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오미경 기자, 김형섭 기자]

 

원칙과 정직을 바탕으로 생명 탄생의 기적을 만들다!

문신용 박사의 아름다운 의료 인생 2막 이야기


문신용  엠여성의원 대표원장 | 생식의학 유전학 연구소 대표


저출산 국가. 안타깝게도 이 말은 서늘한 겨울 공기처럼 오늘의 대한민국을 차갑게 관통하고 있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우리는 여전히 ‘안’낳아서 문제라고 소리치고 있지만, 사실은 ‘못’낳아서가 더 큰 문제다. 매년 늘어만 가는 난임·불임부부들의 수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동안 외면해왔던 이 진실을 천천히 긴 시간동안 마주해 온 의사가 있다.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한 마디가 가장 듣고 싶었을 난임·불임부부들의 손을 묵묵히 잡아주고, 그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생명 탄생의 기적을 만들어 온 그는 국내 첫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장본인이자, 최근 정년을 맞아 33년간 몸담았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떠나 난임 전문 의료기관 <엠여성의원>을 만든 문신용 원장이다. <주간인물>은 눈물짓는 많은 난임·불임부부들에게 “축하합니다. 임신입니다.”라는 식상하지만 더없이 따스한 이 한 마디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다시 또 한 걸음 내딛은 문신용 원장을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_취재 오미경, 김형섭 기자 / 글 김형섭 기자


The First and The Best를 외치다

 

1985년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문신용 원장은 국내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그 명성을 인정받아온 생식내분비학 및 유전학 분야 제일의 권위자이다. 긴 시간을 쉴 새 없이 달려온 만큼 이제는 쉴 법도 한데, 그는 얼마 전, 자기 성의 알파벳을 따 난임 치료 전문 의료기관 <엠여성의원>을 개원했다. 정년을 마치고, 많은 곳으로부터 온 러브콜을 마다하며 그가 굳이 이 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립병원에서는 모든 의사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의사로서 최선을 다해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싶은 마음과,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존 시스템 사이에서의 괴리가 내내 안타까웠습니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었어요.”


환자들에게 어떻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지, 그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왔던 그는 퇴임하기 2-3년 전부터 자연배란주기에 대해 연구해왔다. 첫 시험관 아기가 자연주기 시술법으로 태어났던 만큼 이제는 원칙으로 돌아가 처음 시도했던 부분을 재평가할 시간이 됐음을 깨달은 것이다. “개개인의 상황에 맞춰 적절한 치료 방법을 권하고 시행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신확률은 높을 수 있지만 부작용 혹은 많은 고통이 수반되는 과배란 유도 방법이 효과가 없거나 다른 방법으로도 임신이 가능한 군(群)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자연주기 시술법이 최상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문신용 원장과 <엠여성의원>에서 추구하는 ‘정직과 원칙’이라는 마음가짐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문 원장은 각 시술법에 적합한 군(群)에 속하는 환자들이 있기에 과배란 유도 시술 방법과 자연주기 시술 방법이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문 원장이 <엠여성의원>에서 지향하는 자연주기 시험관아기(Natural cycle IVF)시술은 과배란 유도 과정 없이 우성난포 하나를 채취하여 체외에서 정자와 수정 시킨 후, 배양기간을 거쳐 자궁 내 배아이식을 하는 방법이다. 난자채취 과정이 간단하고 산모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 과배란 유도 과정을 견디기 힘들었거나 난소 기능이 저하돼 약제에 반응이 없는 난임 부부들에게 좋은 시술법이다. 또한 과배란 유도 방법은 여성의 난소에 과한 자극이 가해져 한 번 진행 후 서너 달의 휴식기를 가져야하지만, 자연주기 방법은 휴식기간 없이 매달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적 임신 성공률은 두 시술법 사이에 별 차이가 없다. 더불어 대학병원의 복잡한 절차가 심리적으로 많은 부담을 갖고 찾아오는 환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킴을 잘 알고 있던 문 원장은 호르몬 검사부터 검진 결과 확인까지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를 제공하여 보다 수월하게 임신이 가능하게끔 도와주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엠여성의원>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정직과 원칙, 베푸는 삶의 가치를 아는 권위자

 

“남들처럼 청운의 꿈을 안고 의사가 된 건 아닙니다.” 의사로서의 첫 시작에 대해 묻자, 돌아온 문 원장의 답변은 존경받는 한 분야의 권위자가 한 대답이라기에는 너무도 솔직했다. 하지만 현재를 만든데 있어 계기보다 중요한 건 그 길을 걸어온 시간 동안의 모습이리라.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문 원장이 의과대 3학년 시절, 처음으로 청진기를 사서 실습을 했는데 환자의 심장소리가 그에겐 들리지 않는 것이다. 실습장 분위기에 편승해 들리는 척을 했어도 무던히 넘어갔을 일을 당시 문 원장은 몇 번이나 담당 교수가 되물어도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고 사실대로 이야기했다. “교수님께서 짐작되는 바가 있으셨는지 제 청진기를 확인하시고선 막혀있는 솜을 꺼내주시며, 유명한 의사보다는 그렇게 정직하게 좋은 의사가 되라는 이야기를 남겨주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처럼 의대를 거쳐 의사가 되기까지 매 순간 성실히, 스스로 재미를 찾아가며 정직하게 노력한 끝에‘오래도록 걷는 자신의 길’을 만든 그였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고 어떻게 저명한 의사이자 학자가 되었겠냐는 취재진의 반문에 문 원장은 단호히 말했다. “지금의 제가 있게 된 건 정직과 원칙, 베푸는 삶의 가치를 가르치신 교육자 아버지와 현모양처 어머니, 지금껏 함께한 훌륭한 스승과 동료,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인복이 많은 거죠.(웃음)” 

