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피플=김형섭, 오미경 기자]
화려한 감각과 열정으로 한국 초콜릿 문화를 이끄는 쇼콜라티에
‘<엘리의초콜릿> 김선희 대표가 제시하는 초콜릿의 진정한 가치’
김선희 엘리의초콜릿 대표
영화나 드라마 속이 아니라도 매년 무슨 ‘데이(day)'가 돌아오거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소중한 사람과 초콜릿을 주고받는 장면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지 오래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초콜릿만큼이나 화려한 쇼콜라티에가 있다.
쇼콜라티에는 초콜릿을 뜻하는 프랑스어 ‘쇼콜라’에서 파생된 초콜릿 장인을 뜻하는 단어다. 쇼콜라티에는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유럽에서는 4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직업으로 초콜릿 특유의 달콤함을 통해 미각은 물론 마음마저 사로잡는 전문 직종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 우리는 패션디자이너와 플로리스트라는 이색적인 이력까지 초콜릿에 담아낸 순수한 열정의 쇼콜라티에, <엘리의초콜릿> 김선희 대표를 만나 그녀가 달려온 달콤한 세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_ 취재 오미경, 김형섭 기자 / 글 김형섭 기자
패션과 꽃이 함께하는 초콜릿, 그리고 쇼콜라티에
패션디자이너, 플로리스트, 쇼콜라티에. 이 생소하지만 화려한 조합은 <엘리의초콜릿> 김선희 대표의 정체성이자 <엘리의초콜릿>을 대변한다. 언뜻 이해가 안 될지도 모르지만 <엘리의초콜릿>의 초콜릿들을 보는 순간 의문은 일시에 해결된다. 바로 김선희 대표의 손에서 탄생하는 초콜릿 작품들이 패션, 그리고 꽃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제가 꽃을 좋아해서 손님들께 기념으로 한 송이씩 드렸어요. 그런데 초콜릿과 꽃을 함께 드리니 주고받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것이 초콜릿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 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꽃을 접목하게 됐죠.” 김 대표는 실제로 올해 플로리스트 자격까지 취득해 이제는 월간 잡지 ‘플라워’에 꽃과 초콜릿을 함께 담은 도안을 디자인해서 기고까지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녀는 주로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수제 초콜릿을 다루는 <엘리의초콜릿>을 왜 스트릿 카페로 연 것일까. 김 대표는 ‘동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수제 초콜릿 가게’로 만들고 싶어서 <엘리의초콜릿>을 열게 되었다고 대답했다. “단순하게 맛있는 초콜릿을 ‘판다’는 의미를 넘어서 이곳에 오면 각양각색의 초콜릿이 주는 감동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는 곧 초콜릿이 하나의 일상적인 외식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그녀의 바람이다.
사실 김선희 대표는 쇼콜라티에로서 <엘리의초콜릿>을 열기 전, 국내 온라인 쇼핑몰 1세대 CEO이자 소위 말해 잘나가던 패션디자이너였다. 그런 그녀가 탄탄대로였던 패션디자이너의 길을 접고 초콜릿의 세계에 뛰어들게 된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업무 차 파리를 오가는 일이 많았는데 파리라는 도시와 가게들이 하나하나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 중에서도 초콜릿의 모양이 예뻐서 제 눈에 띈 거죠. 더불어 초콜릿의 맛에 매료된 것이 결정적이었어요. ‘아, 이거 나도 할 수 있겠다. 내가 더 잘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아마도 처음 의상을 공부할 때 익힌 미적 감각들이 접목되는 작업이라 여겨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행동력이 강했던 김 대표는 그길로 스위스로 유학을 떠났다. 스위스를 택한 이유도 단순했다. 유럽에서 초콜릿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었기 때문. ‘그런 곳이라면 초콜릿 문화가 사람들의 삶, 그 자체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무작정 떠나 시작된 그녀의 유학생활은 언어의 차이로 인해 소통의 어려움을 겪었고, 동시에 철저하고 엄했던 셰프들 아래에서의 가르침은 생각보다 어려운 난관이기도 했다. 그러나 열정과 관심만으로 뛰어든 스위스 초콜릿의 세계는 힘들었던 만큼 김 대표의 지금을 만든 자양분이 되었다. 그때의 배움을 차치하고서라도 김 대표는 당시 스위스에서 인연을 맺은 셰프나 동료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주고받으며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배움의 기회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신 있게 초콜릿을 소개하는 쇼콜라티에가 되어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앞날을 준비했고, 마침내 문을 연 <엘리의초콜릿>에서 화려한 그녀의 외모와 직업을 쏙 빼닮은 초콜릿을 만들며 자신의 영감을 달콤하게 녹여내는데 열중하고 있다.

