운동가가 나를 기다리기 때문에 분발하고 있다.”

 

이런 책이라면 국가 보훈처에서 지원받을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아도 문을 두드려 봤으나 해당하는 부분이 없는 것 같다. 나의 작업은 책 한 권에 애국지사를 여러 명 다룬 데 반해 보훈처의 지원 요건에는 그런 항목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지원은 기대하기 어렵다. 금전적인 지원은 차치하고 자료 요청에 대해서도 무성의한 경우가 많았다.

 

준비하면서 혹시 기억나는 일화라도 있는가?

 

“물론 많다. 특히 이번 2권에 실린 허은 애국지사의 아드님이며, 대한민국임시정부 초대국무령(대통령) 석주 이상룡 선생의 증손자인 이항증 선생은 자료 하나라도 더 구해 주려 애를 많이 쓰셨다. 1권 시집 10권을 보내 드렸는데 이 책을 모두 팔았다고 어느 날 봉투에 책값을 고이 넣어 전해주실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

책이 나오면 기증본으로 몇백 권을 발송비를 부담하며 여러 곳에 보내 보지만 책을 받았다는 말도 없는 게 세상인심이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받고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네는 분들을 만나면 새로운 독립군 동지를 만난 기분으로 힘이 솟는다.”

지난번 1권 때는 권기옥 애국지사의 아드님이신 권현 광복회 의정부지회 사무국장님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는데 역시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제주 해녀 부춘화 애국지사를 찾아 제주에 갔을 때 제주 시청의 강봉수 선생은 열일을 제치고 관련 기념관 등을 안내해주었으며, 충남 아산의 이애라 애국지사 충의비를 찾았을 때는 마을 이장님께서 몸이 아픈 아내를 병원에 두고 달려와 안내해주는 열의를 보였다.

또한 수원일보(발행인 이호진)는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1권의 시들을 연재해주고 있다. 이처럼 많은 분의 사랑과 관심에 힘입어 2권이 나오게 되었다. 정말 기쁘다.”

 

앞으로의 계획은?

 

 “겨우 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시집 2권이 나왔다. 앞으로 8권은 더 써야 훈·포장자 204명을 완결한다. 그리고 지난번에 펴낸 친일문학인들의 풍자시집인 '사쿠라 불나방'도 곧 2권을 낼 계획이다. 더불어 작년 10월에 낸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후속편과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다룬 '사쿠라 훈민정음' 후속편도 곧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대담을 하는 이 시인은 많은 어려움 속에서 글을 쓴다고 했지만 그 모습은 매우 당차 보였다. 그것은 이 시인이 겨레에 대한 사랑이 절절하고, 글쓰기에 대한 내공이 꽉 차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번 93돌 삼일절을 앞두고 과거를 모르는 어린 자녀에게 나라사랑 정신이 배어 있는 시집 '서간도에 들꽃 피다' 를 선물한다면 이 시인의 ‘노고’는 결실을 보는 것이리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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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간도에 들꽃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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