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안도열 교수, 양자역학의 거장을 만나다
대한민국이 기술 강대국으로 되는 그 날까지...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얼마 전 개봉한 조니 뎁 주연의 영화 ‘트랜센더스’와 현재까지도 지속적인 흥행 열풍이 식지 않고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4’. 이 두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는 면도 있지만, 그보다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공상 과학적인 내용을 담아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적 내용상의 공통점을 들 수 있다. 인간의 감각능력과 자각능력을 모두 가지는 슈퍼컴퓨터가 나온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질 것이며, 자동차들이 자유자재로 로봇이 되는 세상은 정말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열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적 상상력들이 머잖아 현실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해리포터가 쓰고 다니는 투명망토가 영화에서만이 아니라 현실로 가능하다면 믿어지겠는가? 사람이 조종을 하지 않아도 세상 어디든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가능한 무인 자동차가 운행되는 것이 실행 가능한 일이겠는가? 이 모든 궁금증의 해답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인물이 있어 <주간인물>이 찾아갔다. 자신의 수많은 업적들과 관련해 ‘운좋게도’라는 말을 쓰며 겸손을 보여주며,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서울시립대학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_취재_이선진, 신재윤 기자/ 글_신재윤 기자

 

“양자기술을 연구해 신기술을 가지는 것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아”

 

  미래창조과학부가 최근 일명 양자(quantum)기술을 도입해 공공기관의 통신 도·감청을 완전봉쇄하는 내용을 담은 ‘양자 ICT 발전 기본계획(가칭)’을 시행하는 것을 계획 세우고 하반기부터 적극 실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양자정보통신기술(이하 양자ICT)이라는 것은 정확히 무엇일까. 현재 전 세계는 ‘정보대국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하루에도 수없이 셀 수 없는 천문학적인 양의 정보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는 누군가는 불법적인 목적으로 정보들을 빼내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 다반사다. 하지만 ‘중첩’이라는 양자의 고유 특징을 활용해 양자정보통신기술을 더욱 활용한다면 어느 누구도 정보들을 쉽게 빼내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양자역학분야에 관해 권위자로 손꼽히는 안도열 교수는 “양자기술을 연구해 신기술을 가지는 것은 마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가 미래에 더 강한 국가로서 다른 나라들보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양자ITC를 비롯한 양자컴퓨터와 관련해 끊임없는 관심과 투자를 해야 합니다. 일례로, 17세기 후반부터 일어난 산업혁명만을 보더라도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과 일본 같은 국가들이 일찍이 관심을 가지고 산업혁명에 뛰어들며 기술을 연마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기를 수 있었어요. 그에 비해 우리나라나 청나라는 그것을 무시한 나머지 여러 역사적 아픔을 겪기도 했죠.”


  실제로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아래 매년 1조원 가까이 이 분야에 투자중이고, 영국은 꾸준히 5천억, 중국과 일본 같은 경우 2천억 규모의 매년 투자유치를 하고 있다. 호주나 캐나다, 유럽 역시 연간 500억 규모의 예산이 양자산업으로 투자되어진다. 안 교수는 “중국 같은 경우에는 최근 급속도로 양자기술 분야에 관심을 쏟고 있어 2016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까지 관통하는 양자암호통신망이 만들어 질 것이라고 해요.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최근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에도 도합 약 300억에 그치는 수준에 달해 다른 나라들과의 투자 수준과 비교해 볼 때,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자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에너지의 최소량의 단위이다. 안 교수는 이것을 물리학과 연관시켜 설명하며 “물리학에는 크게 미시적 물리학과 거시적 물리학이 존재하는데, 두 물리학은 경험적으로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 점들을 연구하는 것이 양자연구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고, 미시적 물리학의 세계에서 중요값들이 불연속적 값을 갖는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현상에 대해 설명하려 하는 것이 제가 현재 하고 있는 역할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자프로세스에 의한 시뮬레이션, 즉 양자컴퓨터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력 또한 막강하다. 위에 언급한 도·감청 방어를 비롯하여 신약이나 신물질개발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관해 안 교수는 “신약개발 같은 경우에 많은 다국적기업에 속하는 제약회사들이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개발 및 모델링을 하여 후보를 추린 후 임상시험을 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기간이 보통 10년 정도를 잡게 되지요. 하지만 양자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 또한 이러한 신약개발을 훨씬 가속화시킬 수 있어 매우 좋은 기술이 될 수 있죠. 파생기술로서 원자시계라는 것이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이와 관련 격인 GPS를 들 수 있어요. 위성으로 신호를 보내고 위성을 다시 받아 삼각측량법으로 위치를 지정하는데, 결국은 우리가 주고받는 시간을 동기화해야 해요. 그래서 거리를 수정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원자시계의 오차로 하는 것이 특징이에요. 만약 시간이 10만 배 정도로 당겨지면 GPS오차가 10미터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로 줄일 수가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10미터의 오차에서 차선구별이 불가능 하던 점에서 GPS정밀도가 낮아져 차선 구별이 가능해져 ‘무인운전’이 가능하게 되죠. 이것은 곧 군사적 전술로도 활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겠네요. 원자시계를 개발해 장점을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곳은 주식시장이에요. 자신이 주식이 있다고 치면, 바다 건너 뉴욕과 우리나라에서 동시에 개장한다고 가정하면 어느 누가 사고, 팔았다는 것은 결국 시간이 말해주는 것이죠. 즉, 정밀도가 지금보다 10만분의 1정도까지 줄어들게 되면 훨씬 정확한 주식거래가 이루어지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니 주식에 관심 많은 분들에겐 희소식이겠군요.”


