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7(토)
 

[교육연합신문=양원석 기자]

 

'선생님, 선생님, 우리들의 선생님'

 

6학년 담임만 11년째, 앞으로 19년 더…30년간 6학년 담임 맡고 싶어

'티볼', 사물놀이, 영화제작, 학급재판소까지…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심 키워 줘

 

매년 학년 담임반 '큰빛 ○기' 이름붙여…올해 11기째, 매년 말 선후배 모여 축제도

철저한 토론식 수업…주제발표와 질문 모두 학생 주도, 서로 부족한 부분 채워가

 

 

매년 맡는 6학년 '큰빛'이라 이름붙여, 올해 6학년 5반은 '큰 빛 11기'

 


서울 문백초 유상용 교사는 2000년 3월 첫 교단에 발을 디딘지 올해로 11년이 됐다. 그 동안 서울 남부지역의 초등학교 두 곳을 거쳐 문백초는 유 교사의 세 번째 학교이다.

 

유 교사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재량 휴업일 제외) 낮시간 동안은 거의 시간이 없다. 수업이 끝나면 매일 오후 5시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반 아이들의 티볼 연습을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필수적인 보직업무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른  데는 신경을 쓰지 못한다. 학기별로 이루어지는 반 학생들의 학부모 상담도 학교 운동장 스텐드에서 이루어진다. 취재를 위해 학교를 찾은 기자는 한시간여 동안 유 교사와 학교 스텐도에 앉아 이색적인 야외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교사의 꿈은 간단하면서도 매우 어렵다.

교직에 발을 디디면서 시작한 '큰빛' 학생활동을 30년간 계속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30년간 6학년 담임을 맡는 것이다.

 

현재 11년이 지났으니 앞으로 19년간 6학년 학급담임을 더 맡겠다는 것이다. 19년 후 유 교사의 나이는 57세, 현실적으로 봤을 때 결국 교감 승진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

 

그만큼 즐거울까?

 

"교직에 들어서기 전 대학교 때 시골에서 대안학교를 운영했었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여러가지 활동은 그때 예비교사로서 꿈꾸고 계획했던 모습입니다."

즐겁다기 보다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유 교사가 펼치는 활동은 여느 초등학교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특징들을 가지고 있다. 범위를 중학교나 고등학교로 확대해도 그 남다름은 유독 눈에 띈다. 유 교사가 '큰 빛'이라 이름붙인 이 활동은 그만큼 특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큰빛'은 '세상에 나가 커다란 빛이 되라'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00년 1기를 시작으로 올해 유 교사가 담임을 맡고 있는 문백초 6학년 5반 학생들이 11기이다.

 

유 교사는 교사 첫 해부터 현재까지 계속해 6학년 담임만을 맡고 있다.

"큰빛 활동은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심을 온몸으로 배우는 과정입니다. 이를 배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개념을 어느정도는 인식을 해야 하구요. 그런 점에서 볼때 6학년이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이루어지는 티볼연습과 성베드로 학교 봉사, 영화촬영, 댄스 등 동아리 활동과 공연, 사물놀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토론식으로 펼쳐지는 수업까지…1년 내내 학교 생활과 함께 이루어지는 '큰빛' 활동은 발달단계로 볼 때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이 가장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유 교사가 굳이 6학년을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현실적인 판단이다.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은 서로가 맡기를 원치않는 보직이다. 생활지도가 그만큼 힘들고 신경써야 할 것이 다른 학년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6학년 담임을 자원해서 맡는 경우는 학교마다 한 두명에 불과하다. 다른 학년에 비해 지원자가 적으니 유 교사가 원한다면 안정적으로 담임을 맡을 수 있다.

 

 

정보헌 교장 - 내가 본 유상용 교사

"현실의 벽 허무는 선생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얼마전 성베드로 봉사활동을 따라간 학부모님 두 분이 지하철역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지는 할머니를 구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무척 위험한 순간에서 자칫하면 구하는 사람도 크게 다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변화가 부모님에게 까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정보헌 교장이 기자에게 전한 이야기이다.

 

학교를 맡아 살뜰히 학교를 살피고 있는 정교장은 단정한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유 선생님이 맡고 있는 반 전체가 형제라는 느낌이 듭니다. 현실에 놓여 있는 벽(한계)을 포기하지 않고 허무는 선생님이 있다는 것, 그런 선생님과 함께 한다는 것이 고맙고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정 교장은 유상용 교사의 모습이 현실의 어려움으로 고민하는 다른 교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티볼', 타인에 대한 배려와 협동심…'즐기면서' 배운다, 전국대회 우승 등 실력도 짱!

