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28(목)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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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의 정규 교육이 끝나는 시간대인 오후 2시 경, 각 유치원 앞에는 학원의 미니 소형 버스들이 대기하고 있다. 하나둘씩 아동들을 예체능(태권도, 합기도, 음악 등) 및 수학, 언어, 영어 등 다양한 종류의 학원으로 실어 나르는 모습은 이 나라 조기교육의 실태를 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오늘날 대부분의 젊은 부모가 직장 생활을 하고 또 아이를 돌볼 조부모조차 사정이 여의치 못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런 이유 외에 우리의 과도한 조기 교육열이 초래하는 이런 모습은 정도의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의 유치원 아동들에게 해당한다. 
 
오후 4시 무렵, 유치원의 방과 후 학습이 끝나는 시간에는 더 많은 학원의 차량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아이들을 실어 나르기에 분주하다. 심지어 개별적인 이동이 아닌 소수 집단의 아동들이 함께 이동하기도 한다. 그들의 얼굴엔 피로감과 함께 이미 지쳐있다. 어느 날 궁금하여 필자가 묻는 질문에 한 아이는 “학원에 2번 가야 해서 힘들어요!”라고 푸념하듯이 말했다. 순간 그 어린 눈동자는 더욱 슬퍼보였다. 이렇듯 우리의 조기 교육은 불가피한 경우나 의도적인 경우나 어린 아이들을 지치게 만든다. 참으로 측은하기 짝이 없다. 
 
최근 동아일보(2024. 5. 2.)는 “조기 학습한 초등생 성적 봤더니… 세 살 교육, 아홉 살까지만 갔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여기서 조기 교육 프로그램이 아이의 장기적인 학업 성과 향상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믿음에 반하며 과학적인 근거 또한 부족함을 제기했다. 기사에 의하면 조기 교육으로 1997~2003년과 2007~2011년 미국 보스턴 공립 유치원이 운영한 프로그램 참여자들에게 10년 후에 나타난 결과는 조기 교육 자체의 효과보다는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미친 환경적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미국 테네시 유아원이 실시하는 2009~2010년 조기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을 분석한 연구는 아이들이 학업 성취 향상이 초등학교 3학년(만 9세)까지만 관찰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의 마지막 단계를 이수할 즈음에는 읽기, 쓰기, 계산 평가에서 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아이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3학년이 되자 이런 학업 향상은 일부 과목에서는 관찰되지 않았다. 반면에 6학년(만 11세)이 되자 프로그램을 이수한 아이들 중 일부는 수학과 읽기 시험에서 비참여 아이들보다 훨씬 낮은 점수를 받았다. 더 중요한 사실은 일부는 학교 규정을 위반해 징계 받는 등 사회성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보였다. 
 
최근 조기 교육 프로그램의 장기적인 영향을 부정하는 대규모 연구 결과도 주목된다. 2002년 미국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유아교육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Head Start)’에 참여한 만 3~4세 아동 4667명을 분석한 결과, 단기적인 학업 성취도는 향상되었지만 1년 혹은 2년 과정의 프로그램을 거의 마칠 무렵에는 비참여 아이들과 비교해 읽기와 쓰기 능력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3학년이 되자 언어, 수학, 사회적 기술 등 세 가지 영역 중 어느 영역에서도 비참여자들 보다 우수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음을 보고했다. 
 
이런 연구 결과를 토대로 우리는 판단할 수 있다. 저마다 심혈을 기울여 실시하는 조기 교육 내지 선행 학습은 그 효과가 청소년기와 성인기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우리의 중고등학교에서 정기고사 이후 주입식으로 우겨넣은 공부는 바로 잊어버린다는 사실과 같다. 대개 반짝하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뿐이다. 이런 효과라도 얻기 위해서 막대한 경제적 부담과 육체적⋅심리적 피로의 누적은 결국 어린 나이부터 공부의 흥미를 잃는 등 부정적 효과에 압도당한다. 과연 이렇게 조기 교육을 시킬 것인지 진정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은 이제 ‘반인권적’ ‘반교육적’ 오명을 탈피해야 한다. 가정 경제마저 흔드는 사교육비는 2023년에 27조 1000억 원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조기 교육으로 인해 공부에의 열정과 호기심을 상실하는 것은 평생교육 시대에 필요한 교육의 지속성에도 큰 장애일 뿐이다. 매일매일 정신 줄을 놓고 학원으로 뺑뺑이 돌며 주입식 교육과 입시에 몰입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 이를 알고서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강행하는 우리의 조기 및 선행 교육은 이제 ‘호모 루덴스’ 즉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학습 효과와 인간의 존엄성을 키우는 선순환으로 인성교육까지 겸하는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조기 교육, 진정 누구를 위해 맹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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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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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조기교육 효과는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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