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6(화)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이선진 기자, 신재윤 기자]

 

오직 ‘지휘관만이 책임진다’는 신념으로 현장중심․ 골육지정의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한 진정한 지휘관의 ‘참모습’을 이야기하다

 

이윤규 국방대학교 합동참모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예비역 대령

 

“군 지휘관은 국민들로부터 절대절명의 두 가지 명령을 받습니다. 첫 번째는 대내외적인 위협을 차단하고, 전시는 최소피해로서 전승하라고 명시된 임무명령이며, 두 번째는 이러한 임무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각 집안에서 보내진 귀한 자식들을 국가발전에 원동력이 된 선배전우들처럼 심신을 단련시켜 신성한 국방임무명령을 잘 수행해 온전하게 집으로 보내져야 한다는 간절한 명령입니다.” 육사 34기로 임관해 몸과 마음을 모두 국가에 바치며, ‘위국헌신’의 군인정신으로 군생활을 마친 후 지난 2010년부터 현역에서 은퇴해 현재는 국방대학교 합참대 교수로서 후학양성에 열중하고 있는 이윤규 교수. 자신이 <주간인물>에 나오기엔 부족하다고 한사코 인터뷰를 마다하는 겸손함을 보였던 이 교수. 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 <주간인물>은 최근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군내 사건과 관련한 그의 소견과 함께, 참군인상을 수상한 이 교수가 말하는 지휘관의 진정한 의미와 역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_취재 이선진, 신재윤 기자 / 글 신재윤 기자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국방대학교는 1955년 설립되어 내년이면 어느덧 60주년이 되는 국내의 유일무이한 국가안보 종합대학이다. 이 교수는 육해공군과 국방부 중견간부들에게 군사 최고 교육기관으로서 요구되는 전략‧작전적 기획과 합동 및 연합작전 전문수행능력을 교육하고 있다. 여름이 끝나가는 막바지 장마가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의 어느 날, <주간인물>은 현역시절 숱한 화제를 낳으며 다양한 업적을 세운 이윤규 교수를 만나기 위해 국방대학교를 찾았다. 취재를 간 기자를 밝은 얼굴로 반긴 이 교수는 인터뷰 장소로 이동하며 복도에 있었던 졸업생 현황에서 최윤희 현 합참의장을 가리키며, 학교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나타냈다.  

 

  유사시 생명을 요구할 수 있는 군지휘관은 지시와 규정보다는 인본주의에 의한 창의적이고 융통성 있는 현장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이윤규 교수가 지난 군생활 동안 이룬 성과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우선 군인으로 중대장 3회, 대대장 4회, 연대장급 4회 등 창군최초로 최다 지휘관직을 수행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단, 군단, 군, 합참 등 전 제대에서 작전참모 직책을 수행한 전략 및 작전에 능한 전투형 군인기질을 겸비하였으며, ‘들리지 않던 총성 종이폭탄’ 등 저서와 각종 언론매체에 기고 및 출연으로 심리전 분야 최고 전문가로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교수가 그를 거쳐 간 수많은 장병들과 간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계급으로 형성된 지휘관과 부하의 관계가 아닌 부대원 개개인의 사람의 특성을 이해하여 현장에서 그들의 입장에서 조치하며 맺어진 골육지정의 현장 중심의 창의적인 리더십에서 비롯된다. 그 중 대구 여단장 시절에, 복무 중이던 병사 7명에게 ‘민관군 지원 합동진중결혼식’을 열어 준 일화는 MBC 화제집중, YTN 뉴스 등 각종 매체의 휴먼 드라마로도 소개가 되며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2005년 7월, 동거녀의 출산비와 분유 값을 벌기 위해 탈영한 한 병사의 사연과 조모를 모신 동거녀가 출산하였으나 부양하지 못하는 자책감에 자살을 기도했다는 보고를 받는 순간 이 교수는 입장을 바꿔 그 병사들의 입장이 된다면 누구나 탈영, 자살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이 교수는 이와 유사한 병사들을 직접 찾아 그들의 가정을 안정시키게 만든 후 군생활을 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창군 이래 최초로 병사 7명을 대상으로 한 ‘민관군 지원 합동진중결혼식’과 안정적인 가정 및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 여기에 소요된 예산과 물품은 이런 안타까우면서 아름다운 휴먼드라마를 접한 대구시민들의 자발적 지원에 의해 이루어 졌다.