 

 

해마다 유 교사가 맡는 6학년 반 학생들로 이루어지는 '큰 빛'활동의 눈에 띄는 가장 큰 상징은 '티볼'이다.

 

'티볼(T-볼)'은 야구와 유사한 운동경기로 우리나라에는 1998년 협회가 처음 만들어져 국내에 소개된 지 십년이 조금 넘은 종목이다.

 

교사 첫해인 2000년 협회로부터 경기 세트를 건네 받으면서 티볼과 인연을 맺은 유 교사는 티볼을 통해 반 학생들이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협동심을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이끌고 있다.

 

매년 그랫듯 티볼 경기에는 유교사의 6학년 5반 학생 전원이 참여한다. 28명의 반 학생들 이외에 올해부터는 다른반 학생 가운데 희망하는 학생들이 함께 연습을 한다.

 

유 교사와 학생들은 매일 수업이 끝난 후 오후 5시까지 티볼 연습을 한다. 봉사활동을 펼치는 수요일은 오전 체육시간을 활용해 연습을 한다.

 

학생들의 실력은 놀랍다. '큰 빛' 활동의 특성상 매년 6학년생들이 1년 동안만 활동을 하기 때문에 매년 선수구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다른 학교팀처럼 저학년부터 학년이 올라가면서 단계적으로 실력을 늘리는 것과는 다르다.

 

이같은 현실적인 한게에도 불구하고 유 교사가 이끄는 문백초 티볼팀은 지난해 1학기 천국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대표로 일본 선수권 대회(제12회 일본 티볼 선수권 대회)에 참가해 일본팀들을 누르고 준우승을 차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단 1년의 연습과 훈련, 반 학생들만으로 구성된 선수 구성 등 이 팀만의 특별함을 생각할 때 이 같은 성과는 그야말로 눈부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협동심을 기르는 데 있어 티볼만큼 좋은 운동도 없습니다."

유 교사의 말대로 학생들은 취재가 있었던 금요일에도 연습이 한창이었다. 특이한 것은 연습이라고는 하지만 노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자기들이 알아서 볼을 치고 달리고 잡으며 두 시간동안 운동장을 누볐다. 이따금 아이들이 유 교사를 불렀다. "선생님, 아웃이에요?" 인터뷰 중에도 운동장에서 눈에 떼지 못하던 유 교사의 팔이 아웃을 선언한다.

 

학생들은 티볼을 즐기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이렇게 신나게 연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중 작은 충돌이 일어났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넘어진 학생을 일으켜 수돗가로 데려간다. 학생들은 티볼을 '즐기며' 몸으로,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배운다.

 

 

선배와 학부모 적극 지지, 주요 행사에는 어김없이 함께 해

 

티볼은 학생들에게 또 다른 '선물'을 준다. 티볼과 '큰 빛'으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은 학교를 떠난 후에도 다시 학교를 찾는다. '후배'들의 티볼 대회가 있거나 공연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졸업한 '큰 빛' 선배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학부모들도 마찬가지이다. 6학년 5반의 대회 활동이 있는 날이면 학부모들이 언제나 함께 한다. 선배들이나 학부모 모두 누가 시켜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티볼 대회에는 유 교사와 선수들을 비롯해 '큰 빛'선배들과 학부모 등 무려 100여명이 함께했다.

 

선배들을 통해 후배들은 또 다른 소속감을 배운다. 그 가운데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협동심은 이들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학생들의 변화는 학부모들의 변화를 이끈다. '큰 빛'의 학부모들 역시 남다른 봉사정신을 보여준다. 지난 달에는 학생들의 대회활동에 따라나섰던 학부모 두명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하던 할머니를 구해내는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반 모든 학생 동아리 활동…율동, 영화, 행사진행, 학급재판까지 학생들의 손으로

 

티볼이 운동을 즐기며 배려와 협동심을 배우는 과정이라면, 6학년 5반의 동아리 활동은 더욱 특별한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6학년 5반에는 모두 4개의 동아리가 부서형태로 있다. 각 부서는 모두 7명씩 구성돼 있다.