오늘도 공부하는 쇼콜라티에
‘예술을 하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은 김선희 대표가 대학 시절, 작품을 준비하면서 유명한 도예가로부터 들은 뒤 지금도 마음에 품고 있는 이야기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영감을 남에게 전하는 어려운 일이 바로 예술이기에 끊임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이 말을 그녀는 지금껏 고스란히 실천에 옮기며 공부에 대한 열정과 욕심을 불태워 왔다.
한양여자대학교에서 의상을 전공한 김 대표가 패션디자이너를 관두고 초콜릿에 빠져 스위스 유학을 다녀오면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는 다시 한 번 모교의 영어영문학과로 재입학한 일은 그것을 잘 보여준다. “이를 악물고 공부했습니다. 초콜릿의 본고장이 유럽이기 때문에 앞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제가 누군가에게 초콜릿에 대해 영어로 강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덕분에 최근에 다시 한 번 다녀온 스위스에서 이전에 인연을 쌓았던 셰프들(펠클린 초콜릿 수석 셰프, 펠클린 초콜릿 크레이티브 셰프)과 재회한 그녀는 자연스런 대화는 물론, 함께 간 일행을 위한 통역까지 해내며 자신의 과감한 행동력과 노력의 결실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는 어찌 보면 초콜릿 전문가라는 같은 길을 걷는 동료로서 진정한 교류를 시작하게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현재 그녀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세종대학교 외식경영 대학원을 다니며 학업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고된 일정에 지칠 법도 한데, 힘들긴 하다면서도 그녀가 꿈꾸는 초콜릿 문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하는 김선희 대표다. “지금도 초콜릿에 대해서만 강의하는 것은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가깝게 느껴지는 초콜릿 문화를 만들고 싶은 게 제 꿈이니 그 분야에 대해 계속 공부해 나가야죠.” 사람 욕심이 끝이 없는 것 같다는 그녀는 최근 파리에 다녀온 이후 불어 공부에 대한 욕심까지 내고 있다. 패션과 디자인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조사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녀는 오늘도 공부하는 쇼콜라티에다.
해외에서 주목받는 초콜릿 예술가
김선희 대표는 사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주목받는 쇼콜라티에다. 스위스에서 수학하며 해외에서 활동 중인 초콜릿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왔기 때문이다. “초콜릿 문화의 본고장인 만큼 현지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에게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겸손하게 말하는 그녀는 지난 10월 30일부터 5일간 국내 모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살롱 뒤 쇼콜라 파리'에 동료들과 함께 한국 대표 쇼콜라티에로도 참가했다. 한국 쇼콜라티에들이 처음으로 서는 국제무대에 김 대표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살롱 뒤 쇼콜라’는 1995년 파리에서 처음 개최된 뒤 11개국 20개 도시에서 매년 열리는 이른바 ‘꿈의 초콜릿 쇼’다. 그녀는 전 세계의 초콜릿 전문가들이 모여 각국의 초콜릿 문화와 기술을 자랑하는 이 자리에서도 주목을 받아 ‘살롱 뒤 쇼콜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쇼콜라 패션쇼’에 초청되어 내년 서울에서 열리는 '살롱 뒤 쇼콜라 서울 패션쇼'에 두 벌의 작품을 출품하기로 했다. 더불어 그녀는 초콜릿 보드에 초콜릿 색소와 카카오 버터를 섞어 그림을 그려, 유채화 느낌이 나면서 먹을 수도 있는 작품과 초콜릿 장식으로 만든 꽃병을 이번 '살롱 뒤 쇼콜라 파리'에 선보이며 현지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스위스에서도 초콜릿을 배워서 아트를 시도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유럽에서도 제가 단순히 초콜릿에 동물을 찍어내는 정도에 그치는 수준을 넘어서 현대 미술 같은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영감을 전해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좋게 평가해주시는 것 같아요.”
