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숭례문 소실이 준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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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008년 2월 10일. 우리는 최대 명절인 설날 연휴 마지막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수많은 전쟁과 재난 속에서도 살아남아 조선시대 부터 현대에 이르는 600여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국보1호 ‘숭례문’. 그 역사적 건축물이 화마에 휩싸이는 모습으로 전국에 아니 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출근길,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그 위풍당당한 건축물이 시커먼 재로 주저앉아 허공에 흩뿌려지는 모습은 지나던 이들의 발걸음을 한없이 무겁게 만들었다.

 

허탈한 마음으로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거나 혹은 출근을 미루고 추모의 예를 갖추거나… 땅을 치며 울음을 터트리는 등 그날의 충격은 모두의 가슴에 깊이 박혔다.

 

숭례문 소실을 계기로 ‘문화재 보전’ 그 자체를 또 하나의 ‘문화’로 자각하고 이를 학생들과 함께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이 있었다. 

 

경기도 수원에 자리한 청명고등학교(교장 김청극) 정희림[(좌)국어, 30], 정미애[(우)역사, 30] 교사였다.

 

또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수원 토박이인 정희림 교사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생각으로 정미애 교사와 함께 시간과 자비를 들여 교원문화연수에 나섰다.

 

더불어 문화재 보존자체를 또 하나의 문화로 보고 이를 이끌어갈 인재육성이 필요하다는 생각 아래 학생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기로 마음 먹는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을 내세웠다.

 

첫째, 수원의 화성을 지키고 둘째, 학생들을 지역문화재전문가로 양성할 것을 꾀하며 셋째, 향후 지역문화재를 지키는 리더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정희림, 정미애 교사는 이 세 가지 원칙을 토대로 3개월에 걸친 철저한 조사와 계획 끝에 회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화성연구소와 운영재단을 직접 찾아 화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운영방법과 모니터링에 대한 조언을 구했으며 이후 학생 한명당 10분에서 15분에 이르는 꼼꼼한 인터뷰를 거쳐 1학년 중 17명의 학생을 선발하고 이후 활동을 원하는 2,3학년 학생들을 추가해 ‘H.Vision(For the vision of Hwasung)’라는 이름으로 동아리를 창단했다.

 

또한 O.T를 통해 단결력과 책임감을 인식시키는 자리도 마련했다.

 

정희림 교사는 “문화재를 지키는데서 그치지 않고 문화재를 지키는 의식 그 자체도 후세에 물려 줄 수 있어야 제2의 숭례문 사고와 같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며, 그날의 오리엔테이션이 화합을 위한 자리가 아닌 궁극적인 목표를 다지는 중요한 자리였음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미애 교사는 “문화재지킴이가 체계적이고 튼튼한 활동들을 토대로 우리가 떠난 후에도 자생력을 기를 수 있도록 신경 써 주고 싶었다.”고 말하면서 “더불어 학생들에게 문화재를 탐구하는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자존감’을 심어 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비슷한 시기 문화재청에서 선발하는 문화재지킴이 연수활동 소식을 접하고는 부랴부랴 참가해 지난 5월 경기도교육청의 ‘지원학교동아리'로 선정됐다.

 

이어 7월 1일 문화재청장으로부터 ’청소년문화재지킴이단‘과 ‘청소년문화재지킴이지도교사’로 회원들과 지도교사 모두가 위촉되는 큰 성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정미애 교사는 “수원 화성은 멕시코나 일본 등 동시대에 유명한 성곽들의 장점만을 가지고 있는 매우 뛰어난 세계문화유산”이라면서 “이런 문화재를 가진 나라의 국민으로서 우리 학생들이 국내 문화재지킴이에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문화유산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세계문화유산지킴’이가 됐으면 한다.”는 더 큰 꿈을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내비쳤다.

 

두 교사와 회원들은 제1기 문화재지킴이 선발대로서 앞으로 생겨날 지킴이들을 위해 선례를 남기고자 신중을 기하고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명문화재지킴이’ 회원들은 답사를 나서기 전 스터디 활동을 통해 이론공부와 토의를 거치면서 동아리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을 세운다.

 

또한 문화유적지를 직접 찾아 모니터링을 한 후 보고서를 작성해 그를 토대로 서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추후 문화재 해설사를 초빙해 수준 높은 강연을 경청한 후 전문가와 그들의 보고서를 토대로 다시 한번 토의를 거친다.

 

단순 흥미 위주의 지식습득에서 머물지 않고 체계적인 연구를 목적으로 한 ‘학술동아리’로서의 면모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활동은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성벽과 바닥에 붙여진 스티커와 껌 등을 제거하는 환경정화활동을 벌이고자 장비를 갖추고 융건릉(융릉·건릉(隆陵·健陵):사도세자와 그의 부인 혜경궁 홍씨의 무덤)에 발걸음을 했을 때였다.

 

정작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지킴이들의 환경정화활동에 대해 문화재청과 도청과의 정확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회원들의 준비가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이후 회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지난 학기 회원들은 학업을 병행하면서 네번의 모니터링과 세번의 학술강연에 참여하는 열심을 보였다.

 

또한, 지난 9월 10일에는 그를 토대로 한 ‘성곽 문화의 꽃, 화성(華城)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제1회 H.Vision 연구발표회를 열었으며 그와 함께 동 주제의 논문집을 출간했다.

 

정희림, 정미애 교사는 논문집을 회원들의 순수한 성과로 돌리기 위해 격려사 첨부여부를 인쇄 당일까지 고민했다고 말하면서 “회원들의 이러한 활동이 비록 ‘연구발표회’나 ‘논문’이라는 수준에는 못 미치겠지만, 이를 준비하는 과정 안에서 ‘할 수 있다!’, ‘해냈다!’라는 자신감을 얻었다면 이후의 동아리 모습은 분명 우리가 꿈꾸는 것 이상이 되어있을 것.”이라며 동아리의 더 큰 미래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청명고 1학년 이우성 학생은 여러 활동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활동으로 중원고구려비 답사를 예로 들면서 “중원고구려비를 마주하고 해설사의 자세한 도움말과 발굴 당시 생생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또, 수원화성이 18세기 동시대에 세계 최고의 기술이 응집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남다른 가치를 담고 있다는 설명을 통해 우리가 그러한 문화재를 지키는 ‘지킴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정희림 교사는 “문화재 자체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 문화재를 지키는 의식까지도 유산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면서 자신이 학교를 떠난 이후에도 학생들이 그와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다.

 

훗날 정희림, 정미애 두 교사의 이와 같은 열정이 학생들을 통해 숭례문 화재와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하는 ‘지킴이’로서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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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는 그 ‘문화’까지도 물려 줄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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