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우리는 흔히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 ‘고금을 막론하고’ 같은 말을 자연스럽게 쓴다. 하지만 정작 ‘공(公)’, ‘사(私)’, ‘고(古)’, ‘금(今)’이라는 단어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드물다. 고대 중국의 문자, 특히 갑골문을 들여다보면 이 네 글자가 단순한 추상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의 몸과 생활, 그리고 구체적 경험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글자는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을 담은 문화적 산물이었다.
□ 공(公) - 남성 집단의 방귀에서 시작된 ‘공평’
오늘날 ‘공(公)’은 공정하다, 공적인 일,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러나 갑골문 속 ‘공’의 기원은 의외로 익살스럽다. 당시 모계 중심 사회에서 남성들은 한 공간에 모여 함께 지내야 했다. 개인의 방이나 물건은 따로 없었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공동생활이 기본이었다. 이 집단적 생활 속에서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현상, 바로 방귀 소리를 공유하게 된다. 갑골문 학자들에 따르면, 엉덩이와 입 모양을 결합한 그림이 ‘공’의 원형으로, 집단적 삶에서 울려 퍼진 소리를 형상화한 것이다. 다소 우스꽝스럽지만, 이는 ‘함께 나누는 삶’의 본질을 정확히 보여준다.([그림 15] ‘公’ 참조)
방귀 소리에서 출발한 ‘공’은 ‘공유하다’, ‘공개하다’로 확장되었고, 나아가 ‘공평하다’는 가치로 발전했다. 또한 남성 집단에서 존칭으로 쓰이다가 ‘공자(公子)’, ‘공짜’라는 호칭에도 스며들었다. ‘공’의 뿌리를 알고 보면, 오늘날 정치권에서 흔히 말하는 ‘공정’이라는 말도 가볍게 쓰기 어려워진다. 본래 ‘공’은 집단 속에서 모두가 나누는 경험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 사(私) - 올가미에 걸린 짐승에서 개인 소유로
‘공’의 반대말인 ‘사(私)’는 어디에서 왔을까. 갑골문은 그 답을 사냥 장면에서 찾는다. 글자의 원형은 올가미에 걸린 짐승 그림이었다. 짐승이 잡히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해야 했고, 여기서 ‘사사로운 소유’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그림 15] ‘私’ 참조)
이후 글자에는 ‘벼 이삭(禾)’이 더해졌다. 농경 사회에서는 곡식 한 알 한 알이 곧 개인의 재산이었기에, ‘사’는 점차 개인 소유, 사사로운 권리, 사적인 감정을 나타내는 글자가 되었다. 오늘날 ‘사감(私感)’, ‘사견(私見)’, ‘공사(公私) 구분’ 같은 말에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즉 ‘사’는 단순히 혼자만의 감정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속에서 누구의 것인지, 어디까지가 내 몫인지를 가리키는 실질적 경험에서 출발한 것이다.
□ 고(古) - 되돌릴 수 없는 말, 이미 지나간 시간
‘고(古)’자는 흔히 ‘옛날’을 뜻한다. 갑골문을 보면 그 원형은 입(口)에서 나온 말이 잘려나가는 모습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이는 곧 이미 일어난 일,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상징한다.([그림 15] ‘古’ 참조)
그래서 ‘고’는 시간이 지나며 ‘옛날’, ‘전통’, ‘고문(古文)’, ‘고서(古書)’ 같은 의미로 확장되었다. ‘말은 곧 과거가 된다’는 직관이 문자의 근원이 된 셈이다. 현대 사회에서 전통과 과거를 존중한다는 것은 단순히 옛것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 한 번 지나간 시간의 무게를 인정하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 금(今) - 막 끝난 순간, 바로 지금
‘금(今)’은 현재를 뜻한다. 갑골문 속 그림을 보면 다소 난해하지만, 남성의 생식기와 작대기 기호가 결합된 모습이다. 학자들은 이것을 ‘종결’이나 ‘끝남’을 상징하는 표시로 해석한다.([그림 15] ‘今’ 참조)
즉 ‘금’은 어떤 일이 막 끝난 순간, 완료된 상태를 나타냈다. 그 연장에서 ‘지금’, ‘오늘’, ‘올해’라는 시간 개념으로 발전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고금(古今)’이라는 말은 곧 ‘과거와 현재’를 아우른다.
‘금’의 뿌리를 알고 보면 ‘현재’란 그저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막 끝난 일 위에 서 있는 찰나라는 점이 흥미롭다. 순간순간이 과거와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문자학은 우리에게 일깨운다.
□ 공과 사, 고와 금 - 삶에서 비롯된 문자들
이처럼 ‘공과 사, 고와 금’은 단순한 철학적 추상이 아니다. 그것은 고대인들의 생활, 신체적 경험, 사회적 질서에서 탄생한 구체적 산물이었다.
‘公’은 집단적 삶에서 비롯된 공유와 공평의 가치,
‘私’는 개인 소유와 사적인 감정의 표현,
‘古’는 되돌릴 수 없는 말과 과거,
‘今’은 막 끝난 순간, 곧 지금의 시간.
한자의 기원을 알면, 우리가 쓰는 말의 뿌리에 얼마나 생생한 삶의 흔적이 스며 있는지 실감할 수 있다.
□ 오늘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공사(公私)의 구분’은 정치와 기업, 일상 곳곳에서 여전히 중요한 화두다.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반복될 때마다 사회적 분노가 커진다. 이는 고대인들이 이미 공과 사를 구분하려 애썼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다. 또 ‘고금(古今)’이라는 말은 과거와 현재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언제나 과거 위에 서서 현재를 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 갑골문 속 글자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지금, 과거의 무게를 기억하며 공과 사를 분명히 하고 있느냐.”
글자는 단순한 기호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기록한 흔적이며, 역사를 담은 상징이다. ‘공과 사, 고와 금’ 속에 새겨진 고대인의 경험과 지혜는 오늘의 우리에게 여전히 살아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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