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은자(殷字)의 시원을 찾아 대륙의 동방을 횡단했던 이 지적 탐험으로 매혹의 꽃을 피워냈다. 이제 그 장엄한 막을 내린다. 푸른 벌판을 호령하던 동이족의 거친 숨결에서 시작해, 갑골(甲骨)에 새겨진 정교한 부호의 미학을 거쳐, 오늘날 우리 삶 속에 도도히 흐르는 문화적 유전자를 확인하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아득한 시공간을 거슬러 왔다.
이 여정의 끝에서 우리가 목격한 은자(殷字)는 박제된 과거의 유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글자 하나하나에 인간과 자연, 신과 우주를 하나의 유기체적 생명으로 바라보았던 고대인들의 위대한 철학적 결정체이자, 사유로 빚은 매혹의 꽃이었다. 0과 1로 모든 것을 파편화하고 인간의 영혼마저 디지털 코드로 환원하는 AI 현대 사회에서, 은자가 지닌 함축과 상징, 그리고 영적 소통의 힘은 오히려 인류 문명의 새로운 대안이자 나침반으로 다가온다. 온 우주를 한 획의 선으로 포착해 내던 그 독창적인 사유의 맥박은 지금도 우리의 감각 깊은 곳에 시퍼렇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동안 우리의 사유를 타인의 옷에 맞춰 빌려 입었다는 문화적 부채감을 안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당당히 선언할 수 있다. 은자(殷字)는 동방의 선조들이 인류 문명사 위에 아로새긴 가장 위대하고 찬란한 자산이다.
이 책을 덮고 다시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갈 때, 길거리의 간판이나 서책 속의 글자들은 이전과 전혀 다른 빛으로 당신에게 말을 걸어오리라. 그것은 낯선 이국의 문자가 아니라, 당신의 핏줄 속에 흐르는 오래된 기억이자 인류 문명의 깊은 뿌리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남은 이 매혹적인 문명의 유전자가, 이제 당신의 가슴속에서 세상을 바꿀 새로운 창조의 씨앗으로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