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31(일)
 
[교육연합신문=시론] 
2016년 3월 서울, 전 세계는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인간 최고수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결은 AI가 인간의 지능을 압도할 수 있음을 증명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3연패의 절망 속에서 맞이한 제4국, 이세돌 9단이 던진 백 78수는 알파고의 연산 오류와 혼란을 유도하며 극적인 1승을 거두었다. 세상은 이를 ‘신의 한 수’라 불렀다. 논리적이고 정형화된 계산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기계 신(神)을 향해, 인간이 던진 돌발적이고도 엉뚱한 ‘돌연변이의 수’가 균열을 낸 순간이었다.

우리는 지금껏 이른바 ‘우물 안의 경쟁’을 펼쳐왔다. 남들보다 한 권의 책을 더 외우고, 소수점 자리까지 정확한 계산을 해내며, 정해진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는 것을 ‘지능’이라 정의했다. 학교는 오류 없는 지식의 복제기를 우등생이라 칭송했고, 부모는 아이들을 그 규격에 맞춰 깎아냈다. 그러나 평화롭던 우물 위로 나타난 AI라는 거대한 존재는 인간이 수십 년간 쌓아온 지식의 성벽을 단 몇 초 만에 허물어뜨리고 있다. 변호사의 법률 지식, 의사의 진단 데이터, 프로그래머의 코드까지 정답이라 믿었던 모든 것들이 AI 앞에서는 헐값의 데이터로 전락했다. 이제 단순히 ‘답을 아는 것’은 실력이 아니다. 정답만을 쫓던 성실한 모범생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먼저 대체될 위험군이 된 것이다. 당신이 알던 ‘공부’는 죽었다.

이제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호모 프롬프투스(Homo Promptus)’로의 진화를 요구받고 있다. AI 시대의 생존 전략은 기계와의 논리 경쟁이 아니다. 논리적 측면에서 인간은 결코 AI를 이길 수 없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해진 길을 이탈하는 돌연변이적 사고이자, 돌발적인 질문으로 정형화된 시스템을 뒤흔드는 능력이다. 뿌리에서 줄기로 뻗어 올라가는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수목형 사고’를 과감히 해체하고, 중심 없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끊임없이 연결되는 ‘리좀(Rhizome)형 사고’로 도약해야 한다. 정해진 전공, 고정된 직업, 규격화된 삶의 궤적을 탈영토화할 때 비로소 새로운 문이 열린다.

지식의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의 종말은, 가장 인간다운 ‘질문의 시대’가 개막했음을 의미한다. 결핍을 느끼고, 의도를 가지고, 세상을 향해 날카롭게 벼려진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야말로 기계가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지능의 최전선이다. AI는 우리를 대체하러 온 것이 아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가두었던 지능의 감옥을 부수러 온 해방군에 가깝다. 기계와 경쟁하기를 멈추고 AI라는 강력한 지팡이를 짚고 일어서는 순간, 인류는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사유의 광야를 목격하게 될 것이다.

지능은 이제 머릿속에 가두는 ‘명사(Noun)’가 아니라, 세상과 접속하고 흐르는 ‘동사(Verb)’다. 내 뇌세포 안에 갇힌 소유물이 아니라, AI라는 지팡이를 짚고 타자와 접속하며 만들어내는 연결의 에너지다. 우물 속의 안락함을 버리고 광활한 야생의 대지로 나설 용기가 필요한 때다. 우리가 던지는 단 하나의 날카로운 질문, 그 돌연변이 같은 ‘87수의 신의 한 수’가 AI라는 거대한 파이프오르간을 울려 세상에 없던 교향곡을 만들어낼 것이다. 우물을 허문 지능의 반란자들이여, 이제 광활한 사유의 야생에서 당신만의 지도를 그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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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時論] ‘신의 한 수’는 질문하는 돌연 변이에게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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