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삶을 사랑하는 교사와 청소년에게
“나는 살아있고, 그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살아있는 것은 아름답다.” 시인 신경림의 이 짧은 문장은 삶의 본질을 꿰뚫는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화려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단지 '살아 있음' 그 자체로 우리가 아름답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 단순한 진실을, 현실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주 잊으며 살아가고 있는가?
요즘 학교 현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아이들, 그리고 지친 얼굴로 교실에 들어서기를 힘겨워하는 교사들로 가득하다. 청소년들은 경쟁과 비교 속에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묻고, 교사들은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해주기 위해 매일 자신을 다그치는 상황이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한 번쯤 걸음을 멈추고, 시인의 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몇 해 전, 한 중학교에서 있었던 일화다. 학급에서 늘 말이 없고 웃지 않던 한 아이를 보고 교사는 처음엔 그저 내성적인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깊은 어둠이 마음에 걸렸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게 된 교사는 충격을 받았다. “나는 그냥 사라지고 싶다. 아무도 나를 모를 때까지.”
그날 밤, 교사는 아이에게 짧은 편지를 썼다. “네가 존재해서 이 교실이 조금 더 따뜻해졌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다음 날 아이는 울면서 말했다. “선생님, 저… 제가 살아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 한 문장이, 그 아이를 다시 살게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지금도 이렇게 말한다. “아이 한 명의 ‘살아 있음’을 지켜주는 게 교육이라면, 그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살아간다는 것은 단지 숨 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삶에, 아이들은 교사의 삶에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아름다운 관계는 삶의 무게를 조금 덜어주고, 버텨낼 힘을 준다. 우리는 ‘성공’이나 ‘성과’만을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시험 점수, 진학, 승진, 성과 … 그러나 그런 것들이 아니라도 살아있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과 시원한 바람, 수업 끝나고 웃으며 나가는 아이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점심시간에 나눈 짧은 대화 한 줄... 이 모든 것이 살아있음의 증거이며, 동시에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지금 그대들이 불안하고 초라하게 느껴질지라도, 그 존재 자체로 이미 충분히 가치 있고 아름답다.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지 않아도,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대들은 의미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교사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사명 속에서, 때로는 자신의 존재가 흐려질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 기다려주는 침묵 속에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당신의 ‘살아 있음’이 누군가에게는 길이 되고, 숨이 된다는 말이다.
신경림 시인은 시집 『가난한 사랑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피투성이로 사랑하면서 살아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그 사랑이 힘들고, 때로는 상처로 남을지라도, 살아가며 나누는 사랑은 결국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들어 준다고 믿는다. 살아있기에 사랑할 수 있고, 사랑하기에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지금 이 순간 힘들고 지쳐도,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아름답다. 교실 속에서, 삶의 한복판에서,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오늘 하루,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살아있고, 그건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도, 작은 목소리로 건네주자. “너는 살아있어서 정말 고마운 사람이야.” 그 한마디가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따뜻한 빛이 될지도 모르니까.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