 

문 원장이 산부인과를 전공하던 당시 미개척분야였던 생식생리학과 유전학을 진로로 정하게 된 계기는 ‘한 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시험관아기 시술법을 공부하기 위해 무작정 미국으로 존스(Howard W. Jones)박사를 찾아가 그 팀에 합류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지만, 문 원장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가르침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 스스로가 이렇게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문 원장은 자신의 지식을 배우고자 하는 이들에게 호의적이다. 게다가 한 발 나아가 베푸는 것이 자신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주었다고 말한다. “아시아 곳곳에서 전해오는 배움의 요청에 찾아다니면서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 분야에 있어서는 아시아에서 ‘문신용’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된 것이죠.” 문 원장은 베푸는 삶을 통해 학문에 있어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취재진은 문득 이 분야에 평생을 바쳐온 문신용 원장이 난임·불임 부부가 증가하는 사회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이제 의학 기술에 임신 성공률이 좌지우지되는 부분은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근본적으로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수가 왜 증가하는지 사회구조적인 차원에서 파악하고 해결해야 합니다.” 그의 말대로 사회진출 연령의 상승과 여성들의 사회 활동 증가는 필연적으로 ‘엄마’로서 여성의 역할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게다가 경제적 문제와 맞물려 많은 여성들이 사회 활동의 제약과 불편함을 이유로 출산 시기를 계속 늦추면서, 사회의 제대로 된 지원 없이 난임·불임 문제는 점점 몸집을 불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 분야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문 원장이 이렇듯 환자들에게 진정으로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주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을 보며, 그가 지금껏 얼마나 큰 책임감을 느끼며 이 길을 걸어왔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시작, 그 막이 열리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문신용 원장은 이제는 뜻을 이어줄 새로운 사람이 필요하다며 능력 있는 친구들을 발굴해서 그들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도시락을 줄 시점이라 말했다. 시험관아기를 비롯한 보조생식학과 유전학 분야의 모든 경험과 노하우를 빠짐없이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어 문 원장은 후배들이 기억했으면 하는 불임의사가 갖추어야 할 세 가지 자질에 대해 언급했다. “환자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서 카운슬링과 의료서비스, 그리고 환자의 서포팅 닥터가 되는 것을 불임의사가 가야할 길이라 생각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다 알만한 것이라도 백 번을 할 만한 끈기가 있어야 인생의 외길을 가지 않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만하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문신용 원장은 그간 생식생리학과 유전학 분야에 몸담으며 깨달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정의를 덧붙였다. “불임은 단순히 아기를 갖지 못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가 삼십년 외길을 걸으며 느낀 것은, 불임은 환자에게 고립감, 사회적 박탈감, 허전함으로 정의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그는 “대게 많은 난임·불임 부부들이 삶의 초점을 임신에 맞추고 사는 것은 절박함 때문인데,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임신 외의 일상생활은 소홀해지고 심한 경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든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며 불임이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가 그저  저출산에만 그치는,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 가까이서 이런 모습을 보아 온 그이기에 불임과 난임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으로 건네는 조언에도 간절함이 진하게 묻어났다. “우리는 매번 나를 잊고 주변의 사람들을 찾는 것에 몰두하는데, 가장 중요한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당신 자신이지요.” 그것은 한 분야의 권위자로서 전하는 당부가 아니라, 환자의 옆에서 함께 감정을 공유해 온 정직한 의사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고하는 살아있는 조언이었다.


선구자에겐 언제나 더 큰 역할이 주어지기 마련이듯, 문 원장은 앞으로 난임 치료가 나아갈 더 나은 길을 제시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최근 일본의 한 병원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그의 연구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하니, 내년 문 원장이 어떤 성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기대해도 좋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30여 년간 국내 생명과학을 이끄는 자리에서 영광과 고난을 겪은 문신용 원장이지만, 난임·불임 치료에 쏟는 열정과 정성을 보면 그 말은 틀리지 않았다. 이제는 그간 연구해온 결과를 환자들에게 베풀고 싶다는 문 원장. 그가 전하고픈 새로운 희망은 <엠여성의원>을 통해 이미 열리고 있었다. 인터뷰 도중 느꼈던 생각지 못한 그의 유머감각처럼, 문신용 원장의 앞으로의 행보가 난임·불임 부부들에게 지금보다 더 큰, 소중한 희망의 웃음을 줄 수 있길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이 간절히 응원한다.  

 

 

 

Profile
엠여성의원 대표원장
1985 - 2013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교수
1999 - 2013 서울대학교 인구의학 연구소 소장
1983               Jones Institute for Reproductive
                        Medicine, laboratory fellow
1987              Jones Institute for Reproductive
                        Medicine, clinical fellow
2001 - 2003 대한 유전의학회 회장
2004 - 2006 대한 산부인과 초음파학회 회장
2006 - 2006 대한 발생 생물학회 회장
2008 - 2010 아시아 태평양 불임학회 (ASPIRE) 회장
2008 - 2010 대한 생식의학회 회장
2009 - 2011 대한 보조생식학회 회장
2009 - 2010 한국 조직 재생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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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여성의원 문신용 대표원장 특별인터뷰]원칙과 정직을 바탕으로 생명 탄생의 기적을 만드는 명의(名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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