 

'큰 빛 율동부'는 금천구청이 지원해 근처 금빛공원에서 열리는 초중고 학생 동아리 공연에서 댄스공연을 선보인다. 다음주에는 서울랜드에서 열리는 서울학생동아리한마당에 남부교육지원청 대표로 출전한다.


지역민과 함께 하는 금빛공원 동아리공연은 매 공연때마다 4~5백여명의 지역민들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매 달 한 번 1학년생들을 도와주며 열리는 1학년과의 협동수업이나 성베드로 봉사활동 등에 있어서도 율동부는 분위기를 이끌며 앞장선다.

 

'큰 빛 재판부'는 학생들의, 학생들에 의한, 학생들을 위한 학급 사법부이다.

누구나 학급 활동이나 다른 학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려는 학생은 재판부에 소를 제기할 수 있다.

 

재판은 철저한 배심제로 운영된다. 매 사건마다 주임판사와 보조판사가 있어 사건을 심리하며 7명의 재판부 소속 학생들과 소송 당사자를 제외한 모든 학생이 배심원이 돼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질의와 응답과정을 거쳐 평결을 한다.

 

재판 결과에 따라 일주일간 청소 등의 벌칙이 내려지기도 한다. 재판결과에 대해 이의가 있는 학생들은 항소를 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재판 결과를 받아들인다.

 

재판 결과에 대한 학생들의 수용태도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학기초 아직 '재판'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은 재판결과에 대해 적지않은 이의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2학기가 되면 재판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크게 줄어든다고 한다.

 

재판과정을 통해 타인을 심판한다기 보다는 내 모습과 태도를 되돌아보는 '성숙'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큰 빛 방송부'는 학급 뉴스와 영화를 제작하는 부서이다. 2학기초 방송부는 첫 번째 영화의 제작을 끝냈다. 현재는 두 번째 영화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방송부는 오는 11월 13일 금천구청이 여는 초중고 영상동아리 축제에서 두 편의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다.

 

시나리오 집필과 촬영, 연기, 감독 영화 제작의 주요역할을 학생들이 직접 경험한다.

 

'큰 빛 스튜디오'는 학급 내 각종 행사와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등 각종 활동의 행사진행을 도맡아 한다. 매년 12월 '큰 빛'을 거쳐간 선후배들이 모여 여는 축제 진행도 이들이 맡는다.

 

 

수업은 토론식으로, 주제발표와 질의 응답…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가

 

유 교사가 맡는 학급의 수업은 특이하다. 수학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가능한 토론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유 교사는 수업에 앞서 다음 시간 배울 내용을 소개하고 주제 발표자를 정한다.

 

발표를 맡은 학생이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면, 다른 학생들은 발표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발표학생과 질의학생 사이의 문답과정을 통해 수업은 이루어진다.

 

이 토론식 수업의 가장 큰 특징은 주제발표자와 질의학생 사이의 문답과정을 통해 서로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공동체 정신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서로가 자기의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워줘야만 수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협력하는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성베드로 학교와의 특별한 협동수업

 

유 교사는 매달 셋째 주 수요일이면 학급 학생들과 함께 근처의 지적장애인 특수학교인 성베드로 학교를 찾는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성베드로 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함께 티볼 연습을 한다. 지적장애인의 특성상 쉽게 어울리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이제는 함께 경기를 치를 수 있을만큼 친해졌다. 내년에는 이들과 함께 전국대회에 참가해 번외경기를 할 계획도 갖고 있다.

 

 

1학년과 함께 하는 특별한 협동수업…선생님의 역할을 해 보며

 

매달 첫째 주 수요일은 교내에서 1학년 학생들과 협동수업을 펼치는 날이다. 이 날 학생들은 동아리별로 나누어 20분씩 1학년 어린이들을 지도할 수업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로 놀이를 통해 펼쳐지는 협동수업시간 동안 학생들은 교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책임감과 리더십,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인내심 등의 덕목을 말이 아닌 실천을 통해 배우는 과정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양로원 봉사와 사물놀이, 이어지는 특별활동들

 

매주 넷째 주 수요일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는 날이다. 성베드로 학교와 1학년 생들과의 협동수업에 이은 봉사활동이다.

 

학급의 특별한 모습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6학년 5반 모든 학생들은 모두 사물놀이를 한다.

 

얼마전에는 모 우유회사가 주최해 열린 우유팩을 활용한 재활용 공모대회에서 학급 학생이 모두 모여 자기 키보다 더 높은 거대한 청자조형물을 만들어 단체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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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우리시대의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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