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04(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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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필자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던 시절, 대전의 D고교는 5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의 고교평준화로 인해 전국 최상위를 넘나드는 명문대 진학률을 기록하던 학교였다. 본관 건물 옥상 바로 아래에는 “전국 제패 학생 되고 끌어주는 스승 되자”는 슬로건이 학교의 위상을 대변하는 듯 했다. 입학 당시 고교 입학 학력고사 성적은 200점 만점에 191점이 커트라인이었으며 만점자와 1개 틀린 학생만도 한두 학급(12개 학급 중)이나 될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전국에서 몰려 들었다. 

 

이런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라 그런지 공립학교로서 교육청의 정기 발령에 의해 순환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수업마다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은 지금 생각해도 실력은 물론 열정이 그야말로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러 권의 참고서를 단권화 할 정도로 설명만으로도 더 이상 참고서가 필요 없던 국어 교과, 외국 대학 입시 문제를 가져다 교재로 쓸 만큼 고난도의 수학 교과, 해석과 문법 설명이 매끄럽고 막힘이 없던 영어 교과, 역사를 종과 횡으로 꿰뚫어 백과사전을 능가하는 역사 교과, 대한민국의 지형과 특징, 세부 사항 등을 현재의 구글 지도 보듯이 펼치는 사회(지리) 교과, 더 이상의 참고 유인물이 필요 없을 정도의 꼼꼼한 과학 교과 … 어느 것 할 것 없이 감탄연발의 수업은 선생님들에 대한 존경과 만족으로 연계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런 교과의 전문성, 즉 실력은 거저 얻는 것이 아닌 열정의 결정체임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교무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책상 위에는 마치 학생들이 단어 외우듯이 까맣게 써가면서 수업준비에 임하는 노력이 있었다. 특히 필자가 졸업 후 지방 대학의 영어영문학 전임강사로 자리를 옮긴 영어 선생님이 쓴 연습장(깜지)은 지금도 기억이 눈앞에 생생한 감동 그 자체였다. 수업 시간에 분필 하나만 들고서 칠판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목요연하게 필기하며 설명하시던 세계사 선생님은 무한한 신뢰와 존경의 대상이었다. 

 

‘그 스승에 그 제자(The teacher, the student)’라 할 수 있듯이 필자는 교직 생활 내내 고교시절의 선생님들을 본보기 삼아 그 길을 따르려 많은 노력을 했다. 특히 잠자는 학생을 단 1명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굴기이자 자존심은 어느 날 수업 종료 후 한 학생이 다가와 “선생님, 오늘 수업은 정말 끝내주었어요”라는 짧은 멘트에 완전 보상을 받는 것 같아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는 중고등학교 관리자(교감, 교장)로 재임 시 줄곧 수업에 대한 강조와 교내장학을 우선으로 학교 경영에 나서기도 했다. 

 

수업하는 교실을 지나치며 교실 안의 학생들의 반응, 언뜻 보이는 교사의 표정과 동작을 보면서 “이 수업을 학원가의 강사들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 수업을 내 자식에게도 믿고 참여시킬 수 있을까?” “이 수업만으로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충분할까?” … 수없이 생각에 잠기곤 했다. 어쩌다 학생들의 호응이 좋고 화기애애한 수업 분위기를 목격하면 담당 선생님과 학생들의 얼굴을 보다 세심하게 응시하곤 했다. 그러면서 “학교 교사의 자존감을 보여주시고 학생들의 호응과 신뢰를 얻으시는 선생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를 메시지로 보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학교의 선생님들은 과거와 달리 수업에만 전념할 상황이 아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물론, 각종 정서적 불안 증세를 겪는 위기의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그만큼 시간과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사는 일반 행정 업무로부터 완전히 분리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만 몰입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기반으로 알찬 교원능력평가가 시행되길 바라는 이유다. 

 

세간에서 학원 강사와 학교 교사를 비교해 실력을 판단하려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자 잘못된 방향이다. 학교 선생님들이 교과지도에 보다 집중하여 실력과 열정으로 학생 교육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제 모든 선생님들이 교단에서 자신감 있고 열정적으로 수업하는 모습과 실력으로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학교 교육의 만족도를 높이고 배움이 충만한 즐겁고 행복한 학교로 공교육의 위상을 견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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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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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실력 있고 열정적이던 선생님들에 대한 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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