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주간인물위클리피플=최영하 기자, 김형섭 기자]

 

해산(解産)이라 쓰고, 기다림이라 읽는다
솔직 당당한 그녀들의 수다 Off The REC.

박지원 <연앤네이쳐> 원장 / 강현아 <연앤네이쳐> 센터장


프랑스 국영병원 산부인과 의사로 20년 넘게 자연분만의 중요성을 알려온 미셀 오당 박사는 그의 저서를 통해 출산 과정에서 이뤄지는 각종 인위적인 의료 개입은 도리어 자연스러운 분만을 어렵게 만들며, 산모와 아이의 정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출산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해석한 미셀 오당의 견해는 식품, 화장품 심지어 생활용품들까지 ‘자연주의’ 달고 쏟아지고 있는 현재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한다. 정작 가장 자연스러워야 할 생명 탄생의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산업화 흐름 속에서 가장 자연스러워야 할 출산이 지나치게 의료화되어 버린 건 아닌지를 반문하며, 이번 주 주간인물은 <연앤네이쳐> 박지원 원장과 강현아 센터장을 만나 그녀들만의 유쾌 통쾌한 수다를 담아 보았다. 취재_김형섭, 최영하 기자 / 글_최영하 기자   

 

Part_1 연앤네이쳐만의 색깔은? 
‘탄생의 집’ <연앤네이쳐> Story
 

       

박 원장: 연앤네이쳐가 추구하는 자연출산, 자연주의 출산이라 함은 인위적인 약물유도 혹은 무통주사 등을 배제하고, 남편과 가족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가족이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는 출산법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엄밀히 말하면 자연출산보다는 의료개입 최소화(minimal intervention)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더불어 출산이란 단어보단 순화어인 해산으로 표현하면 더 좋겠어요(웃음). 클리닉 입구에 적힌 ‘탄생의 집’이란 문구는 ‘놀라운 아기 탄생의 순간’이라는 책에서 모티브로 삼았습니다. 조산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산모들이 무섭게 받아들이는 감이 없지 않아 있더라고요. 그래서 좀 편안하게 다가가고자 신경 쓴 부분입니다.
강 센터장: 해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가족이 주도한다는 게 포인트에요. 의료진 입장에서 원하는 게 아니라 식구가 함께 만들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족주도출산’이라 칭합니다. 저희의 역할은 전체를 보면서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집어주는 것. 전적으로 의료진에게 의지하는 종전의 형태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자.유.로.운 출산이라고 설명해 드리면 이해가 쉬울까요?(웃음)  
박 원장: 사실은 분만 시 의료개입이 필요한 경우는 5%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건강한 여성이라면 산모와 아기 모두 정상적이기 때문에 대개 95%의 산모는 자연분만으로 아기 탄생의 순간을 맞으실 수 있어요. 출산조절이나 통증 조절을 위한 적절한 호흡법인 라마즈호흡법, 소프롤로지호흡법, 히프노버딩호흡법 등을 사전에 익힘으로써 충분히 통증 조절이 가능하며, 무통주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따뜻한 물에 들어가 충분한 시간 몸을 이완시켜 자궁경부의 근육을 풀어줘 자연스런 출산을 가능케 하는 것이죠!
강 센터장: 가끔 연앤네이쳐에서는 무조건 자연분만 해야 해! 라고 오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오해는 말아주세요. 산모와 아이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기에 상황에 따라 의료개입이 필요한 경우라면 당연히 하니까요(웃음). 그래서 연앤네이쳐를 찾는 산모 분들은 사전 준비 교육을 통해서 자연해산을 하겠다는 마음이지만, 정말 필요할 시에는 회음절개를 할 수도, 분만대에 올라갈 수도 있다는 마음까지 자연히 먹고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 순리에 맡기는 거죠.
박 원장: 의료개입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제왕절개만 해도 마취, 출혈, 감염 등 수술 자체가 수반하는 위험 부담이 있기에, 꼭 수술이 필요한 때에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게 우리의 생각입니다.(웃음)
강 센터장: 일반적인 의료행위를 뺐더니 산모와 아기가 더 편안해하더라고요.
박 원장 : 맞아요. 처음에는 대개 산모들이 해산에 대해 엄청난 두려움을 안고 찾아오세요. 해산에 의한 고통은 오랫동안 학습되어 온 것이 크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희는 산모에게 해산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이해시키고, 또 그들은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레 마음을 편히 갖게 되는 거 같아요. 더욱이 출산의 고통을 배가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남편과 격리되어 분만실에 홀로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남편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출산의 고통이 아기를 낳으면 이내 끝난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할 수 있도록 곁에서 함께 돕습니다.
강 센터장: 연앤네이쳐를 찾는 대부분의 산모들이 말하기를, 진통하러 왔을 때 병원에 와서 다급한 것들이 없으니까 출산하러 온 게 아니라 아기 만나기 전에 휴가받아 쉬러 온 듯한 느낌이래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것을 배우고 깨닫는 순간부터 아마 정신적으로 이런 편안함을 느끼는 게 아닐까요.

