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한승균·안용섭 기자]
 
때 이른 무더위가 연일 계속 되던 5월, 가정의 달이 저물어 갈 무렵 새롭고 특별한 가족 여행이 있었다.
 
지난 5월 30일(토) 인천중·제물포고총동문산우회(회장 제고22회 박현오 이하 총동문산우회)는 올해로 9회째 ‘아름다운 동행’을 인천신명보육원(원장 김은중) 원생들과 함께했다.
 
인천신명보육원의 원생들은 가족 해체 등의 사유로 부모의 따뜻한 품을 떠나야만 했던 아픈 사연을 작은 가슴에 간직하고 지내는 아동·청소년들이다.
 
이날은 인중제고총동문산우회 회원과 가족들이 신명보육원 원생들의 아버지가 되고 삼촌과 이모가 되어 인천 옹진군의 작고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에서 즐거운 하루를 함께 보내며 80여 명이 하나의 가족이 되는 결연 관계를 돈독히 했다.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하기 전부터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하더니 약 2시간 30분이 걸려 자월도와 승봉도를 경유해 대이작도 선착장에 도착할 무렵에는 제법 세찬 빗줄기가 되어 내리기 시작했다.
 
잠시 총동문산우회 집행부와 신명보육원 지도교사들 간에 원생들의 안전을 고려해 등반 여부에 대한 토의가 있었지만 오래지 않아 빗줄기가 잦아들 것으로 예상 돼 원래 계획대로 대이작도 부아산 등반을 실행하기로 했다.
모두들 우비를 걸치고 아동부터 고교생에 이르는 원생들과 총동문회 가족들을 9개 조로 편성해 1조부터 조별로 부아산 정상을 향한 등반을 시작했다.
 
산행 경험이 많은 총동문산우회 회원들은 해무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소이작도의 ‘손가락바위’를 알려 주기도 하며 “이작도는 옛날에 해적들이 은거하여 ‘이적도’라 불렀으며 이적이 이작으로 변해 오늘날의 이작도가 되었다”는 이작도의 전설을 들려주며 체험학습의 기회도 제공해 주었다.
 
부아산을 오르는 산행길은 짧은 코스를 택했지만 중간 중간에 가파른 언덕길이 있어 회원들과 원생들은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고 이끌어 주며 함께 땀을 흘리는 동안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맞잡은 손끝으로 진한 가족애가 서로에게 전해졌다.
 
아픈 사연을 가슴에 간직하고 지내는 원생들이라고 보기엔 어두운 그늘 없이 밝고 해맑은 모습에서 원생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회원들의 우려는 안개 걷히듯 사라졌다.
부아산 정상이 가까워 올 무렵 봉수대를 배경으로 기념촬영도 하고 구름다리 아래 경치를 구경하며 정상 부근의 비교적 편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모두가 함께 어울려 보물찾기 놀이를 하며 푸짐한 선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산행과 놀이에 시장기를 느낄 무렵 식당을 향해 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적재함을 사람이 앉아갈 수 있도록 개조한 이색적인 화물차가 마냥 신기하고 즐겁기만 했다.
 
점심 메뉴는 특별히 아이들의 입맛을 고려해 함박스테이크와 돈까스 등을 주 메뉴로 구성해 푸짐하고 맛있는 점심을 함께 했다.
 
점심 식사가 끝나갈 무렵 얼마 전까지도 비를 뿌리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고 화창하게 개어 해변의 신록이 한껏 푸르름을 발산하고 있었다. 아마도 총동문산우회 회원들의 정성이 하늘을 움직였음이랴.
 
화창한 해변에서 식후 2부 게임이 진행됐다. 신발 벗어 던지기, 조원 전체가 동시에 뛰어올라 인증샷 찍기 등으로 함께 끌어안고 웃으며 그렇게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갔다.
함께 웃고 즐기는 동안에 돌아가는 배 시간이 다 되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모두가 서로서로 악수와 포옹으로 석별의 정을 나누어야만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인중제고총동문산우회 박현오 회장은 “아침에는 비가 내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후에는 날씨가 화창해 그나마 다행스럽다. 오늘 신명보육원 형제들과 함께 어울려 즐거웠으며 봉사하러 왔다가 오히려 행복한 추억을 안고 간다. 원생 여러분 주위에는 늘 또 다른 가족이 있음을 기억하고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강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인천신명보육원 김은중 원장은 “오늘 이렇게 귀하고 소중한 시간을 내어 우리 원생들의 가족이 되어주신 인중·제고총동문산우회 회원과 가족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우리 신명보육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뱃고동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섬 대이작도를 뒤로 하며 선미에서 뿜어내는 포말같은 여운을 길게 드리우고 인중제고총동문산우회 회원들의 가슴은 훈훈한 석양에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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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중·제고人의 아름다운 동행-그 아홉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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