 

이 외에도 그는 지역 내의 독거노인들과 병사들을 자매결연시켜 자칫 방황에 빠질 수 있는 병사들의 인성을 신경 쓰며 주목을 받았고, 어려운 환경으로 인하여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24명의 상근병사들을 위해 야학교를 설립해 교육을 시킨 끝에 그들 모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대학 장학생으로 선발되도록 한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군 지휘관이 가장 많은 지휘관심을 두고 있는 우울증 환자 등 군내 부적응 병사들을 대구 신당종합복지관 등 군 외부 진료기관에 5주 동안 위탁진료 및 조치로 적응케 한 사례도 있다. 아울러 1급 장애인 부친을 부양하다가 군입대한 병사의 애처로운 사연을 듣고 지휘관 독단으로 장기휴가를 조치하는 등 부하이기 이전에 자식 된 한 사람의 입장에서 판단한 지휘관의 융통성이 있는 리더십 사례 등이다. 또한 대구에서는 2005년 군 최초 1100여명의 여성 예비군을 창설해 민관군 통합방위태세 확립과 군의 신뢰도를 제고시키는 역할을 했고, 평일에 예비군 훈련을 받지 못하여 고발당하는 자영업 및 전문직 종사자들의 상황을 고려해 ‘휴일 예비군 훈련제도’ 처음으로 시범적으로 운용하여 전군으로 확대시키는 등 군 발전과 대군신뢰도 증진으로 2006년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특별히 칭송받은 바 있다. 


  이처럼 이 교수의 다양한 업적과 특별한 리더십, 신념은 결코 책이나, 규정 및 지시이행과 보고만으로 이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제 리더십의 원천은 병사들 혹은 간부들 속에 들어가 개개인의 귀한 생명들이 처한 심리, 문화, 환경 등과 같은 문제들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또한 현장에서 그들의 입장으로 조치방안을 찾는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생한 군 관련 사건들, 군 출신으로서 부끄러움과 죄책감 느껴


 얼마 전, 대한민국 군(軍)이 발칵 뒤집혀지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6월, GOP에서 발생한 ‘임병장의 총기난사사건’.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온 국민에게 참혹한 잔상을 안겨준 ‘윤일병’ 사건까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국민들은 더욱 오싹한 여름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군 생활동안 수없이 많은 병사들을 이끌어온 예비역 대령으로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고 탄식했다. “최근 연달아 터진 군 관련 사건으로 인해 이 사회와 모든 국민들은 모두 혼란스러울 겁니다. 두 사건 모두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죠. 때문에 군무에 몸담고 있었던 군장교 출신으로서 부끄러움과 깊은 죄책감을 느낍니다. 아울러 이 인터뷰를 빌어 선배전우님들과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하는 마음입니다. 특히 선배전우들의 고귀한 희생과 불굴의 의지, 노력의 결실 등이 훼손되고 있어 유감스럽습니다.” 덧붙여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한민국 군대의 전통과 자존을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며 하루빨리 신뢰받는 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하는 면을 가리키며 자신의 소견을 밝혔다.