  이렇듯 양자연구는 인류의 문명을 한 단계 앞당길 수 있는 중요 ‘무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안 교수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3,4년 전부터 <해리포터>에서나 볼 수 있었던 투명망토에 대해 연구하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이것 또한 양자 역학을 공부하며 알게 된 것인데 우주 공간에서 블랙홀과 화이트홀을 연결하는 통로라는 뜻으로 있는 ‘웜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빛이 휘는 현상을 거꾸로 이용하면 어떨까?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것은 상대성이론까지 접목시켜서 볼 필요가 있는데, 현실 세계에 그것을 이용해 변화를 주면 어떤 특정한 영역을 전자파가 피해갈 수 있도록 확인할 수 있죠. 그것을 구현하는 방법을 최근 들어 틈틈이 연구 중이죠.”

 

사진이나 소설집필 등 다방면에서
‘세간의 주목’ 받아

 

  이렇게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일들을 가능하게 할 수 있게 연구 중인 안 교수 역시 어릴 적부터 양자연구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사진, 그림, 혹은 책을 집필하는 작가의 분야까지, 안 교수는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취재를 간 기자에게 영국의 <게티이미지>라는 이미지 전문 업체와 전속계약을 맺게 된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탄성을 자아낼 만큼의 수준이었다. “사실은 고등학교 때까지 사진과 그림에 관심이 많았어요. 대학을 미대 쪽으로 갈 수도 있었지만 집안사정으로 인하여 공대를 오게 되었죠. 그러다가 대학에 와 물리학과에서 양자역학 관련 수업을 들었는데, 흥미가 생겨 대학원에 가서 관련하여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하여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까지 이 길을 걷고 있게 됐네요.” 대학에 다닐 때 양자역학이라는 한 분야에 빠지게 되어 현존하는 이 분야의 지식인으로 거듭난 안 교수는 국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많은 활약상을 돋보이고 있다. 국제적으로 제출된 논문만으로도 220편이 넘었고, 미국에 특허를 내기도 했는데 등록된 수만 무려 27개에 이른다. 특허의 종류도 양자 컴퓨터와 관련한 것부터 해서 조명 및 에너지 등 범위마저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특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 교수는 “2010년에 등록된 양자컴퓨터 관련 칩인 것 같아요. 자세하게는, 기존의 반도체 공정을 이용, 실리콘 반도체를 이용해서 양자컴퓨터 칩을 만들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특허인데, 실용적인 면에서 나중에라도 중요한 특허로 남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라고 말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

 

  서울시립대의 수강신청 서버가 열리면 안 교수의 과목은 순식간에 마감이 된다. 10년 넘게 영어수업을 고수해 오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만큼 안 교수의 수업방식 또한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는 학생들에게 ‘문제풀이능력’을 스스로 기르는 것을 강조한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교육방식 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은 ‘참을성’이 길러질 수 없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에요.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거나 부모가 학생에게 정해주는 길을 학생들이 그대로 밟는 현상은 요즘 학생들이 자립심을 기르지 못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자기 주도적 인생을 살지 못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 같아요.”     


  기자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업적들을 남기며 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안 교수가 어떤 인생관을 가지고 살아왔는지 궁금했다. “항상 이 말 하나만은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어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라는 말을 참 좋아하고 따르려는 편이에요. 앞으로도 그럴거구요. 어떤 상황에서든지 주어진 상황에 맞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고 잘하려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은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말이다. 한 사람이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 정도의 물리적 절대량과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어느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그만큼 잘 참아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언젠가부터 들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언가를 계획한다 해도 작심삼일이면 끝나는 경우가 사실상 많잖아요. 그래서, ‘재능’이 있다는 말은 그만큼 ‘참을성’이 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느 적정 수준 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필사적인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은 반드시 그 결과를 따라오게 마련입니다.”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지만 인터뷰 내내 여유롭고 모든 것을 즐기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예술인’의 자유가 느껴지기도 했던 그와의 인터뷰였다. 앞으로, 그의 눈과 손에 따라 대한민국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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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안도열 교수 특별 인터뷰] 양자역학의 거장, 안도열 교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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