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무릉도원으로 가는 미호미술관
미호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I. M. Pei는 중국 고전 '도화원기'에서 영감 얻어
터널 안으로 들어가니 둥근 곡면에 반사된 빛이 공간 전체를 은은한 분홍빛으로 물들인다. 가지런하게 놓인 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한다. 어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이 터널은 단순한 통로가 아니다. 일상에서 이상향으로 건너가는 문이다.
미호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I. M. Pei는 중국 고전 『도화원기』에서 영감을 얻어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여정을 건축으로 구현했다. 방문객은 벚꽃길을 지나고, 터널을 통과하고, 현수교를 건너야 비로소 미술관에 도착할 수 있다. 건물을 보기 전에 먼저 하나의 이야기를 걷게 만드는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설계자로 잘 알려진 그는 건축을 단순한 구조물이 아닌 경험의 예술로 이해하였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동양적 사유와 서양의 기술을 결합하는 그의 건축은 기하학적 형태와 빛의 활용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자연을 지배하지 않고 자연 속에 스며드는 건축을 추구했다.
실제로 미호미술관의 대부분은 산속 지하에 숨겨져 있다. 숲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건물을 땅속에 묻고 다시 흙을 덮었다. 멀리서 보면 산이 건물을 품고 있는지, 건물이 산을 품고 있는지조차 구분하기 어렵다. 건축은 자연을 이기려는 인간의 욕망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겸손함이어야 한다는 철학이 느껴진다.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빛이 공간을 지배한다. 삼각형과 다각형의 천창을 통해 들어온 햇살은 벽과 바닥 위에 끊임없이 새로운 그림을 그린다. 같은 공간이지만 시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건축은 고정되어 있지만 빛은 살아 움직인다.
현대적인 재료와 기법을 탁월하게 활용한 건물은 작품의 보존에도 최적화되어 있다. 프레임과 트러스의 기하학적인 구조에서는 일본 전통가옥의 지붕과 서까래가 연상되고, 목재 루버로 빛의 양을 조절하며, 공간에 따뜻함을 더해준다. 건축 소재와 바닥 패턴까지 세심하게 구현한 설계자의 집념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문득 수학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치밀한 계산과 정교한 비례가 없다면 이러한 공간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술은 감성의 산물이지만, 그 이면에는 이성의 질서가 숨어 있다.
슈메이 문화재단은 40년 동안 수집한 동서의 고미술품 약 3천 점을 소장하고 있고, 일본 중요문화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고대의 황금 물건들이 전하는 이야기라는 주제로 춘계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니 청색 배경에 황금색 목걸이를 내세운 포스터가 시선을 끌었다. 전시실에는 수천 년의 시간을 건너온 유물들이 놓여 있다. 남관은 고대 이집트의 호루스 신상, 그리스·로마의 유물, 서아시아, 중국, 남아시아 등 실크로드 문명의 불상과 유물을 폭넓게 보여준다. 전시물의 보존 상태가 좋고, 섬세하게 손질된 공간의 기품을 느낄 수 있다. 북관은 일본의 차문화와 도자기, 불교 미술품 위주로 전시되고 있다.
관람을 마친 뒤 미술관 레스토랑에서 브런치를 즐겼다. 자연 친화적 식재료로 만든 음식과 정갈한 디저트, 향긋한 홍차가 차려졌다. 정성스럽게 담긴 케이크와 찻잔은 하나의 전시 작품처럼 보였다. 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이 식탁 위로 이어지는 순간이었다. 고요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을 즐겼다. 참 좋다!!.

▣ 손경희
◇ 인천 검단고등학교 교장
◇ 前인천 아라고등학교 교장
◇ 前인천작전여고·청라고 교감
◇ 前인천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
◇ 前인천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