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이정현 기자]

국민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12월 3일 밤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다음날 새벽 국회의 계엄해제결의안 가결로 채 3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원위치로 돌아갔지만 그에 따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음을 예고했다.
국회 의석 분포를 볼 때 계엄해제 의결 정족수가 충분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윤 대통령은 왜 무리한 비상계엄을 감행했을까? 검찰총장까지 지낸 법 전문가인 그가 그런 간단한 결과를 예상 못했을까?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를 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그런 '계엄 쇼'를 벌였던 것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판을 흔들고 싶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총선 패배 후 대통령의 개인기로 만회가 가능한 외교, 국방, 방산, 원전 수출 같은 분야를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히 마비된 상태다. 거기에 정치판은 몇 년째 민생은 뒤로 하고 정쟁에만 매달려 온 상태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은 계엄 쇼를 통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재판 지연과 김건희 관련 이슈에 매몰된 기존의 정치 구도를 타파하고 '윤석열 vs 반국가 세력'으로 정리하고 싶었을 것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재판을 지연시키고 김건희를 물고 늘어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자신이 직접 미끼가 되어 뛰어든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민주당과 지지자들 즉, 윤 대통령의 '반국가 세력'이 김건희를 물고 늘어졌던 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싶어도 이렇다 할 빌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당히 선명한 명분이 생겼고, 민주당은 바라던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건 독이 든 성배일 수 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발의된다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동조 없이는 국회를 통과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라는 최종 관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통령 탄핵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민주당은 더 이상 탄핵을 정치 화두로 삼을 동력을 잃게 될 것이고, 그렇다고 다시 김건희 이슈로 분위기를 되돌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빠질 수도 있다. 반면에 윤석열 대통령은 더 잃을 지지율도 없는 마당에 탄핵이란 이슈를 통해 지지층을 규합하는 효과와 김건희 이슈 소거, 검사 및 여러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소거 등의 성과를 얻게 된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적 도박이 과연 성공으로 끝날지는 미지수지만 그래도 민주당의 방해로 모든 게 지지부진한 현재의 상황보다는 나쁠 게 없다는 판단에서 '삼일천하'도 아닌 '삼시천하' 비상계엄 카드를 뽑아 든 것이 아닐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도박은 적지 않은 후폭풍을 몰고 왔다. 비상계엄은 해제되었지만 아직도 국민들은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으며, 세계 각국의 주요 정상들은 예정됐던 한국 방문 일정을 속속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한국을 '여행 위험국가'로 지정하고 자국민들의 한국 관광을 자제시키면서 자국민 보호조치에 나서는 국가가 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의 자본 이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 경기도 부진한데 이래저래 내우외환의 상황에 몰리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의 '반국가 세력'을 상대로 벌였던 도박판에서 비상계엄 카드로 "묻고 따블로 가" 보겠다는 판단의 결과가 그에게 얼마나 큰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가 벌인 도박판의 도박 빚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 몫으로 남았다.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