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많은 사람들은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오해를 한다.

성직 다음으로 고귀한 직업이라 치켜세우는 한켠에선 비리의 온상이라 수근거리고 비난한다.

자기 자녀가 점수를 잘 받으면 공정한 것이라 힘주어 말하면서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공정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여섯시면 '칼퇴근'에, 방학때면 학생들과 같이 쉬면서 급여는 꼬박꼬박 받는 '철밥통'이란 생각도 한다.

연차휴가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휴무토요일에도 출근해 밤늦게까지 밀린 잡무를 처리하는 현실은 알지 못한다. 방학 중에도 교과연수를 비롯해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실제로 맘 편히 방학을 보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이 기사는 본지기자가 일선 학교에서 교사의 하루를 동행 취재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간 후에도 우리 교육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그렇지만 본지의 노력이 그 오해와 편견을 깨는 작지만 의미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아침 7시 50분 출근, 수업, 공문처리, 회의 계속 이어져

 

인천 함박중학교(교장 이종덕) 진윤기 교사는 이 학교 1학년 1반 담임과 연구부장을 겸하고 있는 교직경력 24년의 중견교사로 담당과목은 수학이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집 근처 공원에서 40여분간 산책을 겸한 운동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아침식사를 한다. 7시50분 정도면 학교에 도착한다.

 

8시 50분부터 시작하는 첫 수업 전 까지 대략 한 시간 동안 오늘 일정을 확인하고 수업준비를 한다. 사이사이 진 교사가 맡고 있는 교과교실제 관련업무와 인천시교육청 특색사업인 기후보호 시범학교 업무 처리를 위해 외부통화를 하고 처리해야 할 공문서도 살펴본다.

 

진 교사가 근무하는 함박중은 지난 1학기 교과부로부터 교육과정 혁신학교(A형 교과교실제)로 선정됐다. 덕분에 교과교실 구축 실무업무를 총괄하는 진 교사의 업무량은 전보다 더 늘어났다. 시교육청과 언론사에 보낼 보도자료도 챙긴다.

 

오늘 해야 할 일은 언론사 보도자료 제공, 교과교실제 리모델링 계획서 작성, 기후보호시범학교 체험전 준비 등이다. 이틀 뒤에 있을 학교축제에서 반 학생들과 함께 인기아이돌 그룹인 2PM의 댄스를 선보이기로 했는데 연습할 시간이 없어 걱정이다.

 

오늘 수업은 오전 세 시간 오후 한 시간 모두 네 시간이다. 수업이 없는 5교시 시간에는 외부강사를 초청해 열릴 예정인 담임반의 야외 체험학습을 살펴봐야 한다.

 

마지막 6교시가 끝나는 오후 3시부터는 기획회의에 참석하고 바로 이어서 전체 교직원 회의에 참석한다. 다행히 오늘 외부출장 일정은 없다.

 

작성 중인 교과교실제 리모델링 계획서는 분량만 40페이지가 넘는다. 진 교사는 며칠 째 계획서를 작성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업무의 중요성 때문에 신경이 여간 쓰이는 것이 아니다. 설계를 맡은 설계사무소 담당자에게 교과교실제의 개념을 정확히 설명하는 일도 진교사의 몫이다.

 

 

아침 8시 40분, 아침 조회…하루일과의 시작

 

 

교무실 벽시계가 8시 40분을 가리키면 담임을 맡고 있는 1학년 1반 교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이제 갓 초등학생 티를 벗은 30명의 남학생들이 올망졸망 자리에 앉아 담임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과 인사를 한다. “오늘 과학수업 있지?” “기후보호 시범학교 수업이 있을 테니까 야외에서 체험학습하자고 과학선생님께 잘 말씀드려 알았지?” 내일 있을 학교 축제 예행연습과 모레 축제 일정도 설명한다. “분리수거 잘하고 오늘도 즐겁게 생활하자”

 

그 사이 아이들의 질문이 쏟아진다. “선생님이 과학선생님께 말씀해 주세요” “체력검사 언제해요?” 일순간 교실이 소란스러워진다.

