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교육칼럼] 좋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좋은 교사는 앞에서 선도하는 사람(First Mover)이 되어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의 지지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 믿는다."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좋은 교사는 어떤 사람인가?” 교육계에 몸담은 지난 40년 세월 동안 필자는 수없이 이 질문을 되뇌었다. 교사로, 교감으로, 그리고 교장으로 다양한 학교와 아이들을 만나며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삶 속에서 찾고자 노력해 왔다. 필자는 그 과정에서 특히 학교의 관리자가 되어 봉직했던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 현장이 중요한 마무리이자 사고의 큰 전환점이 되었음을 고백하고자 한다.
첫째, 좋은 교사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람이다. A학교에서 한 학생이 잦은 지각과 무기력한 태도로 교내 문제아로 낙인찍히곤 했다. 그 아이와의 쉽지 않은 대화를 통해 밝혀진 것은, 아침조차 거르며 열악한 가정환경 속에서 힘겹게 상당한 거리의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었다. 그 후 필자는 담임교사와 함께 아침 간식을 제공하며 생활지도를 병행했고, 점차 그 학생은 자율적으로 교내활동에 참여하고 수업에도 몰입하기 시작했다. 이 학생을 통해 결과보다 과정을, 성적보다 사람을 먼저 보는 교사의 시선, 그것이 한 아이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둘째, 좋은 교사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다. B학교 재직 당시, ‘자기주도 학습 프로젝트’ 운영을 권장하고 관리하며 교실 구조를 바꾸는 공간 혁신을 통해 교육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기존의 일방향 수업 대신 학생 주도 토론과 탐구 과제를 중심에 둔 일명 프로젝트 수업(PBL) 방식이었다. 초기에는 “답이 없으면 어떻게 공부하나요?”라는 학생들의 불안한 질문이 많았지만 필자는 선생님들도 답을 모를 수 있고, 따라서 교사-학생이 함께 찾아가는 과정이 교육이라고 학생들과의 진솔한 대화 시간을 이용해 설득해나갔다. 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틀려도 괜찮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스스로 탐구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다. 이로써 진짜 배움은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중에 그 아이들이 발표를 통해 한 뼘씩 크게 성장한 사실이 놀라웠다.
셋째, 좋은 교사는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다. C학교에서 근무할 당시 학생회 학생들과 1:1 면담을 실시했던 일이 있다. 학생들의 이름을 외우고, 복도나 운동장, 또는 도서관에서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즉시 말을 건넸다. “○○야, 오늘 하루 어땠어?”, “◇◇야, 요즘 어떤 책을 읽고 있어?”라는 짧은 질문에도 아이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교감 선생님이 제 이름을 알아요.”라는 한 학생의 말에서 필자는 교육의 본질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진심 어린 관심은 지시보다 강력하고, 사랑은 어떤 교육 기술보다 깊은 울림을 남긴다는 사실을 말이다.
현재 필자는 교직을 떠났어도 여전히 우리 교육에 대해 생각하고 어떤 교육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사유하며 글을 쓰고 있다. 지금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를 쓰면서 과거 필자 자신도 결코 완성된 교사가 아니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신한다. 좋은 교사는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 매일 아이들 앞에 진심으로 서려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 어딘가에서, 아이 한 명 한 명을 위해 애쓰고 있는 모든 교사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스스로 묻기를 바란다. 당신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 그리고 어떤 교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말이다. 좋은 교사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예컨대 인공지능(AI)과 로봇, 첨단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디지털 시대에는 ‘질문하는 학생’에 중점을 두고 가르쳐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변함없이 좋은 교사란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기다려줄 수 있는 인내심, 아이들의 실수나 과오를 너그럽게 수용하고 오히려 이를 격려하고 응원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다.
갈수록 힘들고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사도를 걸으며 ‘교학상장’, ‘청출어람’ ‘솔선수범’의 교육사상과 철학을 실천하며 교사 본연의 길을 가고 있는 선생님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저절로 존경과 사랑의 마음이 앞선다. 좋은 교사는 결코 화려한 언변이나 계획된 꾸밈이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라 앞에서 선도하는 사람(First Mover)이 되어 학생과 학부모, 동료교사의 지지와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 믿는다.
▣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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