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김현구 기자]

'상지대 사태'가 좀체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끝없이 표류하고 있다. 가뜩이나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인 요즘의 시절에 비추어 보면 그 여파가 취업준비에 여념이 없을 학생들에게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0월 16일(금) 상지대학교 ‘상지정신실천교수협의회’에 따르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업에 열중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생들이 징계 교수들과 연계해 대학 강의실의 책걸상을 복도에 쌓아놓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강의는 야외나 휴게실, 또는 식당 등을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는 있겠지만 엄연히 다수를 향한 소수의 폭력이다. 그러나 학생들 탓할 일이 아닌 듯하다. 학생들이 폭력과 비리 교수들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었겠는가? 학교 측은 담당 교수들의 요청에 따라 책걸상을 강의실에 들여 놓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80년대 말, 메스꺼운 가스로 뒤덮인 대학가에 날아든 최루탄에 맞아 학생들이 다치고 심지어 목숨까지 잃기도 했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들을 위한 장례식이 엄숙하게 진행되고, 이들에겐 열사의 호칭이 부여돼 지금도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
하지만 우리 손으로 일구어 낸 민주화 운동 또한 양면성을 지닌다. 그 뚜렷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은 약화되었고 법질서는 무시되기 일쑤였다. 당시 민주화의 바람은 거셌다. TV 자료 화면으로 종종 접하게 되는 80년대 군부 독재에 맞선 민주화 투쟁. 민주화를 외치면서 굴곡 많은 세월을 잘도 견디어 왔다.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현실이 유토피아인 것은 물론 아니다. 민주화는 이루어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팍팍하다. 그래서 만나는 이들마다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재밌는 현상이 생겨났다. 민주화 운동의 후유증이랄 수 있는 법질서의 붕괴 현상이 그것이다.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도리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순진한 이들을 선동해 그 잘못을 은폐하고, 나아가 법질서를 부정하는 일련의 행위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는 팍팍한 현실이 한몫을 거들고 있다. 상지대 사태가 이 경우에 딱 들어맞는 듯싶다. 상지대학교는 김문기 박사가 원주시 우산동 일대에 학교부지를 매입해 상지학원에 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설립한 대학으로, 임시이사 파견 직전까지 학교법인의 운영권을 행사하던 종전 이사는 김문기, 김옥희, 권순형, 김준기, 조규문이라고 사법부의 확정 판결문(2004나 30776, 2006.2.14. 선고)에 명시되어 있다.
또한, 사학분쟁조정위원회(2010년 8월 9일)에서도 상지대학의 정상화 결정을 내리면서 법적 결정에 승복할 것과 종전이사에 의해 계승되어온 건학이념을 존중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명문사학 상지대 사태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지난 1992년 김영삼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작됐다. 1992년 9월 상지대 어느 전임강사가 교원인사위원회에서 연구실적 미달로 재임용에 탈락하자, “재임용 탈락 철회 및 제도 폐지”를 주장하며 당시 몇몇 교수와 동조해 학원 분규를 빚어 왔다고 한다.
‘민주화’ 운동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절, 민주화를 가장한 이들은 김문기 설립자 겸 종전 이사장을 겨냥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가 하면, 각 기관과 부처를 대상으로 투서도 일삼았다고도 했다. 인장까지 도용해 위조 사문서를 교육부에 보낸 결과,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 전원의 승인이 취소되는 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 1993년 6월 4일에는 임시이사 파견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지대는 임시이사 체제 동안 더 심각한 문제가 불거진다. 학교 행정의 파행을 겪은 것은 물론 부정과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들은 자신들을 반대하는 평교수나 신임 교수들을 대상으로 '교원 품위유지저촉'이라는 막연한 이유를 들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파면시키는 반면, 자신들에게 협조하는 교수들은 형사처벌을 받았을지라도 재임용은 물론 승진까지 시키는 등 무소불위의 '갑질'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사법부 조사에 따르면 1992년 조성된 학교발전기금 241억 원이 다음해인 1993년에 파견된 임시이사들과 총장들에 의해 전액 증발되고, 학교부지 4,868평은 건축업자에게 임의로 매각됐다고 한다.
또, 2002-2010 회계연도 9년 동안 교비회계에 계상하지 않는 수법으로 100여억 원의 비자금이 조성되는가 하면, 매 회계연도 말 이월금이 허위로 축소, 조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동일 기간에 주요 보직자 및 각 부서의 법인카드 사용 총액은 무려 80여억 원에 육박하고, 총장과 부총장의 업무추진을 위한 법인카드 사용액이 연간 1억 8천만 원을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심지어 고급 룸살롱 같은 유흥업소에서 학교 업무가 추진되는 추태가 연출되기도 했으며, 불법과 비리의 근원인 분규 세력의 실체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후 이들은 김문기 설립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거나 비리와 폭력행위 등의 죄명으로 기소돼 벌금형에 처해지며, 학교법인 상지학원 정관, 교직원 인사규정 및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겸직금지 의무”를 위반했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이들 징계 교수들은 2015년도 상지대학교의 저조한 대학구조개혁 평가에 대한 책임을 현 집행부에 떠넘기며 이를 빌미로 자신들의 비리를 덮으려 했다 한다.
그러나 실상은 이렇다고 말했다. 2015년도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상지대의 구조개혁 성과를 대상으로 한 결과였다. 이 기간의 90% 이상은 사분위의 정상화 방안인 5대 4의 정식이사 선임 비율과 달리, 4대 5의 기형적인 이사회 기간이었다.
즉, 2012년부터 2014년까지의 90% 이상 기간이 과거의 임시이사회에서 학교 행정의 의결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한 시기였던 것이다. 달리 말하면 2015년도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비리 교수들이 장악했던 임시이사회 기간에 행해진 학교 행정에 관한 심판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법의 정신이 살아 있는 법치국가이다.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교수들은 그렇다 치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주인공들이 법질서에 저항하고 법치를 부정하는 일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한다.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 본질을 들여다보면 이 사태는 결코 사소하지 않다. 교육에 관한 관심 여부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지대 사태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상지대학교 ‘상지정신실천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