 

“○○야, 너 여자친구 사귄다며?” 진 교사가 앞자리에 앉은 학생에게 다가가 여자친구 관계를 물어보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짧은 조회시간을 마치고 서둘러 첫 수업이 있는 교실로 향한다.

 

첫 수업이 열리는 반은 여학생 반이다. 남녀공학인 함박중은 올해부터 남학생반과 여학생반을 구분했다.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조숙해 생각하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여간 아니다. 수업분위기를 유지하고 오늘 목표인 단원을 제대로 학습시키는 것이 또래 남학생반보다 더 어렵다.

 

오늘은 오전 수업 세 시간 가운데 두 시간이 여학생반 수업이다. 오전이 끝나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아침 8시 50분, 1교시 첫 수업…1교시 수학수업은 힘들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 전부터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소란스럽다. 반장의 인사가 이어진다.
바로 수업이 시작된다. "지난 시간에 배운 것은 한 꼭지점에서 구할 수 있는 대각선의 합을 구하는 법이었어요. 오늘 배울 것은 다각형의 내각과 외곽의 합을 구하는 것입니다"

 

수업이 시작됐어도 학생들의 수다는 그칠 줄을 모른다. "○○아" 산만한 학생의 이름을 불러 주위를 환기시키며 수업을 계속한다.

 

"사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도 지요?" 진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의 응답이 시원치 않다. 맥이 빠질 법도 한데 진 교사는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고 수업을 이끈다.

 

"자, 교과서 덮고 익힘책으로 갑니다. 256쪽" 학생들이 익힘책을 펼쳐 문제를 풀기 시작한다. 그러나 뒷자리 학생들의 잡담은 계속된다. 간간히 "○○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집중하도록 유도한다.

 

"○○이, 손톱깍기 집어넣어" 칠판 바로 옆에 있는 대형 프로젝션 모니터를 켜고 익힘책 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 "문제해결 1번 봅니다. 특히 이런 문제 유형은 잘 배워둬야 합니다"

 

수업 중반에 들어서면서 조금씩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진 교사의 질문에 대한 반응도 시작할 때보다 나아졌다. 작게나마 질문에 답을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속삭임이 들린다. "아, 어떻게 풀어"

 

 

"○○아, 다 풀었어?", "○○는?" "○○이는 매일 매일 즐거운 비결이 뭐야?"

누군가가 말했다. "생각없는 거요"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다.

 

"누구 나와서 풀어볼 사람?" 세 명의 학생들이 나와서 칠판에 문제를 푼다. 그 사에 다시 뒷자리가 소란스러워 진다. "○○야, 여기 봐. 그림 그리고 있어. 지금? 바로 앉아"

"자,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합니다. 공식은 외우려 하지 말고 이해를 해야 해"

 

오늘 배운 내용을 정리하고 다음시간 배울 내용을 소개한다.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자 아이들이 조금씩 어수선해지더니 수업종이 울리자 소란스러움은 극에 달한다. 진 교사는 서둘러 교무실로 걸음을 옮긴다.

 

 

오전 9시 35분~10시40분…수업 없는 시간은 빈시간? No!, 잡무처리의 시간

 

 

교무실에 들어오자마자 전화기를 집어 든다. 2교시는 수업이 없다. 진 교사는 남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전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전화가 걸려온다. 기후보호 시범학교와 관련한 문의전화다.

 

교무실을 둘러보니 다른 교사들도 저마다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밤에도 교사들은 학교 축제 준비로 대부분 밤 10시가 넘어서야 퇴근을 했다.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김원화 교사는 아침부터 교사들 사이를 다니며 업무를 처리하느라 앉아 있는 모습을 보기가 어렵다.

 

작성 중이던 교과교실제 리모델링 계획서를 다시 펼쳐든다.

