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4(월)
 
[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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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상 시인의 「꽃자리」란 시를 보자.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엮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주어진 조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탈출하고 싶은 바로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 자리가 행복을 가져온다.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해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어느 곳이든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앉은 자리가 꽃자리가 된다. 
 
칡은 낮잠을 자는 식물로 상당히 게으른 풀이다. 빛이 너무 강하면 광합성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칡은 햇살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잎을 세워 지나치게 강한 햇살을 피한다. 또한 밤이 되도 광합성을 할 수 없다. 잠을 자면서 광합성을 할 수 있는 것은 ‘입바늘’이라 하는 구조를 잎의 아랫부분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효율 높게 햇빛을 받아들인다. 
 
칡꽃의 꽃말은 ‘사랑의 한숨’이다. 꽃말답게 산이든 들이든 정원이든 일단 칡에 잡히면 한숨만 나온다. 그러나 칡의 열매는 산속 굶주린 새들의 먹이가 되고 숙취 해소에도 좋다. 
 
칡은 대단히 빨리 자라는 잡초다. 나무도 타고 나무를 탈 수 없는 환경이 되면 칡은 바로 땅 위로 줄기를 뻗어간다. 세상의 나무들이나 잡초들이 하늘로만 곧게 자랄 생각만 한다. 그래서 낭패를 보는 일이 생긴다. 칡은 생각을 바꾼다. 위로 올라갈 수 없으면 땅을 본다. 곧장 땅 위로 줄기를 뻗는다. 
 
2022년 방송(tvN 토일 드라마)되었던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한 장면이 떠오른다. 옛 애인이었던 동석(이병헌 역)을 찾아 제주에 왔다가 떠나는 장면에서, 동석은 자기처럼 후회하지 말고, 나중이 아닌 현재를 바라보라며 선아(신민아 역)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준다. 
 
“아버지 배 타다 죽고, 동희 누나는 물질하다 죽고, 엄마는 매일 바다만 봤어. 바로 등만 돌리면 내가 있고, 한라산이 저기 떡하니 있는데. 이렇게 등만 돌리면 아버지, 동희 누나, 죽은 바다도 안 볼 수 있는데...” 하며, 앞만 바라보는 선아에게 뒤를 보면 선아 편인 자신도 있다며 조언해 준다.(우리들의 블루스 10회) 
 
우리는 삶을 살면서 수많은 갈등을 한다. 그런 갈등에 함몰되면 삶 자체가 망가진다. 그럴 때는 고개를 돌려 뒤를, 옆을, 아래를 바라보라. 거기엔 갈등이 없는 세상이 펼쳐져 있다. 
 
'갈등(葛藤)'은 칡과 등나무의 관계에서 나온 말이다. 인간의 삶에서 갈등이 없으면 삶 자체가 맹맹하다. 싱겁다. 그래서 소설에도 갈등 구조가 있지 않은가. 갈등이 없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춘향이와 이몽룡이 만나서 서로 사랑하고 아들딸 낳고 행복하게 살다 죽었다”라고 한다면 누가 『춘향전』을 읽겠는가. 
 
칡과 등나무의 갈등이 아무리 심해도 해소할 방법이 있다고 한다. 두 덩굴을 조금 느슨하게 감아 올라가게 해놓으면, 갈등을 해결하고 사이좋게 공생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도 이런 방법이 없는지 지혜를 모아야 하지 않을까. 갈등 속에서도 여유와 위트를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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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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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산책] 칡 - 정작 칡은 갈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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