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손경희 기고] 
금요일 저녁 6시 나고야행 비행기 탑승, 입국 수속하고 밖으로 나오니 하마마쓰행 20시 40분 버스가 대기 중이다. 가케가와행 버스라 중간에 갈아타야 한다. 여직원이 웃는 얼굴로 티켓을 확인하고 운전기사는 하차 지역을 확인한 후 순서대로 가방을 늘어놓는다. 출발 시간에 맞춰 순서대로 버스에 짐을 실어준다. 다른 도시에서도 똑같이 경험하는 친절한 교통체계이다. 1시간 30분 정도 지나 가케가와 인터체인지 부근에서 내린 후 바로 그 자리에서 대기중이던  하마마쓰행 버스로 옮겨 탔다. 지역 수요에 따른 공급의 조정이랄까? 편리성을 담보하는 것보다 우위에 선 함께 나눠 갖는 분담 체계. 나름 괜찮은 구조이다. 하마마쓰 시내로 들어오는데 하얗게 빛나는 성이 우뚝 서 있다. 옆자리 인상 좋은 노인이 하마마쓰 성이라고 알려준다.  

 하마마쓰의 생김새는 남북으로 길다. 남쪽은 사구와 해변공원으로 되어 있고, 북쪽으로 쭉 올라가면 푸른 산지와 강, 호수 등이 자리한다. 동쪽은 녹차를 품은 후지산 기슭의 가케가와, 서쪽은 하마나코를 품은 팔팔 유원지이다. 2차 대전 때 항공기지로 인해 폭격받아 폐허가 된 이곳이 현재는 음악과 자동차 산업의 메카로 변신, 인구 80만으로 성장한 제법 큰 도시이다. 
 
한일 교류 역사 속에서, 태평양을 따라 조선 통신사들이 긴 행렬로 지나오고 가던 그 길 위에서 하마마쓰는 도쿄와 교토의 역참으로 발전한다. 하마마스는 색색의 모자이크가 모여 한 폭의 그림같은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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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행렬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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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이동 경로

조선통신사는 조선시대 국왕의 명의로 일본 막부 장군들에게 보낸 공식적인 외교 사절이다. 조선시대 전기에 8회, 후기 12회 총 20회 정식적인 우호교류가 진행되었지만, 조선과 일본의 사절 왕래는 훨씬 더 많았다. 숙종 8년의 경우 통신사로 파견한 인원은 모두 270여 명 정도였으니, 당시 대규모의 일행이 이동한 셈이다. 통신사 일행의 배는 사람타는 기선 3척, 짐을 싣는 복선 3척 총 6척으로 편성되었다. 당시의 규모에 견주어보면 실로 대단한 이동이다. 

 
통신사 일행은 한양에서 출발하여 동래까지 2달 정도, 해신제를 지낸 후 바다 건너 대마도를 거친 후 세토나이해를 거슬러 육로로 이동한다. 평균 5개월에서 8개월이 소요되는 사이 연회와 문화교류가 진행되면서 호화로운 향응이 진행되었다. 1811년 순조 시절, 대마도에서 국서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변경, 이후 통신사라는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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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켄지 입구 동해명구 편액

도쿠가와이에야스는 임진왜란, 정유재란 두 차례의 조선 침략으로 단절된 국교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이후 1607년 조선통신사 467명의 일본 방문을 성사시키고, 하마마쓰가 속한 시즈오카현의 세이켄지에 묵게 했다. 지금도  절 곳곳에 그들이 써준 글이 편액으로 걸려있다. 출입문에 쓰인 ‘동해명구(東海名區)’도 1711년 8회 통신사로 온 역관 현덕윤의 글씨다. 현덕윤과  아메노모리호슈가 새겼던 글, 성실과 믿음으로 사귄다는 ‘성실교란’은 한일교류에서 귀중한 인연이다. 이후 10회 이상 방문한 통신사들이 전해준 서예, 한시 혹은 회화, 천문계산법 등이 소중히 보존되어 1994년 일본 국가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이렇듯 조선통신사는 한일간의 외교 외 학술, 사상, 기술, 예술 등 문화의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메이지유신 시대 이후, 일본으로 파견된 사절단을 수신사라 불렀다. 수신사는 양국의 신뢰를 돈독히 하겠다는 뜻이다. 1차 수신사의 김기수 일행 이후, 임오군란 수습을 위해 파견된 4차 박영효에 이르기까지 국내 문제 협상과 정치 사건 수습 등 사절 파견의 성격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국제 정세 파악의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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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 성 입구 시청 앞 광장

다음날, 아침 일찍 나섰는데, 다행히 날씨가 참 좋았다. 시청 앞 푸른 정원 사이로 높이 서 있는 하마마쓰성을 찾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570년에 히쿠마성을 확장하여 고쳐 지은 후 시즈오카 슨푸성으로 옮길 때까지 17년 동안 살았던 거성이다. 전국 통일의 기반이 되었고, 이후 성주들이 잇달아 출세해서 ‘출세성’으로 불린다. 우뚝 솟은 천수각은 수많은 전쟁으로 훼손되어 1958년에 시민 모금으로 다시 지어졌다. 

