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8(일)
 

[위클리피플= 오미경 기자]

 

“한식, 현지 음식문화 이해하고 재창조해야 세계화 된다”

진정한 ‘세계 속 한식’을 꿈꾸는 그녀


편영선 (주)배꼽 쉐프하우스 회장

 

얼마 전, 한국관광공사 누리집에 올라 온 이른 바 ‘김치칵테일’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었다. 흡사 벌주(?)와도 같아 보이는 오묘한 비주얼에 국내 누리꾼들은 ‘괴작’이라며 관광공사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한 외국인이 올린 것이고, 실제 해외에서는 판매 중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식 세계화에 대한 논쟁으로까지 이어지던  사태는 반대로 우리가 지금껏 쉽게 가정해 왔을지 모를 ‘한식의 세계화’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류를 타고 세계 시장에 더욱 성공적으로 전파되어 왔다고만 생각했던 한식. 광풍이 훑고 지난 자리엔 과연 무엇이 남았을지 의문인 지금, <주간인물>은 ‘한식 세계화’에 대한 뿌리 깊은 고민을 놓지 않고 묵묵히 그 길을 재구성해나가는 이가 있어 직접 만나봤다. 한식이 가진 전통의 가치와 세계화의 방향을 현명하게 버무려내며 주목받고 있는 (주)배꼽 쉐프하우스의 편영선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취재/글_ 오미경 기자

 

세계 속의 한식을 위하여, (주)배꼽 쉐프하우스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주)배꼽 쉐프하우스의 본사. 북한산과 송추 계곡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랑하고 있는 이곳은 한식에 대한 표준 레시피와 소스 개발을 중점으로 설립된 외식 전문업체로 입소문이 나 있다. 편영선 대표는 “2008년 경기도 성남의 3000평 넘는 부지에 배꼽한정식을 오픈해 2013년 4월까지 본점 개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오다 체인점으로 인계를 한 뒤, 파티케이터링 사업 쉐프하우스를 본격적으로 열면서 (주)배꼽으로 본사를 송추에 이전·설립했다”고 설명하며 이곳에서의 새로운 출발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배꼽한정식 오픈 전부터 쌓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 16년 경력의 노하우와 배꼽한정식을 통해 구상한 한식 고급화의 전략을 중심으로 그간 제가 걸어 온 외식업의 길을 총 집약했습니다. 한식 맞춤 케이터링 서비스와 한식 맞춤 도시락, 한식 컨설팅, 명품 식기 사업 등 다양한 방향에서 한식의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죠.” 특히 사명으로 쓰인 (주)배꼽은 배꼽한정식을 할 때부터 편 대표가 직접 지은 것으로, 우리 몸의 중심에 있는 배꼽이 몸과 마음을 감싸는 작은 우주와 같듯 한식도 정신과 문화를 담은 작은 우주의 개념으로 선보이리란 뜻이며, (주)배꼽 쉐프하우스가 그리는 한식 세계화의 비전을 잘 담아내고 있다.

 

한식 가능성 알고, 고급화·세계화의 사고 넓혀 

(주)배꼽 쉐프하우스로 새롭게 시작하는 배경을 묻자 편 대표는 그 첫 번째 이유를 ‘버려지는 음식이 많은 식탁 문화’에서 찾았다. “배꼽한정식을 하면서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빛을 발할 수 있는 한식 전문점을 열고 싶단 생각으로 미국 뉴욕, LA, 홍콩 등 외국의 한식집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실패하는 곳들이 많았어요. 그 원인을 찾아보니 기본적으로 외국인에 맞게 개발한 음식이 아닌데다,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사이드 음식이 제공되어 잔반으로 남아 버려지게 되고, 가격 경쟁에만 급급해 스스로 한식의 가치를 낮추는 상황을 만들다보니 결국 경쟁력을 잃은 것이었지요.” 현지화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진출해 대부분 코리아타운에만 집중되어 있는 한식집들을 보며 전략만 있고 전술은 없는, 준비 안 된 한식 세계화의 단면을 고스란히 느꼈다는 편 대표. 그래서 그녀는 우후죽순으로 음식을 깔아 잔반을 만드는 일반 뷔페식과 다르게 고객이 원하는 메뉴만을 제공하는 맞춤형 케이터링 서비스를 고안 했으며, 한식을 이에 접목 시켜 한식의 단가와 부가가치를 높이는 결과를 만들었다. 
 

