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28(금)
 

[교육연합신문=김광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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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수록 건강검진표의 숫자에 마음이 흔들린다. 혈압이 조금 높아도 걱정하고, 혈당 수치가 기준을 넘으면 불안해한다. 콜레스테롤 수치 하나에도 밥 한 숟가락, 반찬 한 젓가락을 앞에 두고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노년의 건강을 젊은 시절과 똑같은 하나의 잣대로만 바라보는 것이 과연 옳은가. 이 질문에서 ‘노년의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노년의학은 단순히 혈압과 혈당의 숫자만을 보는 진료가 아니다.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 복용하는 약은 얼마나 되는지, 스스로 잘 걷고 생활할 수 있는지, 근육과 체력은 유지되고 있는지, 기억력과 식욕은 어떤지 등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종합적으로 살핀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살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늙어가고 있는가’이다. 숫자의 정상보다 ‘나에게 맞는 건강’을 찾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몸의 조건도 달라진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을 관리할 때도 나이와 건강상태, 동반 질환, 생활기능, 약물 부작용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나이가 많으면 혈압이나 혈당이 높아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무조건 낮추는 것도, 무조건 방치하는 것도 답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해 자신의 몸에 맞는 적절한 관리기준을 찾는 일이다. 노년의 건강은 검사표의 숫자로만 평가할 수 없다. 

 

내 발로 잘 걷는가. 밥을 맛있게 먹는가. 밤에 편안히 잠드는가. 사람을 만나고 웃을 수 있는가. 내 일상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가. 이런 것들 또한 건강을 말해주는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노년의 운동은 경쟁보다 꾸준함이다. 노년이 되면 운동을 줄여야 한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건강한 노년의 답이 될 수는 없다. 다만 젊은 시절처럼 기록을 세우거나 남과 경쟁하기 위해 몸을 혹사할 필요는 없다. 걷고, 가볍게 스트레칭하고, 자신의 몸에 맞는 근력운동을 하며 꾸준히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운동의 목적은 남보다 빨리 뛰는 데 있지 않다. 내 발로 걷고, 내 힘으로 일상을 살아가며,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갈 수 있는 힘을 오래 유지하는 데 있다. 노년의 운동은 ‘얼마나 많이 했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음식도 두려움보다 균형이다. 나이가 들수록 먹는 것에 대한 걱정도 많아진다. '이 음식은 몸에 좋지 않다', '저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말을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밥상마저 걱정의 자리가 된다. 물론 절제는 필요하다. 특정 질환이 있다면 의료진의 조언에 따라 음식 조절도 해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금식과 편식으로 체중과 근육이 줄어드는 것 역시 노년에는 경계해야 할 일이다. 다양한 음식을 적당히 먹고, 단백질과 채소, 수분을 골고루 섭취하면서 식사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건강한 노년의 식탁은 마음껏 먹는 식탁도 아니고, 두려움 때문에 먹지 못하는 식탁도 아니다. 맛있게 먹되 적당히, 즐겁게 먹되 균형 있게 먹는 식탁이어야 한다. 

 

건강도 결국 교육의 문제다. 나는 건강도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랜 생활습관과 교육이 쌓여 오늘의 몸과 삶을 만든다. 어린 시절부터 자기 몸의 신호를 이해하고, 규칙적으로 움직이며, 음식과 휴식의 균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한 생활교육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건강정보가 넘쳐난다. 하지만 많이 접한다고 해서 모두 올바른 정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의견과 비교하며,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른바 ‘건강문해력’이다. 

 

앞으로 학교와 가정의 건강교육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운동해라”, “몸에 좋은 것을 먹어라”라고 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왜 운동이 필요한지, 왜 충분한 수면이 중요한지, 어떤 건강정보를 믿어야 하는지, 자신의 생활습관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건강교육의 목적도 결국 정답을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몸을 이해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드는 데 있다. 이 점에서 건강교육과 논술교육은 닮아 있다. 남이 준 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읽고, 비교하고, 판단해 자기 삶에 맞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검진은 맹신하지도, 외면하지도 말아야 한다. “나이가 들면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것이 좋다”는 말도 간혹 들린다. 그러나 고혈압과 당뇨병을 비롯한 여러 만성질환은 특별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필요한 건강검진과 정기적인 진료는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다만 검사 결과의 숫자 하나 때문에 지나친 불안에 빠질 필요도 없다. 검진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지, 삶을 불안하게 만드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검사 결과를 제대로 이해하고 의료진과 상의해 자신에게 맞는 관리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최고의 건강법 가운데 하나는 ‘사람’이다. 노년의 건강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친구를 만나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과 안부를 묻고, 사회와 관계를 이어가는 일은 노년의 삶에 큰 활력을 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몸뿐 아니라 마음의 움직임도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좋은 사람을 만나 웃고 이야기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달라진다. 

 

나는 걷기와 음식 못지않게 사람과의 관계와 웃음도 중요한 건강법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과 밥 한 끼를 나누고, 차 한잔을 앞에 두고 세상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함께 웃을 수 있는 하루. 그 하루 자체가 훌륭한 건강관리다. 그리고 이것 역시 다음 세대가 배워야 할 중요한 삶의 교육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만 가르쳐서는 안 된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 법,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법, 안부를 묻는 법, 함께 살아가는 법도 가르쳐야 한다. 그런 교육이 결국 사람을 건강하게 만든다. 오래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 인간은 누구나 늙는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고 건강을 관리한다고 해서 세월을 멈출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건강을 관리하는가. 단순히 하루라도 더 오래 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내 발로 걷고,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고, 친구들과 웃고,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끔은 여행을 떠나며, 오늘 하루를 내 뜻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백세시대를 이야기하는 지금, 중요한 것은 단순한 수명이 아니라 건강수명이다.그리고 건강수명을 지키는 일은 병원과 의사만의 몫이 아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어릴 때부터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르치고 올바른 건강정보를 판단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결국 건강도 교육에서 시작된다. 건강 때문에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인생을 즐긴다는 이유로 건강관리를 모두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노년의 지혜는 어느 한쪽의 극단에 있지 않다. 과도한 걱정은 내려놓되 필요한 관리는 하고, 무리한 운동은 피하되 몸은 계속 움직이며, 음식은 두려워하지 않되 과식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람을 만나고, 웃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남은 인생에서 혈압과 혈당의 숫자 몇 개가 우리의 행복까지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말자. 잘 먹고, 적당히 움직이고, 좋은 사람과 어울리고, 많이 웃으며 살아가자.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도 한 가지는 꼭 가르쳐주자. 건강하게 산다는 것은 숫자를 완벽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마음을 이해하고 삶의 균형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하루를 마칠 때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오늘도 참 잘 살았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배우고, 또 다음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따뜻한 건강교육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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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휘 

◇ 前현광문리학원 원장 

◇ 前부산종로학원 원장 

◇ 前부산학원 부원장 

◇ 언어영역 문학(창과창) 

◇ 언어영역 독해(한샘출판사) 

◇ 홀로서기 논술(대학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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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휘 칼럼] 노년의 건강, 숫자보다 삶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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