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는 교육적 함의(含意)
"이제 학교에서의 진로진학 지도는 아이들에게 꿈과 적성, 희망에 따라 선택하고 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얼마 전까지 우리는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라는 말에 강한 믿음을 견지했다. 아이와 어른은 모든 면에서 같지만 단지 아이가 어른보다 작고 약하고 미숙한 것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를 어른처럼 대하고 심지어 노동, 전쟁에 내몰고 참혹한 형벌로 다스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 인간발달학 연구가 뇌과학에 기반을 두면서 ‘아이는 어른과 다르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즉, 뇌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사고방식과 발달 과정마저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교육적으로 함의하는 바는 무엇인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과 미국에서조차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가 공장과 농장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모습이 흔했다. 이는 결국 어린이를 특별 보호대상으로 간주하는 ‘아동인권법’이 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잘못된 인식은 여전히 만연한 상태였다. 21세기에 진입한 현재도 학교에서조차 이와 같은 잘못된 행태가 진행 중이다. 이는 신체적으로 아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여기고 두뇌도 아이와 어른이 같고 단지 두뇌에 담긴 지식의 양적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믿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이미 형성된 두뇌에 지식을 채워 넣는 역할을 한다고 여긴다. 이는 교육으로 두뇌라는 그릇 자체를 만든다는 생각에는 못 미치는 것이다.
아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보면 어떤 문제들이 발생할까? 한마디로 아이는 그저 미성숙하고 부족하고 아쉬운 존재로 간주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아이에 대한 희망을 찾기 어렵다. 따라서 아이에게서 희망을 발견하려면 뇌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뇌과학에 의하면 뇌는 유연하며 외부와 상호작용하는 것이어서 교육 방법과 내용, 환경에 따라 발전하기도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서 학교에 자기주도학습, 체험학습, 학습자중심교육 등 아이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특성을 존중하는 교육 방식이 새롭게 등장했고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어른의 축소판으로 보는 시각은 학교 현장에 여전하다. 예컨대 진로 지도만을 보아도 그렇다. 아이의 꿈을 존중하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진로 지도가 흔히 진학과 직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놀이와 친구 사귀기에 열중해야 할 나이에 월급과 취업률을 따지고 경쟁자를 의식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진로 지도다. 이의 가장 큰 병폐는 아이들을 너무 빨리 어른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다.(조벽, 『요즘 교사들에게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떤가? 이는 우리가 목격하는 바와 같다. 아이가 어른 흉내 내기를 넘어서 어른 행세를 한다. 초중등학교에서의 학생 임원(회장, 반장) 선거를 보라. 어른을 뺨치는 선거 공약과 표를 얻기 위한 각종 행위는 세상의 어른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어른을 뺨칠 정도다. 그뿐이랴. 교실 밖을 벗어나면 아이들은 온갖 못난 어른 행세를 한다. 욕설을 내뱉고, 폭력도 휘두르고, 화장도 하고, 성범죄를 저지른다. 인간 발달과정에 아름답고 바람직한 성숙과는 무관한 처참한 모습의 집합체다.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아이가 어른 취급받으면 결국 축소된 어른이 될 뿐이다. 아이는 아이답게 대우받고 자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아이에 대한 교육의 책임이자 역할이다. 교육은 아이가 아이답게 자랄 수 있도록 맘껏 도와야 한다. 놀이를 빼앗기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학원가로, 각종 사교육으로 뺑뺑이 돌면서 학교에 정(情)을 떼이고 매년 5만 명을 넘나드는 학교 밖 청소년을 양산하고 특정 학교와 직업을 선호하는 N수생을 육성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청소년 자살률은 어떤가? ‘이생망’ ‘헬조선’은 그저 나온 말이 아니다.
이제 학교에서의 진로진학 지도는 아이들에게 꿈과 적성, 희망에 따라 선택하고 이를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는 세상의 온갖 삶에 지치고 찌들은 어른의 축소판이 아닌 순수한 동심을 간직한 아이답게 교육받으며 성장해야 한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희망을 간직하고 전진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敎) 길러야(育) 한다. ‘아이는 어른하기 나름’이라는 교육적 관점을 곱씹어 봐야 하는 우리 교육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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