 

진 교사가 근무하는 함박중의 전체 교사는 모두 34명. 그 가운데 4명은 순회교사로 인근 지역의 다른 학교로 출장수업을 나간다. 학교에도 다른 학교에서 순회교사가 와서 일부 과목의 수업을 맡고 있다.

 

교사 수가 학교의 학급 수에 비례해 정해지다 보니 학생 수가 줄어드는 지역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교사정원이 줄어들고 있다. 때문에 학교마다 일부 교과목 담당 교사가 모자라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궁여지책으로 인근 학교끼리 순회교사제를 활용해 서로 모자란 교과목의 수업을 돕고 있는 것이다.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교사의 역할과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수업은 말할 것도 없다.

 

 

오전 10시 40분, 3교시 두 번째 수업…'거울과 귀고리'

 

 

3교시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아, 거울 집어넣어" 한눈을 파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며 수업을 시작한다.

"오늘 배울 것은 원과 부채꼴의 개념에 대해 배울건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진 교사의 질문에 답이 시원스레 나온다. 진교사의 목소리에 힘이 붙는다.

 

십여분이 흐르자 뒷자리 학생 가운데 책상에 엎드리는 학생이 나온다.

"○○, 어디 아프니?" "○○, 귀고리 가지고 그만 장난해"

진 교사는 수업 중간 중간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는지 수시로 살핀다.

"○○이, 나와서 풀어보자"

"실제로 시험문제는 269쪽과 같은 문제가 나오는 거야"

 

수업이 끝날 시간이 다가오면서 진 교사가 수업 내용을 정리해 준다. 동시에 교실도 소란스러워 진다.

 

"수업을 하다보면 책상에 엎드리는 학생,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옆자리 학생과 잡담을 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귀고리나 거울 등을 보면서 한눈을 파는 학생도 있지요. 문제는 이 같은 학생의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지적을 계속 하다보면 수업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원하는 대로 수업을 이끌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만 보고 있을 수도 없구요…착잡합니다."

 

 

오전 11시 35분, 4교시 세 번째 수업…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세 가지 태도

 

오전 11시 35분 이날의 세 번째 수업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남학생반이다. 수업종이 울렸는  데도 빈자리가 많다.

"다들 어디 갔어?" "교무실이요"

쉬는 시간 학생들 사이에 싸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수업을 시작한 지 5분쯤 지나 학생들이 우루루 들어온다. 애써 잡은 수업분위기가 일순간 흐트러진다. "어디 같다 온거야?" "○○, 싸웠니? 다들 얼른 앉아"

 

수업 중반이 흐르면서 조금씩 학생들의 집중력이 떨어진다. "휘파람 부는 사람 누구지?"
예외 없이 진 교사의 지적이 이어진다.

 

"세 번째 문제는 외곽의 합을 구하는 문제인데…"

 

교실 풍경은 크게 세 가지 모습으로 나누어진다. 수업을 적극적으로 따라오는 학생, 조용히 칠판을 응시하며 수업을 듣는 학생, 쉼 없이 몸을 비틀고 한눈을 팔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

 

수업종이 울린다. 그러나 진 교사는 소란스러워 하는 학생들을 제지하며 칠판에 도형을 그린다. 다행히 학생들은 진교사의 지시를 잘 따라온다. 이렇게 오전 수업은 끝났다.

 

교직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수업과 회의를 준비한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연이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아직 마무리 하지 못한 공문과 계획서는 회의가 끝난 후에야 살펴 볼 수 있을 것이다. 축제 때 선보일 댄스 연습도 해야 하는데 연습이 너무 부족해 걱정이라며 겸연쩍게 웃는다.

 

진윤기 교사는 이 날 밤 10시 40분 퇴근했다. 금요일(15일) 있었던 학교 축제에서 진 교사는 걱정했던 대로 댄스공연에서 많은 실수를 하며 축제에 참석한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수준별 수업이 필요한 이유?…아이들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진 교사는 반 아이들을 포함해 학년 전체 아이들의 이름과 얼굴을 거의 다 외운다. 고3 자녀를 둔 진 교사에게 이들은 또 다른 자식들이다.