편 대표가 꼽은 (주)배꼽 쉐프하우스 설립의 두 번째 배경은 ‘한식의 가능성’이다. “한식은 와인과 매우 잘 맞는 음식이자, 다양하게 변용이 가능하면서 서양식과 비교 불가할 정도의 풍부한 재료를 가지고 있어 파티음식으로 손색이 없다”고 설명하는 그녀는 그래서 한식을 이용한 파티 케이터링 서비스를 시도 했다. 그리고 이어 자연스레 파티음식으로서의 한식을 멋스럽게 담아낼 명품 식기의 필요성도 느꼈다고.

 

 

<쉐프하우스는 세계인의 입맛에 맞는 한식 개발을 통한 파티문화를 만들어 가고자

한식 코스를 구성하여 맞춤형 케이터링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제공: (주)배꼽쉐프하우스>

 

그렇게 한식 고급화와 세계화에 대한 사고의 영역을 넓히게 될 수 있었던 그녀는 이 외에도 외부 강의와 쿠킹 클래스를 통해 쉐프하우스의 고급 한식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요리법과 개발의 의미 등을 전수하고 있다. 또 해외로부터 요청 들어오는 한식사업 컨설팅까지 소화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최근 영화 ‘관상’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전통 음식을 고증해내며 주목받은 편 대표는 올 가을 개봉예정작인 영화 ‘협녀(이병헌, 전도연 주연)’의 고려시대 음식 제작에도 참여, 또 한 번 관객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식 세계화, 어디쯤 와 있고 무엇이 필요 한가 

한식만 바라보고 시작했던 일들이 하나씩 가능성을 보이면서 남다른 시도를 하게 되었고, (주)배꼽 쉐프하우스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는 편 대표는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인 ‘한식의 고급화와 세계화’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한 번은 홍콩에서 가 본적 있는 일식집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그 일식집에서 갈비, 감자전, 김치전 등 대표적인 한식메뉴가 그대로 나오는 걸 보고 속이 상한 적이 있었어요. 또 얼마 전 다녀 온 미국에서 방문한 한식집은 메인음식이 나오기 전에 기본 세팅음식이 많이 나와 정작 메인음식은 남길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실망스러워 안타까움이 컸답니다.” 해외에 갈 때마다 이처럼 경쟁에서 밀리는 한식의 현실을 부지기수로 보면서 답답함을 느낀 편 대표는 한식이 세계화 되려면 현지화에 대한 총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문화, 특히 음식은 국가와 민족, 역사, 국민 정체성 등과 깊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에 진정한 한식 세계화를 위해선 가장 먼저 그 나라의 음식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조사가 이뤄져야 해요. 그리고 아무리 훌륭한 음식이라도 원하지 않는 음식을 무작정 들이미는 식의 방법은 강요에 그칠 뿐, 우리 것이 몸에 왜 좋고, 어떤 맛이 있는지 등 그 경쟁력에 대해 설명하고 세팅할 수 있어야 하죠. 정책적으로도 음식 폐기물에 대한 규제를 마련해 버려지는 음식을 줄임으로써 자연스레 한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식 세계화사업이 성공하는 만큼 국내에선 전통 한식이 대접받는 구조와 인식이 따라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가정의 식문화부터 개선되어야 하고요.” 
 

