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자사고와 공립고, 진정한 교육의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
"우리는 이제 ‘어떤 학교가 더 좋은가’를 묻기보다는 ‘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한국의 고등학교 교육은 오랫동안 ‘입시 중심’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 특목고의 기능을 대표하는 유형))와 공립고(일반고의 대표적 유형)다. 자사고는 “자율”이라는 이름을 달고 탄생했지만, 실상은 경쟁 위주의 교육을 심화시키는 제도로 전락했고, 공립고는 형식적인 평등에 갇혀 교육의 질적 다양성을 놓치고 있다. 이 두 제도가 과연 우리 사회가 추구해야 할 교육의 방향과 부합하는지, 진지하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자사고의 존재 이유를 보자. 그것은 한마디로 다양성과 자율성에 있다. 학교마다 독자적인 교육과정을 구성해 학생의 개성과 창의성을 신장하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상당수 자사고는 명문대 진학률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사실상 ‘입시 사관학교’로 기능하고 있다. 예컨대 전국적으로 유명한 지방의 한 자사고는 2024년도 약대 및 의학계열(의⋅치⋅한⋅수)의 진학률이 졸업생의 40~50%에 이르렀다. 가히 ‘의대 사관학교’인 셈이다. 이런 성향으로 보아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라 할 것이다.
서울 강남의 일부 자사고는 내신(수시전형)보다 수능(정시전형) 준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단편적인 총평에 불과할 뿐이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공교육의 정상적인 흐름을 크게 왜곡시키고 있는 점이다.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를 고착화시키고, 사교육 의존도를 높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구조는 교육 기회의 불균형을 초래하며, 가정의 경제력이 곧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이른바 ‘부의 세습’을 부추기는 불공정한 환경을 조장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전국적으로 일반화 되어가는 경향이라 볼 수 있다.
반면에 공립고는 제도적으로 평등을 지향한다. 대부분의 학생이 거주지 학군 내 무작위 배정을 통해 진학하며 교육의 형평성과 접근성 면에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교육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통 교과 위주의 교육은 평균적인 학생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뛰어난 학생이나 특별한 관심사를 가진 학생에게는 도전이나 자극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교사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학교 자체도 혁신적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에 집중한다. 그 결과, 공립고는 때때로 ‘관리형 교육’에 머무르며 학생의 잠재력을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결국 자사고와 공립고 모두 교육의 본질에서 어긋난 점이 드러나고 있다. 부연하자면 자사고는 지나친 경쟁과 서열화로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고, 공립고는 제도적 평등에 안주한 채 학생 개개인의 다양성과 성장 욕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이 양극단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교 교육은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한 ‘통과의례’가 아니라, 삶을 설계하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견하는 시기여야 한다, 입시 실적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다양성, 그리고 학생의 성장 가능성을 중심으로 한 학교 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첫째, 고교체제 개편 논의는 입시 결과가 아닌 교육의 본질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나 전환을 단순한 ‘형평성’ 차원이 아니라, 공교육 전반의 질적 향상과 연계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둘째, 공립고에도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확대해 각 학교가 지역 특성과 학생의 요구에 따라 특색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점차 확대하려는 자율형 공립고(자공고) 2.0 정책의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해 교육의 주체로서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는 자사고, 공립고 모두에 해당한다.
우리는 이제 ‘어떤 학교가 더 좋은가’를 묻기보다는 ‘학교는 무엇을 위해 존재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진정한 교육은 성적이 아닌 삶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자사고든 공립고든, 그 학교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가능성을 존중하고, 미래를 살아갈 민주시민의 자질과 역량을 길러주는 곳이라면, 비로소 교육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 교육연합신문 & www.eduyonhap.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