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주간인물 위클리피플=이선진, 최영하 기자]

 

지구를 지키는 환경공학자!
친구 같은 professor, 김조천 교수의 환경이야기

김조천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수질·대기·폐기물·토양·해양오염 등의 ‘질병’ 탓에 지구는 현재 몸살을 앓고 있다. 이제까지 인간은 풍요로워지기 위해 지구의 아픔을 외면해 왔지만 이제는 아픔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치료할 때이다. 의학이 인간의 질병을 치료한다면, 지구의 질병을 치료하는 학문은 바로 ‘환경공학’. 환경공학은 각종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분야로써 굉장히 중요한 학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구를 치유하는 것이 결국에는 인간을 치유하는 길이라는 한 환경 공학자를 만나보았다. 이번 주 <주간인물>은 지구를 치료하는 의사라는 자부심으로 환경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김조천 교수를 만나 환경에 대해 진지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_이선진, 최영하 기자 글_최영하 기자

 

 

김조천 교수, VOC 연구에 파고들다

 

플라타너스를 본 적이 있는가? 일명 버즘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플라타너스는 공원이나 가로수 길에 아름답게 자리해 나들이하는 연인들이나 가족들에게 낭만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플라타너스’라는 시(詩)도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아름답고 낭만적일 것만 같은 플라타너스, 그러나 알고 보면 강한 햇빛을 받을 때는 심술을 부리곤 한다. 그 푸르른 플라타너스 잎에서는 유독 자연 VOC(Volatile Organic Compounds : 휘발성유기화합물)가 많이 배출된다는 것. 일반적으로 VOC는 ‘자연 VOC’와 ‘인위적인 VOC’로 나뉘며, 오존을 만들어내는 데 기여하는 물질인 오존 전구 물질로 알려져 있다. 세탁소나, 주유소, 자동차 정비소에서 많이 나오는 인위적인 VOC는 물론이요, 플라타너스 잎 등에서 나오는 자연 VOC 역시 너무 많이 배출되면 인체에 직·간접적으로 유해하기에 현재 전 세계적인 이슈로 급부상하는 추세다. 김조천 교수는 이런 VOC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환경공학자다.

“건국대학교에 부임했을 때 플라타너스의 VOC 배출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고한 적이 있었어요. 서울시에서 이 부분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었죠. 봄, 여름에는 플라타너스의 잎으로부터 VOC 배출량이 더 많아지므로 잎을 좀 더 많이 잘라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조언했습니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바로 시행되어서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한동안 오존이 떨어지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서 나오는 자연 VOC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됐고, 나무를 심을 때 이러한 측면까지도 고려하게 되는 걸 보며 많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원래는 화학공학 전공자였다던 김조천 교수. 그는 왜 환경공학자의 길을 택하게 됐을까? 그가 환경공학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오히려 그가 화학공학 전공자였기 때문이었다. “화학공학을 하면서 항상 ‘사람들이 이렇게 화학물질을 많이 뿜어대면 대기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곤 했었어요. 이렇게 생긴 열의가 저를 환경공학의 길로 이끈 것입니다. 석사 과정 이후 사회에 기여하는 이가 되고자 교수가 되기로 맘먹고, 미국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며 VOC를 전공하고 연구해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성공을 좇지 말고, 엔도르핀이 도는 대로 행동하라!’라고 학생들한테 이야기해줍니다. 그게 제가 환경공학과를 선택한 이유니까요.(웃음)”

 

김조천 교수가 속한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는 개설 된 지 35년 된 전통 있는 학과로써 1,000명 이상의 졸업생들이 각종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김조천 교수가 직접 후배 환경공학도를 가르치고 환경공학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으니 그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인공지능형 지하철 공기질 통합 관리시스템’
지하철 공기 정화 방안을 제시하다

 

학자에게 연구와 후학양성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이론과 연구를 현실 세계에 적용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과학적 이론이라도 현실 세계에 효용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일 뿐, 김조천 교수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연구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해 온 학자다. 지난해 김 교수는 실제로 큰 성과가 있었다. 지하철 내부 공기 질을 향상시키는 ‘인공지능형 지하철 공기질 통합 관리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2006년 국내 최초로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를 주축으로 뉴사이언스 기반 신기술 융합 사업단을 유치했어요. 이곳에서 활동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것이 바로 지하철 내 공기를 개선할 방법이었는데요. IT(Information Technology)와 ET(Environment Technology)의 융합으로 개선할 방법을 골몰했죠.” 그래서 <지하 역사 및 터널의 인공지능형 공기질 제어 및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지하철 역사에 공기질 탐지센서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사무실 모니터로 공기질을 자동 확인하고, 공기질의 정도에 따라 환기펜 및 미세먼지 필터를 컨트롤하는 방식으로 대청역과 학여울역에 실제로 설치돼 1년간 운영됐다. “서울시 메트로에 동의를 얻어야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켰던 프로젝트였지만 온 마음을 다해 두드렸더니 진심을 알아주시더군요. 서울 시민들이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었죠. 그리고 많은 분들이 함께 힘을 보태주셨기 때문에 잘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더 도전적인 연구를 하고자 하는 생각도 있어요.”