편 대표는 이러한 큰 줄기 안에서 어느 나라 사람들이 먹느냐에 따른 기준과 트렌드를 고려한 메인 요리의 한식 표준 레시피를 마련해야 하며, 찬은 전통성을 지키되 그 대가를 책정하여 외국인들이 사이드 음식까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주는 것이 한식의 가치를 높이고, 세계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NO일 때 선택한 YES, 그녀의 한식 사랑 인생 

한 눈에 보아도 세련미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인상적인 편영선 대표.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식 사랑의 열정은 그녀를 더욱 단단해 보이도록 만들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열정이 한식 세계화의 꿈으로 이어지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조금 보수적인 환경 속에서 자랐어요. 어렸을 때부터 틀에 박힌 것보다 시도하는 걸 좋아하고, 의협심도 강하고, 일을 벌려놓는 스타일이었던 저는 음식이 좋아 외식업계에 뛰어들었는데 그걸 본 부모님께선 ‘별종’이라고도 하셨죠.(웃음) 하지만 제가 무언가 시작 하면 끝을 보는 기질이 있음을 아셨기에 항상 믿고 지지해 주셨습니다.”

사업으로 승승장구를 하던 시절도 있었던 반면, IMF 때는 큰 실패도 겪었다. 그러나 그녀는 6개월을 쉬지 않고 도전한 끝에 표준 레시피와 소스 개발에 성공하였고, 이런 끈기로 다시 34개 지점을 이끄는 프렌차이즈 사업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사람으로 인해 또 다시 상처 입기를 반복.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이 잘하는 일에 대한 자신감과 자녀에게 엄마로서 멘토가 되어야한다는 일념으로 다시 도전했고, 쉐프하우스를 통해 또 한 번의 성공적인 도약을 하고 있다.
 모두가 ‘한식으론 그렇게 안 된다’고 했을 때 선택한 YES이지만 한 가지씩 ‘한식으로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편 대표는 그것이 신앙생활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믿고 따르는 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대표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한 잣대를 댔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외형이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되기보다 한 걸음씩 전진하며 한식을 연구하고, 그 가치를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나가는 지금의 길을 택한 것이 더욱 행복하다고 말한다. 한식을 향한 그녀의 꿈은 이제 어디로 향하게 될까.

“다시 말하지만 한식은 세계화의 가능성이 정말 큰 분야예요. 앞으로 한식 파티 케이터링과 소스 및 표준 레시피 연구를 통해 한식 고급화에 더욱 주력하고, 세계화에 맞춘 메뉴의 개발, 한식의 퀄리티를 높일 세계적인 명품그릇에 담아내는 사업 또한 성숙시켜 세계 곳곳에서 한식이 인정받는데 조금이나마 일조하고 싶습니다.”

 

한 낮에 시작된 편영선 대표와의 인터뷰는 저녁노을이 쉐프하우스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쯤이 되서야 그렇게 끝이 났다. 한식을 향한 애정과 진지한 고민으로 가득했던 이야기를 마치고 편 대표는 취재진의 허기를 염려하며 쉐프하우스의 한식 코스 식사를 대접해주었다. 역시 음식은 ‘백문(百問)이 불여일미(不如一味)’라. 남김없이 먹을 수 있는 코스에 값이 아깝지 않은 한식 요리를 직접 맛보며 기자는 그녀와의 인터뷰 내용을 단숨에 몸과 마음에 되새길 수 있었다. 진정한 한식의 세계화를 향해 스스로를 뛰어넘고, 누군가에게 그 방향을 제시하며 오늘도 바쁘게 걷고 있는 편영선 대표. <주간인물>은 그녀의 걸음이 헛되지 않길 바라며, 파란 눈의 쉐프가 만들어 보이는 한식을 맛보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전문미디어그룹인 위클리피플넷(주안미디어홀딩스)와 교육연합신문이 공동 기획으로 제작된 정보콘텐츠이며 임의의 무단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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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배꼽 쉐프하우스 편영선 대표 특별 인터뷰] 진정한 '세계 속 한식'으로 가는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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