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22(토)
 

[교육연합신문=장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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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차게 허공을 가르는 검끝과 절도 있는 춤사위가 무대를 압도한다. 때로는 부드럽게, 때로는 거침없이 이어지는 몸짓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선조들의 기상과 강제이주의 고난을 견뎌낸 고려인의 강인한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광주 고려인마을 산하 새날학교 고등반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아나스타시아(18)양의 전통검무다. 22일(토) 광주 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이 양은 우즈베키스탄에서 다섯 살 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해 현지 고려인무용단 ‘모란봉’ 단원으로 활동했다. 중앙아시아 순회공연과 각종 무대에서 실력을 쌓았으며,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차례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2023년 국내 귀환을 결정한 부모를 따라 한국에 입국한 이 양은 광주 고려인마을에 정착했다. 낯선 조상의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힌 춤, 그중에서도 검무는 자신의 뿌리와 고려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특별한 언어가 됐다.


이후 매년 고려인마을에서 열리는 3·1절 만세운동 재현행사와 광복절 봉오동전투 재현행사, 기념음악회, 고려인의 날 등 주요 역사문화행사 무대에 올라 검무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 양의 검무는 단순한 춤 이상의 울림을 전한다. 양손에 검을 들고 펼치는 빠르고 힘찬 동작과 절제된 몸짓은 연해주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펼쳤던 고려인 선조들의 기개를 떠올리게 하고, 머나먼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된 뒤에도 민족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온 고려인들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15일 제81주년 광복절 기념음악회에서 펼친 검무 공연은 그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했다. 음악에 맞춰 검끝이 허공을 가르고 힘찬 춤사위가 절정에 이르자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어린 고려인 청소년이 춤으로 되살려낸 선조들의 기상에 깊은 감동을 나타냈다.


이 양의 검무가 더욱 특별한 것은 중앙아시아에서 세대를 이어 지켜온 고려인 문화가 후손을 통해 조상의 나라에서 다시 펼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검끝에는 과거의 기억뿐 아니라 새로운 삶을 개척해가는 고려인 청소년 세대의 당당한 모습도 함께 담겨 있다.


이 같은 문화적 전승은 고려인마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마을 산하 고려인문화관은 고려인 선조들의 독립운동사와 한글문학, 강제이주와 생활사 등을 보여주는 유물 1만2천여 점을 소장하며 고려인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다.


또, 고려인어린이합창단과 청소년오케스트라 ‘아리랑’, 아리랑가무단, 문빅토르미술관 등 다양한 문화예술단체와 기관이 공연과 전시를 통해 고려인의 역사와 문화를 알리며 마을의 문화적 품격을 높이고 있다.


신조야 고려인마을 대표는 “아나스타시아 양의 검무에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선조들의 기상과 수많은 고난을 견뎌낸 고려인의 강인한 생명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중앙아시아에서 익힌 춤을 조상의 나라에서 펼치며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이어가는 모습은 주민들에게 깊은 감동과 자긍심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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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려인마을, '검끝에 담은 고려인의 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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