 

성 안으로 들어가니 목책 부근 석비에 새겨진 ‘개괘송’ 뒤로 소나무가 서 있다. 개괘송은 철갑 두른 소나무라는 뜻이다. 개괘송은 헤이안 시대에 미나모토 장군이 자신의 갑옷을 소나무에 걸었다는 전설에서 비롯되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자신의 갑옷을 소나무에 걸었다고 전해진다. 철갑 두른 소나무는 바로 후지산을 남산이라고 부르는 하마마쓰의 이 소나무라고 하는 의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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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성의 개괘송

우리 애국가 제2절에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부분이 있다. 우리 국민이 좋아하는 소나무이고, 꿋꿋함을 표현하는 부분에 절대 공감한다. 철갑은 소나무의 표피 생김새를 말하는 줄 알았다. 어원을 찾아보니 소나무에 두른 철갑은 강인함을 표현하는 정도이다. 애국가 작사자 윤치호(일본명 이토 지코)는 젊은 시절 도쿄를 중심으로 생활했으니 무관하지는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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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 성 천수각

천수각에 오르니 일본 전역의 성 분포와 특징이 전시되어 있다. 내부에는 당시의 갑옷과 엽전, 무기, 그림 등 기념품이 전시돼 있다. 전망대에서 하마마쓰 전경을 360도 둘러볼 수 있다. 하마마쓰성은 돌로 쌓은 담과 지붕의 솟아오른 곡선이 예쁘게 치장되어 있다. 하얀 벽면에 까만 나무판, 그 위에 새겨진 화려한 문양이 곱고, 건물의 디자인이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성의 뒤편 내려오는 길은 일본정원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개울물 위에 놓인 돌다리와 둥근 나무다리, 작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풍광 속에서 편히 걸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기분좋게 한 바퀴 돌아 내려왔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 스타벅스가 자리잡고 있고, 부근에 하마마쓰 미술관이 다소곳하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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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성 일본정원

하마마쓰역 부근 민관 복합시설 액트시티 타워가 높다. 음악의 도시답게 하모니카를 모티브로 디자인되어 있다. 하마마쓰의 상징적 건물로 나고야 쌍둥이 빌딩에게 자리를 내주기 전까지 중부지방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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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에서 고안된 오쿠라 호텔 액트 타워

휴일인데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바로 옆 악기박물관에 모여든다. 하마마쓰는 세계적인 악기 제조사 야마하와 카와이, 스즈키 세 본사가 창업한 곳이다. 수요 감소로 인하여 발생하는 문제를 악기업체와 하마마쓰시가 공동 대응하여 음악도시 만들기로 승부수를 띄었다. 음악 행사 및 전시, 체험 활동 등을 활발하게 추진했다.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 피아니스트 등용문으로 알려졌다.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대회에서 2009년 15세 나이로 최연소 우승자로 선정된 사람이 바로 조성진. 하마마쓰는 악기산업과 함께 음악도시로 성장, 2014년 12월 유네스코 창의 음악도시로 승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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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 교복 입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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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 악기박물관

일본 최초이자 유일한 공립 악기 박물관에 들어가면 손소독제 누르는 곳이 피아노 페달 밟는 모양이다. 지상 1층은 일본 및 아시아 악기 전시가 이어진다. 고대 쌀농사의 시작을 소리로 알리는 동탁종이 반기고, 우리나라 고전 장구와 풍물패 악기 영상, 박 등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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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악기 전시코너

샤미센 등 200여 점의 일본 악기가 모여있어 거의 모든 종류의 악기를 만날 수 있다. 일본에서 만드는 서양악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전자악기들, 가야금과 비슷한 고토의 전자악기 다이쇼고토, 보급형 작은 피아노와 체험할 수 있는 악기도 있다. 이곳의 소장 악기만도 3,000개가 넘는다. 다양한 악기의 소장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는 곳이다. 

 

지하 1층에는 세계 각국의 다양하고 놀라운 형태의 악기들이 전시되고 있다. 세계의 악기 1,300점을 상시 전시하고 있고, 19세기 유럽의 화려한 피아노가 돋보인다. 헤드폰으로 악기의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고, 체험 코너에서 연주도 가능하다. 

