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5(목)
 

[교육연합신문=문석주 기자]

▲국보 91호 말 탄 사람토기

 

유명한 '왕립 기마경찰단'을 의식해서일까? '호수와 숲의 나라' 캐나다의 스티븐 하퍼 총리를 맞았던 유물은 국보 제91호 말 탄 사람토기 한 쌍이다. 이 두 개의 토기는 1924년 가을에 발굴된 경주시 노동동의 금령총에서 발굴됐으며 금관과 금제호리띠, 유리잔 등의 화려한 유물들과 함께 묻혀있었다.

 

일찍 요절한 신라의 왕자

본래 상형토기란 오리, 말, 거북이등 동물에서부터 집이나 신발처럼 사물의 모양을 본 따 만든 토기를 일컫는 말로써 그 중 말 모양의 토기를 통칭하여 마형토기라 하는데, 말은 주로 고대의 가장 중요한 육상교통수단이었기에 다른 토기들과는 달리 사람의 형태와 결합돼 만들어 진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 탄 사람의 형태를 갖춘 토기는 삼국시대 때 만들어진 다양한 상형토기 중 단연 으뜸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고가의 가격 탓에 도굴의 표적이 돼 현존하는 작품은 극히 소수다.
그러던 중 금령총에서 대단히 경이로운 말 탄 사람 토기 한 쌍이 출토된 것이다.

왕관 못지않게 화려한 금관 등도 함께 출토되면서 무덤의 주인이 단순한 왕의 친인척이 아니라 왕자였을 가능성도 제기된 바 있으며 금관과 허리장신구의 크기가 다른 곳에서 출토된 것보다 품이 작아 어린 나이에 요절한 것으로 추측된다.

 

두 像의 관계와 가치

이 말 탄 사람토기는 5-6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출토당시 두 상의 인물의 표현 형식이 매우 유사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학계에서는 말을 탄 두 인물의 복식이나 장착한 마구의 형태로 보아 주인과 그를 수행하는 종자로 보는 견해가 다수설이다.


차림새가 호화스럽고 크기가 큰 인물이 주인(主人)이고, 크기가 작고 차림새가 소략한 인물이 주인을 수행하는 종자(從者)로 보는 것이다.


국보로 지정된 기마인물형 토기는 두 점 중 주인상으로 보고 있는 토기 하나다. 토우 높이는 23.4cm이고, 길이는 29.4cm이다. 말 탄 사람 뒤에 달린 깔대기 모양의 입수구를 통해 술이나 음료 등을 보관하고 말의 가슴 앞에 뿔처럼 돌출된 출수구를 통해 음료를 배출하는 주전자 용도로 쓰인 것으로 추정되며 내부에 보관 할 수 있는 음료의 양은 컵 한잔(240cc)정도다.


말을 타고 있는 인물을 면밀히 살펴보면 발목까지 내려오는 갑옷과 끝을 오므린 바지형태인 대구고를 입고 있으며 고깔 형태의 띠와 장식이 있는 삼각관모(冠帽)를 쓰고 있어 역시 높은 신분임을 나타낸다.


왼쪽에서 토기를 보면 말을 탄 인물은 칼을 차고 있으며 찰갑으로 하반신을 꾸미고 발은 등자에 얹혀 있다. 말에는 행엽(杏葉), 운주(雲珠), 장니(障泥), 안장(鞍裝), 혁구(革具) 등 마구류(馬具類)를 완전하게 갖추고 있어 이 당시 귀족들의 기마문화를 연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말꼬리는 손잡이의 구실을 하도록 의장(意匠)되어 있는데 이것이 비록 실용성은 없으나 토우(土偶) 전체가 일종의 그릇 구실을 하도록 구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말의 네 다리는 짧고 말굽의 표현은 서투르지만 말머리와 엉덩이의 표현은 사실적이다. 특히 얼굴과 입, 코의 표현은 말의 특색을 효과적으로 나타낸 부분이다.


종자상은 높이 21.3㎝·길이 26.8㎝로 주인상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종물(從物)로서 제작된 작품이기에 주인상과 분리해 따로 평가하지는 않는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평상복 혹은 장례절차 시에 입는 상복의 격식을 갖추고 있어, 주인상 못지않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주인상과 비교했을 때 말 모양이나 그릇으로서의 양식은 모두 같다. 다만 종자로 보이는 인물의 머리는 꼭지처럼 돌출돼 있어 이것을 상투로 보는 주장과 꼭지 달린 모자를 쓰고 있다고 보는 견해로 나뉜다.


또 윗옷을 걸치고 있어야 할 상체부분에 소매 등이 표현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생략되었거나 아예 입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오른손에는 방울 같은 것을 들고 있으며 등에는 돈 꾸러미로 추정되는 보따리를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인의 저승길을 인도하는 주술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신라인의 내세관 엿볼 수 있어

당시 신라인들의 마형토기 제작에 관한 추측 중에는 이처럼 말(馬)이 죽은 이를 하늘로 인도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실제로 옛 무덤에서 말과 관련된 유물들이 다수가 출토되는 가운데 이들 말 탄 사람 토기 한 쌍도 출토 당시 종자상이 앞장서서 주인상을 안내하는 형태로 부장돼 있어 저승길로 안내하는 것을 표현한 것이 아니냐는 설이 유력하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문화기획] 국립중앙박물관 명품 유물 20선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