 

그러나 교직 경력 20년이 훨씬 넘는 진 교사에게도 요즘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은 어렵다. 학기 초가 되면 교직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저경력 교사들 중에는 수업을 진행할 수 없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교사들이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학생들이 교사에 대해 가지는 마음가짐이 전과는 전혀 다르다. 학부모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역적 특성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자녀의 일상생활에 관심을 가질 겨를이 없는 가정인 경우 학생의 수업집중력은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생활지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는 것은 예사다.

 

아이의 학교생활로 학부모와 상담을 하는 것도 생각처럼 쉽지 않다. 자녀의 학교생활에 별 관심이 없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학생의 닫혀있는 마음을 열고 상처를 어루만지며 잃어버린 자존감을 되살리면 그 학생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한다. 스스로 성취동기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모두 마음을 다잡고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진 교사가 안타까워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는 데도 시간이 부족한 현실에서 진 교사가 학교생활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은 시간을 쪼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해당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생활에 무관심한 경우에는 교직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한다.

 

 

 

수준 별 수업…하위권 학생들의 탈출구, 마음의 상처 어루만지는 맞춤형 수업 펼쳐야

 

그래서 진 교사는 수준별 수업이 하루 빨리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수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 학습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면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수업과정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도태되지 않고 최소한의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수준 별 수업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진 교사가 수준별 수업을 바라는 이유는 또 있다.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 부모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수업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기본적인 개념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선 수업에 흥미를 느끼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문제풀이나 입시는 그 다음문제입니다. 기본적인 개념부터 차근차근 가르치며 흥미를 높이고 틈나는 대로 아이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열게 이끌어야 합니다. 수준별 수업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현재와 같이 각기 다른 수준을 가진 학생들이 한 교실에 모여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상위권 학생도, 하위권 학생도 모두 원하는 수업을 받을 수 없다.

 

특히 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도 크나큰 손실이다.

 

분위기를 잡아가며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1/3정도의 학생들만 수업을 따라온다. 또 다른 1/3은 수동적이라 수업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진교사가 수업내용을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을 해도 응답이 시원치 않은 경우가 많다.

 

나머지 1/3은 수업에 관심이 없다. 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진 교사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아이들이다. 그러나 주어진 현실에서 진 교사가 이 학생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다른 학생들의 수업을 방해 하지 않고 수업분위기를 해치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 기자노트 >

 

진 윤기 교사는 매주 20시간의 수업을 담당한다. 대부분의 교사는 수업이외에 보직에 따라 다양한 업무를 맡는다. 부장교사의 경우 그 업무량은 여느 사기업 못지않게 많다. 진 교사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4~5시간. 다른 교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신문과 방송을 통해 각종 비리뉴스를 접하면서 교사들을 보는 눈은 더욱 매몰차졌다. 가뜩이나 교권이 추락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사에게 진심어린 존경과 감사를 표하는 모습은 점점 더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바라본 교사는 고귀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은 직업이다. 편한 직업과는 더욱 거리가 멀다.

 

교사들이 매일 접하는 학교 현실을 고려할 때 소명의식을 가지라고 채근만 할 수는 없다.

 

수업능력 향상, 수업의 질 개선, 교수법 개발…교사들에게 학교 안팎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이다. 그러나 한번이라도 교사의 하루를 체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요구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교과부와 시도교육청, 교총과 전교조, 교육관련 시민단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교사에게 수업능력을 향상시키라고 촉구할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고, 교권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교권이 복구되지 않는다면 수업의 질 향상은 공허한 울림이 될 뿐이다. 수업능력 향상보다는 효과적인 '생활지도'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먼저이다.

 

체벌 할 수 있는 권한으로서의 교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학교에서 합당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교권을 말하는 것이며, 교사들이 자기의 의지대로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수업을 이끌 수 있는 교권을 말하는 것이다.

 

<양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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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동행취재] 교사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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