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일본 소도시 기행 - 돗토리현
"개발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은 시가지에서 다이센 방향으로 약 14km 거리에 있다. 농가와 건널목, 마을을 지나고, 구불거리는 산길을 돌아가다, 과연 이 길이 맞나 의심이 들 무렵 왼쪽에 갑자기 툭 트인 공간이 보인다. 노출 콘크리트 질감의 하얀 건물, 4개의 전시실이 '소녀 사태' 사진 속 4명의 무심한 소녀들처럼 제각각 서 있다.
인상적인 사진작가 앙리 까르띠에 브뢰송에게서 결정적 순간을 담는 사진예술을 배웠다. 세바스찬 살가두에게서는 평등과 정의의 사회참여를 가슴으로 느꼈다. 반면, 우에다 쇼지는 일상을 바라보는 편안함을 전해준다. 사진예술은 잘 모르지만, 사진이 내게 그런 느낌으로 말을 걸어온다. 모교 순천여고 교복과 똑같은 세일러복을 입은 두 소녀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너무 궁금했던 사진도 있었다. 주변의 작은 것 하나도 애정과 관심을 갖고 표현하는 것의 즐거움, 자신의 관점에서 철학과 생각을 네모난 앵글에 담는 것이 사진의 매력일까?
1995년 개관한 우에다 쇼지 사진미술관은 그가 기증한 1만 5000점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건축가 다카마쓰 신이 다이센을 반사와 대칭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디자인하여 편안함과 친근감을 주는 코너들이 많다. 미술관 안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카메라 렌즈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카메라 앵글처럼 만든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한편에는 다이센을 배경으로 모자와 지팡이를 들고 찰리 채플린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다. 다카마쓰 신은 오키나와 현립미술관도 설계한 건축가이다. 미술관 로비에서 둥글게 천장을 받치고 있던 우아한 조형물 속으로 실내에 빛이 들어오던 모습이 생각난다.
둘. 맷돌카페를 만난 구라요시
돗토리 사구 가는 길에 구라요시 마을에 들렀다. 시라카베 도죠는 하얀 벽 창고, 아카가와라는 붉은 기와이다. 에도 시대 지어진 창고와 상인들의 거주지를 그대로 보존해 놓은 마을이다. 회반죽을 바른 흰색 벽에 검게 그을린 삼나무 판자를 덧대고, 지붕엔 빨간 기와를 얹은 창고들이 수로를 따라 늘어서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흐르는 수로에는 파란 하늘이 담겨 있고, 목조건물이 즐비한 옛 거리는 고즈넉함이 느껴진다. 사진 찍기에 부족함 없는 맑고 화창한 날씨였다.
점핑을 해보기도 하고, 잠시 앉아 쉬어보기도 하면서 헉헉~. 가장 높은 지점인 ‘우마 노세’(말의 등)로 향했다. 포기하지 않고 언덕 위에 오르니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어준다. 해변까지 광대하게 펼쳐진 사구가 눈에 들어오고, 모래 언덕에는 아름다운 물결 무늬가 선명하다. 바람이 모래 위에 그리는 문양이 시시각각 변한다. 사구는 ‘자연의 캔버스’라고 하는데, 바람의 흔적을 보려고 연간 250만 명 이상이 찾아온다. 문득 작은 깨달음. 지정하여 보존한다고 개발할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이건 사람이건...
우리나라 충남 태안에도 사막이 있다. 바로 신두리 사구. 돗토리 사구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해안에 모래 공금이 많고, 탁월풍인 북서풍의 작용이 활발하고바람에 날리는 모래를 퇴적시키기 좋은 식생이 있는 신두리에 사구를 형성했다. 사구 안쪽에 막자사발 스리바치[すりばち]와 같이 움푹패인 숟가락 모양의 블로우 아웃도 형성되어 있다. 뿌리가 깊고, 키가 작은 염생식물은 지면에 붙어 바닥을 기거나 비스듬하게 옆으로 뻗으며 자라는 대신, 모래를 지탱시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사구를 발달시킨다. 2001년부터 모래포집기를 설치하여 지속적으로 복원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4, 9일을 사구의 날로 강조하고, 특히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향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넷. 요나고 가이케 온천지역
해안선 따라 1㎞에 걸쳐 있는 가이케 온천. 100년 전 한 어부가 수심이 얕은 곳에서 뜨거운 물이 뿜어져 나온 것을 발견했다. 가이케는 "모두를 살린다"는 뜻으로 탁월한 치료 효과 알려져 일본 천황도 다녀간 곳이다. 해수온천이라 해수욕과 온천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신진대사를 돕고,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높여준다고 하니 연 40만~50만 명 정도 다녀간다. 또한 일본의 철인 3종 경기 발상지로 매년 이곳에서 수영, 사이클, 마라톤 3종 경기가 개최되고 있다.
다섯. ‘게게게의 기타로’ 사카이미나토
유메미나토 타워는 여권 제시하면 입장료는 반값, 지상에서 가장 낮은 43미터 타워이다. R층에서 360도 뷰로 바라보는데 아름다운 해안 경치가 쭉 이어진다. 멀리 산인지방의 후지산이라 불리는 다이센도 보인다. 행복의 종, 일본 전망대 20여 곳 사진 등을 간단히 둘러 보고 공항으로 가는데 10분 정도다. 크루즈 터미널도 근처에 있으니 교통 입지가 편리하다. 이 곳의 성공은 시장의 리더십, 시민들의 참여와 여러 가지가 서로 맞춰졌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사업의 기본은 함께 참여하기이다. 미래 사회는 협력의 시대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