 

혹자는 지하철 공기가 좋아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김조천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지하철에서 나쁜 공기를 마셔서 파생되는 피로함, 업무 효율 저하, 호흡기 질병 등의 사회적 비용은 누가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혁신적인 기술이 더 많이 생겨나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요.”

 

또한 김조천 교수는 지금껏 환경오염 저하를 위한 연구를 해오면서 60여 건에 달하는 특허를 등록해 왔다. 특허는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탄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에 매우 소중하다. 김 교수는 특히 대학 연구실에서 개발되는 참신한 특허들이 특허 유지에 발생하는 비용으로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사장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특허청에서는 대학교에서 탄생하는 특허들을 더욱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게 진정한 창조경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창조경제’가 아니고 ‘사멸경제’ 겠죠.” 보석 같은 좋은 기술력들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에 굉장한 아쉬움을 피력했던 김 교수. 그의 말처럼 수준 높은 기술력이 대학에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국가기관에서 보호해 주는 방편이 생기길 기대해본다.

 

"We are the friend"

 

김조천 교수는 후학양성에도 열정적인 ‘교육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즐겁게 배우는 것. “학생들이 제 수업이 재미있다고, 그래서 기다려진다고 말해요. 교수인 저와 커뮤니케이션도 자유롭죠.” 이런 자유롭고 재미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했던 것은 김조천 교수의 의지였다. 그가 가진 교육철학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학문적으로는 ‘We are the friend’에요. 친구처럼 편하게 질문하고 의문점을 제기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권위를 완전히 내려놓아야 가능하죠.(웃음)”

낮은 자세로 가르치는 김조천 교수의 교육철학을 듣다 보니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첫 번째, 두 번째 박사 제자를 많이 아꼈던 기억이 나네요. 미래의 인생을 살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디자인을 함께 구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첫 제자가 잘돼야 그다음도, 또 그다음도 잘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지금은 다들 자기 분야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어서 고맙고 뿌듯합니다.”

 

“교육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유일한 도구다. 교육은 사회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낸다”고 말하는 김조천 교수. 이런 김 교수의 의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일까? 그는 미국에서 공부하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이 ‘한국에 오게 된다면 꼭 한국 교육계를 바꿔보고 싶다’고 말해요. 살아있는 교육을 만들고 싶다는 아들의 말이 기특하고 자랑스럽습니다.”

 

한편, 그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고 한다. 앞으로 환경 분야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더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한 고민이다. “환경공학자는 지구를 치료하는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대기 오염을 일으키는 VOC를 제거하는 기술에서 나아가 좋은 물질로 전환하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알게 모르게 지출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 공익이 될 수 있게 기여하는 것이 꿈입니다.”

 

교육인으로서의 꿈도 잊지 않았다. “국내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해외에서 온 학생들에게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요. 나중에 잘 커서 우리나라를 얼마나 좋게 생각하겠어요.” 또한 우리나라 학생과 교육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첫째는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徐徐無欲速 汲汲無敢惰(서서무욕속 급급무감타)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유를 가지되 게으른 마음은 가지지 말란 말입니다. 여유를 조금 갖고 묵묵히 노력하는 모습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둘째로는 창의력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학생들이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저 같은 학자와 교육자가 힘써야 할 부분일 텐데요, 그래서 저는 오픈 북 형태의 시험을 통해 ‘창의력’과 ‘왜’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학자의 역할은 여러 가지다. 그중에서도 공공의 이익을 위한 연구와 실험을 하는 연구인의 역할과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김조천 교수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노력해 온 학자임이 분명하다. 지구 환경을 치유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치유하는 그의 연구와 노력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그를 지구에 사는 한 생명체로서 응원한다. 모두의 이로움을 위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는 이 열정적인 학자를 말이다.

 

 

 

profile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플로리다주립대학(UF) 환경공학과 석·박사
現 한국대기환경학회 방지기술 분과회 회장
   국제기후환경연구센터 센터장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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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특별 취재] 지구를 지키는 환경공학자! 김조천 교수의 환경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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