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이상헌 기고]
외국인 관광객에게 관광가이드는 단순히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다. 관광객이 처음 접하는 도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사회의 인상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가이드의 설명 한마디가 부산에 대한 이미지가 되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이해하는 첫 기준이 될 수 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감천문화마을은 단순히 아름다운 골목과 색채로 기억되는 관광지가 아니다. 그곳에는 한국전쟁과 피란, 정착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자갈치시장 또한 단순한 수산시장을 넘어 부산 사람들의 삶과 애환, 항구도시 부산의 역사와 정체성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역사와 문화적 의미를 관광객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일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최근 관광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른바 ‘무자격 가이드’ 문제 역시 특정 직업군의 이해관계 차원에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본질은 관광객의 안전과 권익, 정보의 정확성 그리고 관광서비스의 책임성에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관광 현장에서 접하는 설명을 상당 부분 현지 전문가의 설명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역사적 사실이나 왜곡된 문화적 설명이 전달된다면 관광객은 이를 사실로 인식할 가능성이 크다.
한 사람의 부정확한 설명이 한 도시의 역사에 대한 오해로 이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한민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안전과 책임의 문제다. 관광 일정 중 안전사고가 발생하거나 비용·계약·서비스와 관련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다면 그 피해는 결국 관광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평상시에는 별다른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사고나 분쟁이 발생하는 순간 관광서비스 체계의 사각지대는 그대로 드러난다. 관광 현장에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검증하는 제도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이와 함께 관광통역안내사의 역할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관광통역안내사는 단순히 외국어를 전달하는 통역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과 사회적 특성을 외국인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줄이는 역할을 수행한다.
관광객이 대한민국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관광통역안내사는 관광 현장의 중요한 민간 외교 역할을 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식 관광통역안내사가 전문성을 바탕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특정 직업군을 보호하는 차원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이는 궁극적으로 관광객을 보호하고 대한민국 관광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부산 관광정책 역시 이제 관광객의 숫자만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물론 많은 관광객이 부산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부산에서 어떠한 경험을 하고, 어떤 기억을 안고 돌아가는가 하는 점이다.관광객 한 명이 부산에서 경험한 하루는 곧 부산의 이미지가 될 수 있다.
전문성과 책임감을 갖춘 가이드를 만나 정확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은 관광객은 부산을 신뢰할 수 있는 도시로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부정확하거나 무책임한 안내를 경험한 관광객은 그 기억을 특정 개인의 문제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그 경험이 부산 전체에 대한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관광 행정과 관광업계가 함께 인식해야 한다.
관광의 경쟁력은 새로운 관광지를 개발하고 대형 시설을 확충한다고 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관광객을 직접 만나는 사람의 전문성, 관광산업 종사자의 책임의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과 제도가 함께 갖춰져야 비로소 관광도시의 품격이 만들어진다.무자격 가이드 문제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은 누군가의 생계를 제한하거나 특정 종사자를 배제하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단순한 단속과 처벌만으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관광객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안전을 확보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관광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계 행정기관은 관광 현장의 실태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제도적 사각지대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관광업계 또한 책임 있는 운영과 자율적인 관리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외국인 관광객이 자신이 이용하는 관광서비스의 자격 여부와 운영 주체, 책임 관계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광객 한 명에게 부산은 단순한 대한민국의 한 도시가 아닐 수 있다.그 관광객에게 부산은 곧 대한민국이며, 부산에서 만난 사람과 경험한 서비스가 대한민국을 판단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이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 관광객에게 대한민국을 설명하고 있는가.”
관광객 수를 늘리는 정책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관광객이 부산을 어떻게 경험하고, 어떻게 기억하며 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부산이 진정한 국제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광지 개발과 관광콘텐츠 확대뿐만 아니라 관광서비스의 기본 질서와 전문성, 그리고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함께 확립해야 한다.
좋은 관광은 매력적인 관광지에서 시작된다.그러나 품격 있는 관광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과 신뢰할 수 있는 제도를 통해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