 

 지휘관은 국민의 ‘국가안보 임무명령’과 ‘귀한자식 심신단련 후 귀가시키는 간절한 명령’을 절대절명의 명령으로 수명하고 완수할 수 있는 다이나믹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2013 제19대 국회 국정감사 최우수상임위‧최우수, 우수 국회의원 및 올해를 빛낸 창조경영 인물대상 시상식’에서 ‘국가안보교육 부문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렇게 자신만의 철저한 군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역 당시, 중대장과 대대장, 연대장 등 여러 지휘관의 자리에 위치하며 수많은 부적응 병사들을 군무에 적응시키고 강한 군인으로 무사히 군생활을 마칠 수 있도록 이끈 이 교수에게 진정한 지휘관의 ‘참모습’을 물었다. “지휘관은 국민으로부터 받는 국가안보의 명령, 그들의 자식들을 올바르게 국방임무명령을 수행토록 한 후 온전히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이 두 가지의 명령을 받는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하였다.

 

 “지휘관은 절대절명의 국민의 2대 명령을 완수하는데 규정, 지시, 보고, 관습이 걸림돌이 된다면 자기가 책임을 감수하면서 자기대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부하의 생명과 안전과 직접관련이 있는 문제는 상급지휘관의 지시, 규정, 보고, 관행보다 우선하여 과감하게 융통성 있게 조치해야 합니다. 군인은 결과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필요합니다. 전투현장에는 합리, 정의, 도덕이 통하지 않아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합니다. 따라서 제도, 규정, 합리만 따지는 행정적 지휘스타일은 결코 징병제 장병들에게는 효과적인 지휘통솔의 스타일이 될 수 없습니다. 현재 복무중인 젊은이들을 NA세대라고 일컬어지는데, 이러한 NA세대 특성 중 하나는 그들의 언행이 好, 不好의 가치기준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휘관은 국민들에게 받는 두 가지 명령과 지휘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NA세대를 이해하는 好스타일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바로 그것이 현장중심이며, 지휘관은 병사들의 입장에서 이해와 공감을 하며 그들이 요구하는 好 여건을 만들어 줌으로써 책임감 있고 융통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것입니다.” 


 기자가 리더십의 본질과 지휘관의 역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요청하자 이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며 덧붙였다. “솔직히 국방의 의무에 끌려왔다는 피동적인 장병들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정서나 피동적인 언행이 내재되어 있어요. 여기에 인격모독, 가혹행위 등이 가해질 때는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데 탈출구가 없다면 폭발하게 되죠. 그래서 스트레스의 원인제거, 해소책을 위해 그 상황에 맞는 창의적인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 대표적으로, 제가 항상 애용했던 ‘기분 좋~다’라는 구호가 있어요. 점호시간이나 집합시간, 훈련 등 모두가 함께 모이는 자리가 있을 때 ‘기분 좋~다’를 반복적으로 외친 후 박수치며 웃는 것을 일상화했죠. 효과는 놀라웠어요. 소위 상급자로부터 하급자로 이어지는 ‘내림질책’이 사라졌고, 부대원들이 단합할 수 있게 되거나 각종 스트레스나 가혹행위의 근원을 근절시킨 요인이 되었죠. 36년이 지난 지금도 제 3땅굴을 발견한 자부심과 함께 ‘훈장 5소대’ 전우회는 여전히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욕먹는 돼지통’, ‘스트레스 해소봉’, ‘휴일 점호 생략’, ‘오직 그 병사 칭찬만 하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혹행위들을 없애고 병사들의 감정순화와 조기 적응을 돕는 효과적인 방안을 계속 연구했습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민의 2대 절대절명의 명령완수를 위한 가장 확실한 리더십은 강한훈련을 통하여 군기와 사기, 단결력을 유지하고 성취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서는 ‘할 때 하고 놀 때 놀자’, ‘훈련은 짧고 강하게, 내무생활은 프리하게’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부하들이 가장 싫어하는(不好)하는 리더십 스타일의 경우, 무능하면서 훈련보다 내무생활에 간섭이 많은 스타일입니다. 최근 군 인선에서도 오직 공부만 잘하고 규정에 순응하는, 독단적이고 책임감 없는 ‘조약돌 같은 군인’ 보다 핵심 상황에서의 판단력과 적극성 있고, 책임감과 융통성을 가지면서 상급지휘관에게 직언을 할 수 있는  ‘짱돌형 기질’의 전투형 군인이 각광받고 선발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스펙 초월한 ‘사람은행 (PEOPLE BANK)’ 만드는 것이 꿈


