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5-11(월)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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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는 소위 ‘복지부동(伏地不動)’ ‘체념(滯念)’이라는 말과 혼용되면서 쓰이기도 한다. 그 어느 것이든 이들은 부정적인 현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왜냐면 당연히 자기의 책임을 지지 않거나, 주위 사람 눈치 보는 얍삽한 처신으로 일관하는 매우 소극적인 행위이며 또한 조직의 업무를 정체시키거나 침체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명제의 핵심이다. 
 
이는 대개 정권 말기나 권력 누수기에 공무원들 사이에서 흔한 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질책하는 국민이 늘고 있지만 최근에는 교육계에서조차 교사들 사이에 이 말이 널리 보편화되고 있다. 이는 바람직한 교육활동에 경종을 울리면서 우리의 미래 세대 청소년 교육에 심히 우려할만한 일이다. 적어도 십대의 공교육을 책임지는 학교에서만큼은 교사들이 눈치 보거나 직무를 유기하는 업무 태만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이를 마냥 나무라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 학부모의 힘이 강해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 갑질,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소송, 교권 침해나 추락을 유발하는 과도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이를 직면하는 교사들이 오죽하면 마지막 해결책으로 목숨을 내놓는 일이 벌써 최근 6년 사이에 100명이나 되며 이중 절반은 초등학교 교사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이젠 생명 보존을 위해 어떤 수단이라도 강구하는데 거기엔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체념이 압도적이다. 
 
“올해만 잘 버티면 내년에는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날 거라는 희망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최근 몇 년 전부터 내년에는 더하면 더했지 더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는 두려움이 있어요. 저만 그런 건 아닌 거 같아요”. 
 
“아이에게 좀 전문적인 조치가 필요할 것 같아서 상담 때 조심스럽게 ADHD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 부모님께 권했어요. 그런데 부모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며 몹시 불해하시더라고요. 제가 무슨 모욕을 했다는 것처럼요. (…) 교사는 아이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한데, 그렇게 불쾌해하시니 그냥 그 아이에 대해서는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송은주, 『다시 일어서는 교실』) 
 
안타깝게도 교사는 자기 결정권이 많지 않은 업무 환경에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교사는 자기 효능감이 떨어지거나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현실 인식은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의 위기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어느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자율권이 제대로 작동했으면 비상시 학교별 대응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학교가 자율에 대한 적응이 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은근히 비난의 화살을 학교나 교사로 돌렸다. 평소 상명하달, 위계에 따른 일방적 지시로 일관한 교육부가 교사나 학교의 자율권에 신경이나 쓰면서 이런 말을 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우리 교육은 여기저기서 교육 자치를 말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학교의 자율성도 인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실제로 몇몇 특수목적교나 혁신학교를 제외하고는 의사결정에 교사의 영향력이 아주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자기결정이 거의 불가능한 현실에 교사들은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잔뜩 웅크리고 있거나 새로운 정책이나 조치에 일단 부정적으로 일관하고 행동조차 체념한 채, 묵묵히 지켜온 관행만을 철저히 고수하려고 한다. 
 
최근에는 교사의 체념이 명예퇴직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래저래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여 차라리 가만히 있고자 하나 양심상 이를 묵과할 수는 없는 고통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부모나 국가가 이를 조장하고 교사의 체념을 확대시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기결정권이 없는 교사가 체념이외에 무슨 다른 수단이 있을까?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교사의 성찰과 자성에만 맡기기에는 이미 늦었다. 획기적인 교육개혁으로 교사의 체념을 과감하게 회복할 수 있는 정책이나 계기를 수립하지 않으면 우리 교육은 무한 답보상태에서 맴돌 것으로 심히 우려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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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 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공동저자

◇ 학습지 [노스트라다무스] 집필진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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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교사의 체념을 부추기는 현실에 우려를 표명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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