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0(토)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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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언어는 그중에서도 중요한 요소이다. 언어는 관계를 이어나가는 주요 수단이다. 인간의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만 살 수 있는 생명체이다. 때로는 육체적 고통보다 말에 의한 고통으로 힘든 경험이 있었다. 현대의 약자들은 과거의 노예가 받던 가죽 채찍 대신 말의 채찍을 견디며 산다. 존중받는 사람으로 살고 싶은 것이 본능이다. 동물처럼 먹고 자는 것만으로 인간은 만족하지 못한다. 자신의 존재 이유도 스스로 존중받는 존재라는 기본 위에 서 있어야 한다. 살면서 기대와는 달리 자신만의 이익이나 목표만 보고 공격적인 말을 하는 사람 때문에 상처를 입는다. 

 

교사의 말은 엄중하다. 학교폭력에 대한 기사 밑에 있는 댓글에는 수십 년이 지난 시간에도 자신에게 아픈 말을 했던 교사에 대한 증오의 글이 올라온다. 그 말은 그대로 옮기기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얼마나 깊은 상처로 남았기에 수십 년 세월에도 잊히지 않을까. 학부모가 된 나이까지 교사의 아픈 말들이 생생하게 삶에 남아있었다. 반면 교사의 칭찬 한 마디로 꿈을 이루어 유명인이 된 사람의 인터뷰도 보았다. 

 

사회생활에서 말의 기본은 배려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말 속에 있어야 사람의 말이 된다. 배려가 없이 나만 생각하는 말하기는 동물적인 말이다. 이해하고 손을 잡아 주는 말이 아니라 돌로 가슴을 치는 말은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 

 

대낮에 시각장애인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서로 몸을 부딪쳤다. 한 사람이 말했다. “아니 이 사람아 두 눈 똑바로 뜨고 다니지 못해” 그러자 다른 시각장애인 한 사람이 말한다. “보면 모르냐?” 

 

직장에서 가장 힘든 업무는 자기가 맡은 일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한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자신만이 가장 힘들고 어려운 사정 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상대방도 같은 힘겨움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힘들면 상대방에게 소리를 쳐도 괜찮고 무례를 범해도 된다는 논리이다. 상대방은 더 힘든 상황일 수 있다. 

 

목소리를 크게 높이는 사람일수록 존경을 받는 사람은 드물다. 직장에서 자신과 업무 성향이 다르다고 상대방에게 큰 소리를 지르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상사라면 일은 자신의 성향대로 나아갈지는 모르지만 아래 직원은 상사에게 불만과 원망을 가질 것이다. 당연히 인화는 멀어진다. 그런 직장에 다니고 싶은 사람은 없다. 

 

이솝우화에 입에서 보석이 나오는 아가씨와 뱀과 같이 징그러운 것이 나오는 아가씨 이야기가 나온다. 불쌍한 노파를 도와준 아가씨는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귀한 보석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부러워 한 다른 아가씨가 우물에 갔지만 노파를 도와주지 않고 비난을 하고 집에 오자 온갖 징그러운 생물들이 말을 할 때마다 입에서 마구 나왔다. 살면서 이 단순한 이야기가 자꾸 마음에 그려졌다. 말을 직업으로 하는 교직에 있기에 더욱 그랬다. 평생을 입에서 징그러운 것만 뱉어내는 것은 본인에게나 그 사람들 곁에 있는 사람에게나 불행한 일이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말을 중간에 끊거나 왜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냐고 윽박지르거나 내 방식대로 따르지 않으면 적으로 간주하거나 하는 말하기는 모두 징그러운 뱀보다 더 큰 공포를 주는 행위이다. 그러한 말로 상처를 입으면 일회용 밴드로는 쉽게 치료가 되지 않고 오랜 동안 상대방에 대한 증오만 남는다. 강압적 말하기를 하는 사람이 있는 직장이 있다면 직원들은 출근도 싫고 캄캄한 터널을 가는 힘겨움을 느낄 것이다.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상대를 존중하며 상대의 힘든 점을 위로하고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살피고 상대의 자존감을 올려주고 어두운 밤길을 가는 친구에게 등대보다 환한 현명한 조언을 주는 말은 보석보다도 값지다. 사막과 같은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따스한 체온과 같은 정겨움을 준다. 살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하고 세상을 보다 환하고 아름답게 만든다. 

 

말의 중요성에 대한 책이나 조언이나 격언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말을 하지 않고 살기는 불가능하다. 때로는 상대방에게 불편한 조언을 하거나 업무지시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해야 하거나 상대방이 꺼리는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을 하자는 것이다. 상대의 눈을 똑바로 쏘아보며 목소리를 높이며 내 의견만 받아들이고 상대방의 의견은 듣는 둥 마는 둥 무시하지 말고 진지하게 상대방 입장에서 상대방의 자존감을 세워주면서 나아갈 바를 함께 논의하고 고민하는 말하기를 해 보자는 것이다. 

 

교육의 기본은 소통이다. 인격적이고 민주적이고 인간다운 사람으로 길러내기 위해서는 그러한 대접을 학교나 가정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워서 말이 거칠어지고 있다. 교사들도 힘들고 학부형들도 힘들고 학교 관리자도 힘들어하고 있다. 여유가 있어야 말도 곱게 나온다. 하지만 세상이 각박하고 힘들어도 선생은 말을 곱게 해야 한다. 

 

교사는 매일 학생에게 말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징그러운 뱀인가 아름다운 보석인가를 자문해보자. 교실에 뱀을 한가득 풀어놓은 교사가 되지 말자. 따스하고 삶의 도움이 되는 보석보다 아름답고 소중한 말을 하자. 학생들의 가슴과 삶에 뿌듯하고 자존심이 충만한 그런 교실을 만들어 보자.

화향십리(花香十里) 인향만리(人香萬里)라고 하지 않던가. 저 곱디고운 이팝나무 꽃의 화려함과 향기는 바람에 스쳐 한 계절을 못 가지만 교사의 말이 풍기는 인품의 향기는 수십 년을 학생의 가슴에 남아 꽃을 피우고 열매를 튼실하게 맺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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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학생교육문화원 예술진흥부장(교육연구관)

◇ 천안서산고등학교 교장

◇ 천안쌍용고등학교 교감

◇ 충청남도교육청 장학사

◇ 한국교원대학교대학원 국어교육과 졸업

◇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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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인품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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