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25(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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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현실을 기반으로 세워져야 한다. 왜냐면 현실을 외면한 정책은 아무리 선한 의도를 품고 있어도 결국 학생과 학부모의 불편만 키울 뿐이기 때문이다. 최근 학원에서 대입 수시 상담을 하면서 학생부를 공식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역시 그러한 우려를 낳고 있다. 물론 정부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학생부가 사교육 시장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고액 컨설팅의 도구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교육의 공정성을 지키겠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그러나 정책은 의도보다 결과가 중요하다. 현실에서 학생부를 보지 않고 수시 상담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마치 의사에게 CT와 MRI를 보지 말고 수술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학생부는 학생의 학교생활 전반을 기록한 공식 자료다. 교과 성적뿐 아니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 활동, 독서 활동 등이 담긴다. 그래서 오늘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학생부는 가장 핵심적인 평가 자료다. 그런데 이를 활용하지 못한 채 진학 상담을 하라는 것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라는 요구와 다름없다. 

 

정부는 학원의 과열 경쟁과 상업화를 우려했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만으로 시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음성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식적으로는 금지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은밀하게 상담이 이뤄진다면 피해는 결국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정보력이 있는 가정은 우회로를 찾고, 그렇지 못한 학생들만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된다. 교육의 공정성을 높이려다 오히려 교육격차를 키울 수 있는 역설이 생기는 것이다. 

 

발상을 바꿀 필요가 있다. 막는 정책보다 공개하고 공유하는 정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어떻게 말인가? 첫째, 학생부 활용 자체를 금지할 것이 아니라 상담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 상담 기록을 일정 기간 보관하고, 허위·과장 광고와 불법 컨설팅을 강력히 처벌하면 된다. 칼이 위험하다고 요리사의 칼까지 빼앗지는 않는다. 위험한 것은 칼이 아니라 잘못 사용하는 사람이다. 

 

둘째, 공교육 상담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모든 고등학교에 진학전문교사를 충분히 배치하고, 대학별 평가 사례와 학생부 분석 자료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사교육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교육을 막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가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AI 기반 진학상담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학생부를 입력하면 대학별 합격 사례와 유사 학생 데이터를 분석하여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 말이다. 이는 민간 컨설팅 의존도를 크게 줄이는 동시에 지역 간 정보격차도 완화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학 입학 상담이 학교 카운슬러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민간 상담기관도 일정한 윤리 기준 아래 활동한다. 중요한 것은 상담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개인정보 보호와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영국 역시 학생의 학업 기록과 교사 추천서를 활용한 상담이 일반적이며, 상담 자료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교육정책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한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은 공허하고, 이상을 잃은 현실은 방향을 잃는다. 학생부는 학생의 삶과 성장의 기록이다. 이를 활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기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기록을 제대로 읽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다. 일찍이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했다.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신뢰하지 않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 규제는 최소한으로, 책임은 최대한으로 하는 것이 성숙한 교육행정이다. 

 

교육은 금지의 기술이 아니라 가능성의 예술이다. 학생부를 봉인하는 정책이 아니라, 학생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활용하는 제도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교육개혁이다. 학생의 미래를 지키려면 서류를 막을 것이 아니라, 서류를 왜곡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그것이 현실을 존중하면서도 교육의 공정성을 지키는 길이며, 이 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대승적 해법이라고 믿는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고, 구더기 무서워 그 몸에 좋은 장을 안 담글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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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 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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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대입 수시상담에서 학생부 대신 학생을 살리는 교육개혁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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