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9(화)
 

 

 

공부 못지않게 '인성'과 '창의력' 중시

우리 중등교육의 '정신' 담은 곳

 

[교육연합신문=양원석, 강내영 기자]  서울 경기고등학교(교장 이기성)는 지난 1900년 문을 열었다.

 

국가가 설립한 최초의 중등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관립 중학교'로서 109년의 역사가 말해주듯 이곳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영욕을 함께 했다.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학교 출신 인사들이 이룬 업적과 결과는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러나 단순히 전통이 오래되었다고 해서 이곳이 특별히 주목을 받는 것은 아닐 것이다.

 

1백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학교가 이곳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학교가 다른 어느 학교보다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는 이유는 이 학교의 역사 안에 스며들어 있는 '정신'에 있다.

 

이번호에서는 서울 경기고등학교를 찾아 그 숨겨진 '정신'이 무엇이지 알아보고자 한다.  

 

인재 양성의 시작과 끝… 사람 됨됨이, 바른 품성

 

이기성 교장은 인터뷰 내내 '사람 됨됨이'와 '바른 품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선언적인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교장은 학교와 이 학교 출신 동문들이 이룬 수많은 성과와 업적은 바로 '인성'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학교의 인성교육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는 듯 했다.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인성교육'에 대한 전통과 신념이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녹아있는 듯 했다.

 

이 교장은 "공부보다 인성이 먼저"라는 말로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뛰어난 실력의 바탕에는 '인성'이 있다는 것이다.

 

학교의 전통, 생활관 교육...신입생 2박3일 숙식

 

우선 신입생에 대한 교육부터 남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입생들은 학교 '생활관'에서 학급단위로 2박3일 동안 숙식을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제도는 학교의 전통으로 신입생은 모두 이 과정을 거친다.

 

생활관 교육은 선배와의 대화, 자성예언(자기실현적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 사물놀이 체험, 부모와의 대화 등으로 이루어지며 식사도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한다.

 

담임교사와 학부모도 학생들과 생활을 함께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학교는 신입생들에게 학교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자긍심과 함께 부모나 주변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책임을 지고 생활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 생활능력'을 키워준다.

 

'샤프론 봉사단', 학생·학부모 522명 참여

 

학교의 '샤프론 봉사단'은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라 할 수 있다.

 

'샤프론 봉사단'은 기존의 봉사모임과는 달리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봉사에 참여한다는 데에 특색이 있다.

 

경기고는 현재 모두 522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이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그 규모나 활동 면에서 전국 고등학교 가운데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태안 기름유출사고 때에는 9대의 버스를 동원해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봉사에 나서기도 했다.

 

   학교의 샤프론 봉사단 소속 학생과 학부모들. 

  

3개의 특수학급 운영…장애아 비장애아 통합교육 실시

 

학교는 모두 3개의 특수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말로만 편견없이 장애인을 대하라고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없애도록 하는 것이다.

 

3개의 특수학급 운영에 대해 이기성 교장은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인성과 실력을 함께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 학교는 학생들이 인성을 충분히 쌓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 했다.

 

이기성 교장의 이 같은 말은 '샤프론 봉사단' 운영과 함께 학교가 '인성교육'에 대해 어떤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3무(無) 3행(行)'...인성교육의 구체적 실현 방법 제시

 

'3무(無) 3행(行)'은 이기성 교장이 제시한 인성교육의 구체적 실현 방법으로 3무는 휴대전화, 흡연, 학교폭력을 뜻하며 3행은 인사 예절, 수업 준비, 쓰레기 분리수거를 말한다.

 

이 교장은 이 여섯 가지 생활원칙에 대한 집중 지도를 통해 학생들이 바른 학교생활습관과 자세를 갖추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의 변화는 마음과 정신의 변화로 이어지며 이는 곧 학습태도에 대한 변화로 나타난다.

또 학습태도와 학습동기가 갖춰진 학생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학교전체의 학습분위기와 학습능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학교가 '3무(無) 3행(行)'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기성 교장은 금연교육의 경우 학기초부터 인근 보건소와 연계해 이루어지는 다양한 예방활동을 통해 흡연학생이 거의 없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창의력의 날개를 달아주다, 소질과 적성 계발에 탁월한 성과

 

인성과 함께 학교가 특히 중시하고 있는 것은 '창의력' 계발이다.

