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양만열 기자]
학교폭력 현장에서 침묵하는 것은 중립일까, 아니면 또 다른 가해일까. 최근 학교폭력의 양상이 더욱 교묘해지는 가운데, 초등학생들의 시선으로 '방관자'의 책임을 날카롭게 파고든 단편영화가 제작되어 지역 교육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작품은 '2025 전라남도교육청 학교폭력예방영화 제작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기획 단계부터 남다른 주목을 받았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전남영상미디어교사모임 '오버액션' 소속 교사들과 순천남초등학교 교사들이 의기투합해 공동 제작진으로 참여했으며, 출연진으로는 순천남초등학교 재학생뿐만 아니라 순천 지역의 타 학교 초등학생들까지 오디션을 통해 선발, 연합팀을 꾸려 그 의미를 더했다.
영화 '단짝'은 학교폭력을 다룰 때 흔히 집중하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를 과감히 탈피했다. 영화는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 애써 눈을 감아버린 평범한 주인공을 조명한다. '나는 때리지 않았으니까'라는 안일한 위안이 결국 어떤 파국을 맞이하는지, 그리고 방관했던 주인공이 결국 짊어지게 되는 대가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서늘한지를 그려내며 "침묵 역시 또 다른 폭력"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관객의 가슴에 던진다.
영화 촬영 현장은 그 자체로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었다. 극 중 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중요 배역을 소화한 한 학생(순천남초 5학년)은 촬영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 이 학생은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직접 괴롭히지 않았으니 주인공은 잘못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배역에 몰입해 연기를 하다 보니, 지켜보기만 하는 눈빛이 피해 친구에게는 더 큰 절망과 상처가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영화 속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 친구들이 현실에서는 방관자가 아닌 용기 있는 '단짝'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순천남초등학교 조화자 교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교육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조 교장은 "이번 영화 '단짝' 제작은 아이들에게 단순히 카메라 앞에서의 추억을 만들어주는 예술 활동을 넘어선다"며 "학생들이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타인의 감정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주체적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가장 실천적인 인성 교육이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쁜 학사 일정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지도해주신 선생님들과, 프로 배우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촬영에 임해준 우리 학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순천남초는 앞으로도 영상과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따뜻하고 정의로운 학교 문화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영화 '단짝'은 오는 11월 28일 토요일 오전 10시, 순천 영상미디어센터 두드림 영화관에서 순천남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망의 첫 공개 시사회를 갖는다. 이어지는 2차 상영은 지역 청소년들의 영상 축제인 '제14회 순천스쿨영화제'에서 진행될 예정이어서, 학교 담장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에 학교폭력 예방과 방관 근절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교실 안의 '침묵하는 다수'에게 경종을 울리고, 진정한 우정의 의미를 되새기게 할 영화 '단짝'. 아이들이 직접 만들고 연기한 이 작은 영화가 교육 현장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