 40년의 군생활을 오직 ‘위국헌신’의 자세로 국민들에게 받은 절대절명의 2대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현장중심, 골육지정의 다이나믹한 리더십을 발휘해 온 이윤규 교수. 현역에서 비록 한 걸음 물러났지만, 오히려 그에게는 자신의 후배들을 위해 많은 부분들을 전수해 주고 있는 지금이 더 중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했다. “현장에서 제가 갈고 닦은 것들을 군의 중추역할을 하고 있는 후배장교들에게 전수하고, 제 전공 분야인 작전과 심리전을 더욱 심층적으로 연구해 전쟁억제, 전시 최소피해 전승과 부하장병의 인명중시사상을 심어주는 에 계속해서 기여하고 싶습니다.”


 그에게는 한 가지의 큰 목표가 있다. 바로 세계 최초로 ‘사람은행’을 만드는 것. “인생을 살아보니 남는 것은 ‘사람’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고, 그들이 각각의 인생관, 가치관들을 공유하며 개인이 또 다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행’을 구상하게 되었죠. 물론 직업, 성별, 나이 등은 상관없이 최소한의 구분만 짓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자신이 전혀 몰랐던 직업이나 계층, 가치관, 지역적 차원에서 많은 사람들과의 연을 맺게 되어 다양한 정보들을 나누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친분을 맺을 수 있는 시스템. 왠지 괜찮을 것 같지 않습니까(웃음).”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그에게선 군인으로서의 당당한 태도와 함께 교육자로서의 진정한 모습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제 어느덧 내년이면 정년이 된다는 이윤규 교수. 이 교수는 교육자의 자리에 설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쉽다고 토로했지만 기자에겐 언젠가 오게 될, 교육자로서 그의 마지막 순간이 끝이 아닌 진정한 시작점이 될 것만 같이 느껴졌다. 이 시대의 바람직한 리더의 면모를 보여주며 오늘도 국토방위를 위해 전진하는 이윤규 교수를 <주간인물>이 응원해본다.

 

 

◈profile

학력 및 경력
육사 34기/합동참모대학/국방대 안보과정 수료
동국대 행정학석사/경남대 정치학 박사
영남대/가톨릭대/계명대/경남산업대 AMP

11사단/경주/고령/순천 대대장(4회)
합참/경호실/군사령부/군단/사단 작전참모
50사 부연대장/37사 참모장/영천연대장/대구 여단장

 

수상
대통령 표창, 보국훈장 삼일장. 미육군공로 훈장
재향군인회 공로훈장, 참군인상, 행안부 장관 등 6회
2013년 창조경영대상(국방안보 교육분야)

 

저서 및 논문
들리지 않던 총성 종이폭탄, 전쟁심리학, 북한 대남도발사
북한의 대남심리전 연구, NA세대를 인간중심의 리더십 등

 

언론보도
‘97.4. 월간조선 인물란 등 13개 언론매체’화랑장학 운용‘
‘00.3. 동아일보 ’훈장감 군인‘등 8개 매체
‘05.7. MBC 화제집중, YTN 뉴스 등 : 진중결혼식/여성예비군
‘13. 피플투데이 커버스토리,  국회방송 ’현대사 산책‘ 채널A 6.25조명
‘14. 조선일보 ’북의 화전양면전략‘, 춘천 MBC 삐라 다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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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대학교 합동참모대학 이윤규 교수 특별 인터뷰] 오직 ‘지휘관만이 책임진다’는 신념! 현장중심․ 골육지정의 창의적인 리더십을 갖춘 이윤규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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