전시회나 쇼가 초콜릿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하기 좋은 기회이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컨셉으로, 다양한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전시를 해나가겠다 말하는 김선희 대표는 영락없는 초콜릿 예술가였다.

초콜릿의 달콤한 가치가 알려질 때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쇼콜라티에 중 한명이 되었고 ‘살롱 뒤 쇼콜라 파리’를 통해 처음 국제무대에 서며 쇼콜라티에로서의 가능성과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김선희 대표의 꿈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 중에서도 국내의 초콜릿 문화 저변 확대를 향한 그녀의 열망은 대단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 초콜릿에 대한 편견의 벽은 높다. 사실과는 무관하게 수제 초콜릿 역시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든지, 또는 특별한 날에만 하는 선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국내 초콜릿 시장 규모가 작다. 굳이 유럽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본 긴자의 경우 초콜릿 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중들의 초콜릿에 대한 관심의 온도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외 대기업들의 국내 초콜릿 시장 진입이 늘어나고 있고, ‘살롱 뒤 쇼콜라 서울’이 개최되는 등 점차 초콜릿을 향한 대중의 관심도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는 분명 희망적이다. 그래서 <엘리의초콜릿>을 100년 이상 가는 초콜릿 가게로 만들겠다는 김선희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있다. 또한 그녀는 외식경영전문가로서 초콜릿의 제대로 된 가치를 알려 초콜릿 문화가 국내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게 할 것이라는 다짐도 거듭했다. 김선희 대표는 이를 위해 뜻이 맞는 동료들과 초콜릿협회를 설립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지금껏 열정과 노력을 토대로 자신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쇼콜라티에로서의 길을 걸어 왔다는 김선희 대표. “제가 만든 초콜릿으로 사람들이 행복감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초콜릿과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기쁨은 배가 하고, 슬픔은 나누는 경험을 하길 바랍니다.” 라고 말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생각대로 앞으로는 초콜릿을 향한 편견 대신, 달콤한 가치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할 수 있었다.
어떤 문화가 발전하려면 그 분야 장인들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선희 대표처럼 감각 있는 젊은 초콜릿 장인이 두각을 드러낸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소식이다. <주간인물>은 초콜릿공예 · 문화 분야의 미래창조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그녀의 대담하고 화려한 발걸음을 따라 국내에서도 초콜릿과 쇼콜라티에들의 위상이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Profile
<엘리의초콜릿> 대표
한양여자대학교 의상디자인과, 영어과
세종대학교 일반대학원 외식경영 전공
Felchlin Cordirama, Switzerland
Le cordon bleu, Paris(Pratique de Patisserie)
DCT International Hotel & Business Management School, Switzerland(European Culinary arts)
전시회
2013.10.31–11.3엘리의 초콜릿 & 플라워(살롱 뒤 쇼콜라 파리)
2011. 2.1 – 3. 30 로맨틱 러브홀릭(롯데몰 김포공항점)
2010. 3.1 – 3. 14 명품으로 만나는 초콜릿(현대백화점 압구정점)
2009. 11. 15 – 30 엘리의 초콜릿 쥬얼리(한양여자대학교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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