사실 교육현장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이 바로 '인성'과 '창의력'이다.

 

그러나 진심으로 '인성'과 '창의력'을 대학진학이나 학습능력 못지않게 여기는 학교는 결코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학교의 모습은 분명 특이(?)하다.

 

'인성'과 '창의력의 계발'은 우리교육이 나아가야 할 가장 올바른 방향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이기성 교장은 "경기고는 대통령(최규하 대통령)부터 세계적인 수영선수(박태환 선수)까지 각 분야에서 정말 다양한 인재를 배출한 곳"이라고 말하며 "모든 학생이 공부만 잘 할 필요는 없다. 본인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본인의 소질과 능력을 계발 할 수 있도록 입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학교의 이 같은 의지는 '선·후배 멘토링제'와 '동아리 활성화' 등으로 나타난다.

 

'선·후배 멘토링제'...소질과 진로 탐색 기회 제공

 

학교의 멘토링제는 멘토(선배)와 멘티(후배)사이의 관계가 졸업할 때까지 계속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학교는 동문회와 연계해 각 직업분야별 희망 학생과 동문선배를 멘토와 멘티로 맺어준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선배와 후배는 단순히 일회성 만남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교류를 갖는다. 선배는 이 과정을 통해 해당 학생의 진로지도와 상담은 물론이고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에 걸친 조언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70여개 각종 동아리 활성화, 창의력 계발의 숨은 공신

 

학교의 동아리 활동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동아리 활동이 3년간의 학교생활 동안에만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졸업후에도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오케스트라 동아리의 경우 매년 열리는 연주회에는 70대의 대선배부터 직전년도 졸업생까지 참여한다.

동아리 활동이 선·후배 사이의 또 다른 소통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소질과 잠재된 능력을 계발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철저한 자율학습 강조, 사교육 감소효과도, 수능 4개 영역 1등급 비율 매우 높아…

 

자기주도 학습실(자율학습실) 운영…'스스로 학습' 효과 거둬

 

학교는 자율학습을 자기주도 학습이라고 말한다.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과 태도를 그만큼 중시하는 것이다.

 

학교의 자율학습은 저녁 식사 후 밤 11시까지 진행된다.

 

이기성 교장은 이에 대해 "요즘학생들은 '학(學)'은 있는데 '습(習)'이 없다."라고 말하며 갈수록 정도를 더해가는 사교육과 입시부담으로 인해 '배운 것(學)'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習)'이 부족하다며 자율학습에 대한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학교의 철저한 자율학습은 올해 수능 4개 영역의 1등급 비율이 큰 폭으로 올라가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적극적인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학교…학교 교육 경쟁력 높여

 

학교는 올해 이른바 명문대라 불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에 104명의 합격생을 배출했다. 평준화 지역의 학교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같은 결과는 철저한 자율학습과 함께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학교 운영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학교의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학교 운영은 그 방식보다는 수업의 질적인 측면에서 강점을 가진다.

 

방식이 다른 학교에 비해 남다른 것이 아니라 수업의 '질'을 유지하기 위한 학교의 노력과 의지가 남다르다는 말이다.

 

이기성 교장은 "작년에 비해 수리 4개 영역의 1등급 비율이 크게 올랐다."라고 소개하며 학교의 학습능력 개선을 위한 노력이 꾸준한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설명했다.

 

실제로 학교의 올해 영역별 1등급 비율은 언어 8%, 외국어 14%, 수리(가) 20%, 수리(나) 22% 등으로 다른 학교에 비교할 때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독서교육 강화…'20-20' 운동

 

철저한 자율학습, 적극적인 수준별 수업과 방과후학교 운영에 이어 학교는 독서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20-20'운동을 펼치고 있다.

매일 등교 후 20분씩, 1년간 20권의 책을 읽는 것을 말한다.

상대적으로 1등급 비율이 '낮은(?)' 언어영역에 대한 학습능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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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기고등학교] "공부만 잘하는 학생은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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