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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人포커스] 윤건선 교육장이 걸어온 길 40년…"교육은 결국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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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연합신문=김병선 기자]
인천광역시북부교육지원청 윤건선 교육장이 정년퇴임을 맞는다. 교사로 교단에 선 뒤 교감·교장(인천국제고), 장학사·장학관을 거쳐 교육장에 이르기까지, 그의 발자취는 한 개인의 이력을 넘어 학교 현장을 지키고 지원해 온 ‘교육의 시간’으로 읽힌다. 윤 교육장은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교육은 결국 사람”이라며, 제도와 성과를 넘어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교육의 본질을 강조했다.
■ “교직에 미련 없던 청년이 교사가 되기까지… 운명처럼 다가온 ‘교학상장’”
윤 교육장의 교육 여정은 다소 독특하게 시작됐다. 사범대학을 졸업할 즈음에도 교직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고 고백한 그는 육군 학사장교로 복무하며 ‘아이디어 뱅크, 전략통’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제대 후에는 대기업에 취업했지만, 결국 “내가 누구인지”라는 질문 앞에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안정된 직장을 내려놓고 선택한 길은 교학상장(敎學相長), 즉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성장하는 교사의 길이었다.
윤 교육장은 군과 기업을 거친 경험이 오히려 교육자로서의 정체성을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말한다. 학생을 가르치며 번 수입으로 대학원에 진학하고, 포럼·세미나·학술연구회와 각종 교과교육학회 활동을 이어가면서 “가르치며 배우는 삶”을 체질처럼 받아들였다. 특히 첫 학교에서 교장에게 연구회 원고 기고 제안을 받았던 기억은 “평교사가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절, 교육자가 성장하는 첫 문”으로 남았다. 교직 8개월 만에 사회·도덕 교과수업 발표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한 경험은 그가 연구와 수업에 몰입하게 만든 결정적 계기였다.
■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 성적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꾼 진로상담”
윤 교육장이 꼽은 가장 큰 보람은 ‘성과’가 아니라 ‘개별화된 교육’의 가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을 때였다. 고3 담임을 7년 맡으며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성적 중심으로 달릴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중년 교사가 되며 보이기 시작했다는 고백은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그는 교직 17년을 마무리한 뒤 장학사 시험에 합격해 교육전문직으로 전직하면서, “지원받는 입장에서 지원하는 입장으로” 역할이 바뀌었다고 했다. 진로 업무를 맡으며 깨달은 것은 학생의 삶이 한 줄 성적표로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특히, 한 여중생에게 흥미·적성·잠재력에 기반한 진로상담을 진행하고, 오랜 시간 격려와 기다림으로 동행한 끝에 그 학생이 변호사 시험에 합격해 찾아와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인사하던 순간을 그는 ‘교직의 대가’라고 표현했다. “그 제자는 지금도 제게 소통하며 제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길잡이”라고 덧붙였다.
■ “교사와 교육행정가 사이… 둘 다 중요, 그러나 기준은 언제나 ‘현장’”
윤 교육장은 교사와 교육행정가의 역할을 “우열이 아닌 상호 필수”로 설명했다. 교사는 학생을 직접 만나 성장의 과정을 돕고, 교육행정가는 그 경험을 토대로 더 많은 학교와 교사를 지원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교직 입문 이후 여러 학교에서 학생을 길러냈고, 이후 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지역교육청에서 학생생활지도·방과후학교·교원인사, 시교육청에서 인성교육·학교폭력예방·학생 안전과 건강·교육과정·진로 등 폭넓은 업무를 담당하며 ‘현장 지원의 언어’를 축적해 왔다.
특히 교육과정 분야는 그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교육부 및 관련 학회 활동을 지속해 오며 2009·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하도록 지원했고, 초등 프로젝트 교육과정–중학교 자유학기·학년제–고교학점제의 흐름이 연결되도록 ‘꿈 이음 교육과정’ 등 연계 모델을 학교에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제도 개선과 함께 교사·관리자 연수, 교육환경 개선 지원이 병행돼야 현장에 뿌리내린다”는 그의 말은 행정의 역할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 “교육장의 핵심은 ‘정책을 현장 언어로 번역하는 일’… 학생 성공 시대를 위한 지원행정”
교육장으로서 윤 교육장이 강조한 역할은 단순 명령·관리자가 아니라 교육감의 정책을 지역 단위에서 ‘현장에 맞게 적용’하는 행정가다. 그는 인천교육의 방향인 “모두가 다 성공하는 학생 성공 시대”를 위해 학교 현장의 행·재정 지원, 맞춤형 진로지도, 융합교육, 기후·생태·환경교육까지 학교 지원의 범위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육장은 유·초·중 학생의 성장·발달 단계에 적합한 지원에 초점을 두며, 가장 기본이 되는 안전과 건강을 토대로 학력·문화예술·독서·특수교육·세계시민교육·폭력 예방·늘봄 지원 등 다층적 지원을 전개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원칙 아래 학교를 직접 방문하고, 문제를 확인하고, 해결까지 연결하는 방식으로 ‘지원행정의 실천’을 이어왔다고 했다.
