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0(월)
 
[교육연합신문=윤도연 기고] 

윤도연.jpg

새 학기가 어느덧 한 달 뒤로 다가왔다. 처음 유치원에 들어가는 두려움, 초등학생이 되었다는 설렘, 중학교에 입학하는 기대감, 고등학생이 되었다는 긴장감. 혹은 벌써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는 걱정과 곧 어른을 앞두고 있다는 들뜸. 새로운 학생이 되어 새로운 공간에 가는 건 아이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색다른 감정을 준다. 
 
이렇게 우리는 학생으로서든 학부모로서든 혹은 교육자로서든 매년 새로움을 경험한 적이 한 번 이상은 있다. 예전의 학생이든 지금의 학생이든 우리는 학교를 통해 정해진 교육 과정에 밟으며 차근차근 학년마다 알맞은 지식을 습득한다. 분명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요즘 애들은’이란 말이 나올까.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로 꼽히는 건 바로 ‘요즘 애들’의 ‘어휘력’이다. 금일을 금요일로 오해했다는 일화, 심심한 사과를 정말 지루한 사과라는 의미로 이해했다는 사건 등은 이제 널리 퍼진 이야기다. 해당 뉴스를 접한 소위 ‘어른들’은 당황하며 놀란다. 그리곤 말한다. ‘요즘 애들 어휘력이 정말 심각하구나.’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놀라운 일이긴 하다. 필자 역시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다 당황한 적이 몇 번 있다. 문학을 읽다 “여기서 며느리가 누굴까?”라는 질문에 아이들이 머뭇거리길래, 설마 싶어 며느리의 정의를 물어보자 “아내요?”라는 답이 나왔다. 그 이야기를 들은 동료는 중학교 학생들이 ‘첩’이란 단어를 ‘간첩’이라 착각하더란 경험을 들려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아이들이 일생 ‘며느리’와 ‘첩’이란 단어를 접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아이들이 태어난 시점의 한국은 이미 핵가족화가 되었으며, 이혼이란 제도가 이미 실생활에 익숙해진 뒤였다. 따라서 해당 단어들은 중학생들에게 고릿적 단어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뿐만 아니다. 요즘 아이들의 어휘력을 비판하는 어른들은 어릴 적에 무엇을 하고 놀았을까. 책을 읽거나 나가서 뛰어놀았을 것이다. 당연히 스마트폰 또한 없었다. 자연스럽게 풍부한 어휘를 접하고 타인과 의사소통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다. 이웃 간 공동육아 또한 대가 없이 이루어졌던 시기도 있었다. 자연스럽게 또래와 교류하고, 다른 어른들과의 의사소통할 기회가 많았다. 이는 또래 언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단어와 고급 어휘 등을 쉽게 익힐 수 있는 경로가 되었다. 
 
반면 지금은 당연한 맞벌이에, 부족해진 공동육아로 인해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휴대폰 세상과 익숙해진다. 매일 같이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는 인터넷 세상 속에서 ‘며느리’와 ‘첩’이란 단어를 배울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이 단어를 모른다고, 아이들 탓만 할 수 있을까. 혹은 휴대폰 탓만, 가정교육 탓만, 학교 탓만 할 수 있을까. 
 
어휘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MZ세대’라는 명칭으로 한 세대를 싸잡아 이야기하며 정작 이면의 원인과 해결책은 장막 속에 덮어둔다. 바쁜 현실로 인해 유아기 아이들에게 유튜브를 쥐여준 부모를, 책 대신 이미 익숙한 영상 매체를 택한 학생을, 독서를 강제하지 않는 학교를 손가락질 하는 것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부모에겐 아이들에게 유튜브 대신 소통할 수 있는 체력과 시간을, 학생에겐 스스로 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활자에 대한 익숙함을, 교사에겐 자연스럽게 어휘력과 의사소통 능력 강화 교육을 할 수 있는 여력을 주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제도, 가정, 학교 모두가 3인 4각 달리기를 해야 한다. 
 
교육은 바쁘게 바뀌는 세상 속, 창의적이고 글로벌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서·논술형 확대, 디지털 교과서, 고교 학점제 등. 그러나 부족한 어휘력으로 인해 세대 간 소통 갈등을 겪는 시대, 균형적인 미래 인재를 만들기 위해선 교육 혼자만의 노력으로는 부족하다. 바뀐 교육과정의 옆에 아이를 자발적 독자로 만드는 가정과, 그러한 가정이 가능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 지원이 함께 해야 할 것이다. 
 
3월, 새 학기의 시작과 함께 자신만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 아이. 한 쪽에 글이라는 새로운 간접 경험의 세계가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를 바란다. 
 

윤도연.jpg

▣ 윤도연
◇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석사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재학

전체댓글 0

  • 35323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기고] 어휘력 부족,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