 

 


 

Part_2 해산이란?
       산모와의 정서적 교감, 그리고 ‘기다림’

 

박 원장: 자연주의 해산을 추구하는 산부인과를 개원한다고 했을 때 당시 주변 반응은 시큰둥했었어요. 사실 대부분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저희 이렇게 잘 해내고 있는 걸요?(웃음)
강 센터장: 저의 경우는 만류하는 이들도 있었고,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면에서 부러워하는 이들도 있었어요. 한 가지 마음이 아팠던 건 산과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한다고 고루 박힌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자연스레 놔두려는 생각이 강하다 보니까 저희를 살짝 왜곡해 보는 시선이 있었다는 겁니다. 저흰 실질적으로 의료개입을 아예 안 하는 게 아니라 다만 최소화하겠단 것이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름의 차이로 바라보셨으면 해요.
박 원장: 자유로운 해산의 관점에서 산모를 바라보다 보니 마음으로 공감을 많이 하게 돼요. 보통 임신을 하면 주변에서 몸보신에 신경 쓴다든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든지, 신체적으로 케어 해주려고 하잖아요? 저는 그런 것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주려 해요. 임신을 하게 되면 호르몬 변화가 급격해지면서 사춘기와 맞먹는 질풍노도의 시기가 되거든요. 무척 예민해지는 시기라 정서적인 배려가 중요해요. 그래야 산후 우울증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강 센터장: 박 원장님이 산모들과 대화를 참 많이 하는데, 매일 산모들과의 웃음소리가 담을 넘기 일쑤에요. 오죽 산모와 교감하면 산모랑 같이 그렇게 웃고 울고를 하겠어요.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산모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박 원장님의 인기만 봐도 느껴집니다.(웃음)
박 원장: 산모들, 그리고 탄생한 아기들을 통해 느끼는 게 참 많아요. 평소 제대로 생활하는 부모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일례로 좋은 식습관을 가진 분들은 이유식 할 때에도 그런 습관들이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임신을 한 그 기간 바짝 조심하는 것보다는 평상시 생활 습관을 좋게 유지하는 게 산모에게도 아기에게도 좋은 거라는 걸 매번 느껴요.
또한 다른 부차적인 것들보다는 오로지 아기를 먼저 생각하고 또 나를 도와줄 조산사와 의료진을 믿고 찾아주는 연앤네이쳐의 착한 산모들 덕분에 더욱 신뢰할 수 있는 의사가 되고자 맘먹게 됩니다. 방어적인 의료계 풍토 탓에 현재 의료계는 의료진과 환자와의 상호 신뢰가 많이 무너진 상태라 안타까운데요,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를 솔직하게 알려주는 것이 의무며, 의료서비스를 받는 환자는 의사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상호 신뢰도가 함께 상승해야 하는 때인데 이런 흐름 속에 <연앤네이쳐>가 환자와 병원식구와의 돈독함만 봤을 때 가장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강 센터장: 저 역시 산모들과 함께하면서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돼요. 자연해산에 발들인 이상 산모를 있는 그대로 보려 노력하고, ‘기다림’에 익숙해지려 합니다. 출산은 기다림이거든요. 뱃속에 아이를 품고 40주 이상을 기다려온 것처럼 아이가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릴 때도 재촉하지 않고 지켜봐 주고 기다려야지, 그리고 산모와 함께 호흡해야지 그렇게 다짐하곤 한답니다. 출산을 할 때 기다림을 알면 자녀를 교육할 때에도 기다리며 바라보는 시선이 자라납니다.

 

part_3 같은 곳을 바라보는 Soul mate
       “서로에게 고맙고 감사하다”

 

자연스러운 해산, 더 나은 해산을 추구하는 게 더 이상 특별하지 않은 그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는 두 여자의 솔직한 이야기, 한 명은 의사로, 한 명은 조산사로 만나 10년을 함께하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이기에 그들의 생각은 많이 닮아 있었다. 어쩌면 결혼식보다 더 숭고한 과정이 해산이기에 부부가 함께 정갈한 마음으로 아기 탄생의 순간을 준비하길 바란다는 뜻을 모두에게 전하며 화끈하고 솔직했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끝으로 그들은 서로를 향해 말했다. 고맙고, 감사하다고. “어려운 시절에 내 손을 잡아줘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박지원 원장의 말에 “어려운 시절이었건, 좋은 시절이었건 믿음이 있으니 서로가 의지해 온 거죠. 원장님이 믿어줘서 고맙고 감사하다”고 강현아 센터장은 화답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나도 든든해 보였던 두 여자의 끈끈한 의리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영원하길 바라며, 탄생 순간의 참의미를 아는 그들의 좋은 뜻이 더욱더 흥하길 주간인물이 함께 응원한다. 

 

 

※ 본 기사는 전문미디어그룹인 위클리피플넷(주안미디어홀딩스)와 교육연합신문이 공동 기획으로 제작된 정보콘텐츠이며 임의의 무단배포 및 사용을 금합니다.

 

태그
비밀번호 :
메일보내기닫기
기사제목
자연해산을 말하다, 솔직 당당한 그녀들의 수다 Off The REC.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