■ “1학교 1학생 1예술, 그리고 읽걷쓰… ‘성장’의 언어를 학교에 심다”
윤 교육장이 특히 강조한 분야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문화예술교육, 둘째는 독서교육이다. 그는 “교육의 본질에 충실하려면 학생이 자기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1학교 1학생 1예술’의 방향을 제시했다. 지역 축제와 결합한 문화예술교육은 예술 감수성뿐 아니라 향토 이해, 지역기관 협력 체제 구축으로 이어져 교육청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는 모델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독서교육은 ‘읽기–말하기–쓰기’의 기본기이자 사고력의 뿌리다. 윤 교육장은 ‘읽걷쓰’ 교육을 통해 학생·교사·학부모가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말한다. 교육과정 연계 출판 지원, 역량 강화 연수, 참여 프로그램 운영 등에서 높은 만족도를 확인했고, 2026년에는 가정 중심의 ‘책밥’, 가족 야간 독서캠프 확대, 학생 주도 토론 독서캠프, 필사·서평쓰기 지원, 지역 서점 연계 출판 프로젝트 등으로 확장 구상을 밝혔다. “독서는 루틴이 될 때 힘이 된다”는 그의 메시지는 ‘기초를 세우는 교육’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 “나는 발광체가 아닌 반사체… 구성원이 빛나도록 ‘존이구동’의 리더십”
윤 교육장은 취임 당시 “교육장이 빛을 내는 발광체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각자 빛날 수 있도록 돕는 반사체가 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는 이 문장을 책상 앞에 두고 수시로 되새기며 스스로를 점검해 왔다고 했다. 조직 운영 원칙은 직원의 건강과 행복, 공동체 의식, 그리고 존이구동(尊異求同,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되 공통의 목표를 찾는 태도)이었다.
업무 담당자에게 최대한 자율권을 주되, 교육장과의 열린 소통을 통해 책임과 권한의 균형을 맞추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수요자 만족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취약계층 학생 의료지원(무료 치과 치료 협약)과 같은 현장 제안형 사업이 실행될 수 있었다. 또한, 일탈 학생의 성찰과 회복을 돕는 ‘든든 디딤’ 프로그램을 도서관·경찰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운영하며, 처벌 중심이 아닌 성장 중심의 생활지도를 지향했다.
■ “코로나19 이후 가장 어려웠던 결정… 수업보다 먼저 ‘관계’부터 세우는 SEL”
코로나는 교육의 방식뿐 아니라 학생들의 관계 맺기와 공동체 감각을 크게 흔들어 놓았다. 윤 교육장은 원격수업과 단절의 시간이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자기중심적 사고를 강화시키고 갈등을 키웠다고 진단했다. 그가 내린 중요한 결단은 신입생 입학과 동시에 일정 기간을 ‘학생 적응 기간’으로 설정해 인간관계 교육과 공동체 활동을 교육과정에 적용한 사회정서학습(SEL)의 강화였다. “수업 이전에 관계가 회복돼야 배움도 회복된다”는 판단이었다.
늘봄 참여 확대에 따른 등하교 안전 문제도 주요 과제였다. 그는 지역 노인 일자리와 연계한 안전 인력 지원, AI 기반 안전관리(‘AI 안전울타리’) 적용, 학교 안전점검·컨설팅과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힘썼다고 밝혔다.
■ “현장에서 발견한 절실한 과제… 방충망 하나가 교실의 집중력을 바꾼다”
윤 교육장은 ‘현장 방문’이 상징적 이벤트가 아니라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 중학교를 혼자 방문했다가 교실과 복도에 방충망이 없어 말벌과 곤충 유입으로 학습 집중이 어려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즉시 관계 부서와 협의해 해결한 사례를 들었다. “작아 보이는 불편이 실제로는 교육활동 전체를 흔드는 경우가 많다”는 그의 말은 지원행정의 감각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보여준다.
■ “인천교육의 정체성과 10년… ‘기초·기본’이 튼튼해야 미래도 선다”
윤 교육장은 인천교육의 과제로 기초·기본 교육의 체감도를 꼽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교육에 충분히 신경 쓰기 어려운 가정, 다문화 학생 증가 등 지역 현실 속에서 기본 학력과 언어 지원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동시에 인천국제고, 외고, 과학고, 영재학교 등 다양한 학교 유형과 진로진학 지원체계가 확장되며 역전입 사례가 늘어나는 변화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기초가 탄탄해야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의 변화를 신뢰한다”며 읽걷쓰를 통한 기본기 강화가 향후 인천교육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아쉬움으로 남는 장면들… 더 따뜻하게, 더 배려했어야 했다”
윤 교육장은 정년을 앞두고 “껄(그럴 걸)”이라는 후회를 솔직히 꺼냈다. 특히 진로진학 지도에서 학교 실적에 매여 학생의 선택을 충분히 존중하지 못했던 순간이 가장 미안하게 남는다고 했다. 반면, 어려운 가정형편과 건강 문제로 고통받던 학생을 위해 담임교사들과 모금 활동을 조직하고, 교직원과 학생들이 함께 치료비를 마련해 수술을 지원했던 경험은 “교육공동체의 힘”을 확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 “퇴임 후의 계획… 진정성 있는 공부, 100대 명산, 그리고 청소년 곁의 봉사”
윤 교육장은 자신의 삶을 “20년 공부, 20년 가르침, 20년 교육전문직”으로 정리하며, 퇴임 이후에는 동서양 사상 공부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온·오프라인 학습을 통해 “진정성 있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운동과 등산, 명상과 서예도 계획에 담았고, 무엇보다 청소년기 갈등과 일탈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봉사활동에 기꺼이 참여하겠다고 했다.
■ “초심으로 돌아가며… ‘수구초심’과 화양연화의 감사”
윤 교육장의 마지막 한 문장은 ‘초심’이었다. 그는 “큰 과오 없이 무탈하게 정년을 맞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이제야 안다”며 동료·후배·선배의 도움에 감사를 전했다. 그리고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으로 교직 첫날의 다짐을 다시 떠올린다고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를 선물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윤건선이라는 이름의 교육자는 퇴임을 맞지만, 그의 메시지는 여전히 학교 현장을 향한다. 결국 교육은 사람이고, 사람을 세우는 일은 초심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마지막까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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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