 

하마마쓰는 이제 한 폭의 그림을 뛰어넘어 교향곡을 연주하는 음악 도시로 다가온다. 하모니카에서 울려 퍼지는 오빠 생각, 북소리와 오르간 등 리듬을 타는 소리, 시민들의 합창하는 소리가 하마마쓰의 색깔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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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박물관 전시물

시내버스를 타고 동경돔 6개 반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하마나 플라워파크에 도착했다. 예쁘게 치장한 관람차를 타고 한 바퀴 돌아 건너편으로 갔다. 화사한 빛을 받아 플라워파크에 생기가 느껴지고 곳곳에 예쁘고 다양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으면서 예쁘게 잘 가꾸어놨다. 유리로 꾸며진 온실 안으로 들어갔다. 촉촉함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호수 주변에는 물파초가 하얗게 자라고 있다. 청초하고 귀한 느낌이다. 오제 국립공원 습지 사이로 피어나던 6월의 물파초들은 잘있는지 궁금하다. 둥글게 꾸며놓은 장미덩쿨 사이로 쑥쑥 자란 나무들이 조화롭다. 그야말로 일본 정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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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파크 입구와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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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 파크 물파초

다시 버스를 타고 칸잔지(관산사)로 올라가는데 온천지역이라 호텔들이 많다. 곳곳에 이곳의 특산물 장어 요리를 판매하는 그림들이 붙어있다. 하마나호수를 끼고 있는 이 곳은 장어덮밥이 유명하다. 칸잔지 전망대에 오르니 호수 너머 마을이 보인다. 우아한 관음상 아래 잠시 쉬고 있으니 바람이 살랑 거린다. 가만히 즐기는 여유 있는 시간이 그냥 행복하다. 내려오는 길에 내게 주는 작은 선물은 칸잔지 온센호텔에서 피로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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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간잔지 온센호텔

오쿠사야마 산 위에 있는 오르골 박물관을 가기 위해 호수를 가로지르는 로프웨이를 타야 한다. 로프웨이에서 내려다보는 풍경, 섬과 마을이 호수와 조화를 이룬다. 이때, 호수를 반으로 가르면 달려오는 경정 한 대가 물보라를 일으킨다. 하얀 뱃길을 내며 시원하게 내달린다. 어느덧 도착한 전망대 앞 쪽에 연인의 종이 있다. 곳곳에 사진 스팟은 다소 상업적이다. 호수의 절경을 내려다보는 카페 창가에 앉아 커피 한잔. 과거 다이묘들이 배로 건너던 이 호수 위를 지금은 대교가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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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웨이에서 바라본 하마나코 호수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는 오르골 박물관, 60이 넘어 보이는 초로의 신사가 오르골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설명하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지켜보는 이들도 감정이입이 되어 정성스럽게 듣는다. 하얀 장갑을 끼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이 감동이다. 약 80종류의 오르골 컬렉션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에서는 손수 작곡과 장식을 해 자신만의 오르골을 만들 수도 있다. 아기자기 예쁜 오르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예쁜 오르골을 하나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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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카페에서 본 하마나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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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골 설명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

하마마쓰 역으로 돌아오는데 어린 학생들이 토요일 행사하고 귀가하는가 보다. 하얀 셔츠에 감색 바지를 입고 어깨 둘러 가방을 매고 있다. 하얀색 반타이즈 양말을 신은 모습은 어렸을 적 우리들의 모습이다.

 학생들과 시민들의 오케스트라 연주가 펼쳐진 모습을 뒤로하고, 역사 안쪽에 있는 교자 집에 갔다. 사람들이 붐벼서 조금 기다렸다. 하마마스에 300개가 넘는 교자 집이 있다. 하마마쓰 사람들은 밥보다 교자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퇴근길에 들러 교자로 저녁을 먹는 하마마쓰 사람들이 많다. 그들 속에 섞여 숙주나물이 올려져 있는 교자를 한입 베어 먹으니 오홍! 너무 맛있다. 단숨에 10개를 다 먹어버렸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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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역 광장 시민 오케스트라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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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마쓰 역 교자만두 가게

하마마쓰 역에서 버스로 15분 정도 남쪽 해안가에 나카타지마 사구가 있다. 일본 3대 사구에 해당된다. 역과 가까워서 잠깐 다녀오기 좋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동서 4km, 남북 600m의 사구가 펼쳐진다. 이곳에 붉은 거북이가 알을 낳기 위해 올라온다고 한다. 매년 5월 초 3일 동안 하마마쓰 축제 메인 회장이 되어 연날리기 대회도 열린다. 150만 명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밤에는 축제 마차가 마을을 돌아다닌다. 

 

축제에서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라는 생각이 든다.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지역의 색깔이 담긴 것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것은 뿌리이고 미래이다. 하마마쓰에서 시즈오카로 돌아가는 길, 가족이 그립고, 함께 연주회 다니던 친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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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타지마 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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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경희

◇ 인천 아라고등학교 교장

◇ 前인천 작전여고, 인천 청라고 교감

◇ 前인천광역시교육청 정책기획조정관

◇ 前인천서부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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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일본 소도시 기행 - 음악의 메카 하마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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