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7(목)
 

[교육연합신문=윤도연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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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5분부터 40분까지 비행기마저 착륙하지 못하는, 한국인 모두가 한 마음으로 배려하는 ‘수능’이 끝났다. 

 

그중 유독 관심을 받는 학생이 있다. 바로 수능 만점자 11명 중 유일한 일반고 고3 학생인 서OO 군이다. 그가 주목 받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수능 만점을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의대 진학을 하지 않고 공대에 진학하기 때문이다. 그의 결정은 뉴스 제목으로 “의대 생각 없다”, “의대 갈 생각 없어요” 등이 될 만큼 화두가 되었다. 

 

개인의 전공 선택이 뉴스가 될 만큼 한국에서 의대, 특히 ‘서울대 의대’가 가지는 의미는 크다. 이왕 대학을 갈 거면 인(in)서울, 그중에서도 상위권, 가능하다면 의대. 이미 우리는 위계적 피라미드를 손쉽게 상상할 수 있다. 따라서 피라미드 꼭대기를 선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하지 않은 서OO 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에게도 ‘서울대 의대’가 피라미드 꼭대기일까. 아니다. 어릴 적부터 컴퓨터 공학에 관심을 가진 그에게 가장 최고의 선택은 바로 ‘컴퓨터 공학과’이다. 타인의 전공 선택이 뉴스로 도배되는 세상. 언제부턴가 대학과 전공은 개인의 선호가 아닌, 피라미드 순서에 맞춰 들어가는 관문이 되었다. 

 

서OO 군의 고등학교도 이슈가 되었다. 해당 고등학교에서 서울대 합격자가 몇 명이 나왔는지 해당 학교가 어떤 학습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지 등에 대한 정보가 계속해 올라온다. 해당 고등학교만 가면 서울대에 갈 확률이 높아지는 것마냥 학부모의 관심들도 뜨겁다. 

 

실제로 소위 ‘상위권 대학’에 잘 보내는 고등학교는 인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소위 ‘명문고’는 대부분의 서울에 있다. 2024년 서울대 지역별 최초 합격자만 보더라도, 서울이 35.4%로 압도적으로 높다. 그중에서도 강남구가 7%로 가장 많으며, 이후 종로구, 성남시, 서초구 순이다. 분명 똑똑한 아이가 많으면 경쟁이 더 심화될 텐데도 불구하고 교육에 있어서 서울 선호 현상은 줄어들지 않는다. 위장 전입부터 학원 투어까지의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대학을 잘 가고싶은 사람들이 서울로 모이고 대학을 잘 보내준다는 사람들도 서울에 모인다. 경쟁과 정보 모두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교육적 관심도로부터 소외당하는 지역이 생기기 마련이다. 문화자본과 경제자본의 격차를 고려해 농어촌전형 등 다양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주고자 하나, 문제는 여전하다. 격정적인 경쟁을 거친 아이들 사이, 은밀한 차별이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 내에서도 또 다른 위계 질서가 생겨난다. 

 

러닝이 유행하니 ‘러닝화 계급도’가 유행하는 사회다. 오래 전부터 위계 질서가 사회 시스템 내에 자리잡은 탓이다. 문제는 교육과 미래 선택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써 기능하자 ‘대학 순위’가 공고해졌다. 물질만능주의가 계속되자 수입이 ‘직업 선호도’를 결정짓는 기준이 되었다. 서울에 가면 혹은 명문고에 가면 ‘좋은 학벌’, ‘좋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니. ‘서울, 명문고’와 ‘비서울, 일반고’ 사이의 빗금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 지역 차이 등을 넘어 실질적 학업 성취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위계적 피라미드 계급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다. 어쩌면 가장 평등해야 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불평등하다니. 오랜 시간 차곡차곡 쌓아온 ‘계급도’는 한순간에 바뀌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지역이나 학교가 다르다고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절망하고 순응하지 않도록. 어릴 때부터 인생이 결정되지 않도록 말이다. 그 노력 속에는 전문성을 가진 교사, 차등 없는 교육 기회, 자식을 계층 이동 사다리로 여기지 않는 학부모, 대학별 위계서열을 완화하고자 하는 사회 등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개정된 2022 교육과정의 목표가 주체적인 글로벌 인재를 기르는 게 목표라면 우리는 정말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학교에서 온, 다양한 직업의 아이들을 만나고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보다 다양한 사회를 위한 한 걸음이다. 

 

우리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을 의대만을 목표로 하는 아이로 교육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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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연

◇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석사 졸업

◇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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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의대만 가면 행복한 학생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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