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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집행유예(執行猶豫)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에게 집행유예라니?’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받았다.’라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어. ‘집행유예(執行猶豫)’는 ‘집행’에 ‘유예’가 더해진 합성어인데, 집행(執行)은 잡아서 행한다는 의미고, 유예(猶豫)는 미루거나 늦춘다는 의미야. 유죄의 형(刑)을 선고하면서 이를 즉시 집행하지 않고 일정 기간 그 형의 집행을 미루어주는 것을 집행유예라 하는 것이지. 그 기간에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되면 선고했던 형의 효력을 상실하게 하는 제도인 거야. 가벼운 죄를 범한 사람이나 초범자에게 많이 적용하고 있지. 집행유예를 받은 사람은 기쁠까 슬플까? 무죄 선고를 받지 못하였으니까 못마땅할 수 있고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일단 교도소로 가지 않고 집으로 가게 되니까 기쁘지 않을까? 죄가 더 가볍다고 판단될 때에는 선고유예(宣告猶豫)를 내리기도 해. 징역 몇 년을 선고할 것인가를 미룬다는 의미지. 죄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크지 않다고 판단될 때 선고를 미루는 것이라 해석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아. 집행유예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잘못 없이 유예 기간을 보내게 되면 형의 선고는 효력이 없어지게 되지. 징역(懲役)과 금고(禁錮)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일을 시키느냐 일을 시키지 않느냐의 차이야. 그럼, 일을 시키는 것이 징역일까 금고일까? ‘역(役)’이 병역, 노역, 악역, 고역, 부역, 사역 등에서처럼 ‘일하다’는 의미고 ‘고(錮)’가 ‘가두다’는 의미인 것을 생각한다면 헷갈리지 않을 것 같아. 죄인을 교도소에 가두어 일시키는 형벌은 징역이고 교도소에 가두어두기만 할뿐 노역은 시키지 않는 형벌은 금고인 것이지. 잠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물건 중에 교도소의 재소자들이 만든 제품이 있다는 사실 알고 있니? 징역형을 선고 받은 교도소의 재소자들은 일을 하도록 되어 있다고 했지? 교도소에서 만들어진 물건들은 수형자들의 기술 연마와 근로정신 함양을 위한 것이기에 다른 제품보다 저렴하다고 해. 발생한 이윤은 수형자에게 작업 장려금으로 지급되어 수형자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하니까 구매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교도소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다고 하니까 관심 가져주면 좋겠어. ‘변호사법 위반혐의로 기소했다’라고 하는데 기소(起訴)는 ‘일으킬 기(起)’ ‘소송할 소(訴)’로 소송을 일으킨다는 뜻으로 법원에 심판해달라고 요구하는 일이야. 공소(公訴)라고도 하는데 ‘숨김없이 드러낼 공(公)’ ‘소송할 소(訴)’로 숨김없이 드러내 놓고 소송한다는 의미지. 검사가 어떤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에 재판을 청구하는 일을 가리켜. 고소(告訴)와 고발(告發)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지? 고소(告訴)는 피해자나 피해자의 법적 대리인이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기소를 요구하는 의사 표시고, 고발(告發)은 피해자 아닌 제3자가 수사 기관에 범죄 사실을 신고하여 기소를 요구하는 의사 표시야. 고소는 ‘억울해서 소송하겠음을 알린다.’로, 고발은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알린다.’로 이해하면 헷갈리지 않을 것 같아. 사법부(司法府)가 무슨 의미인 줄 생각해 본 적 있니? ‘맡을 사(司)’ ‘법 법(法)’ ‘관청 부(府)’로 법을 맡은 관청이라는 의미야.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정치를 논의하고 풍속을 바로잡으며 관리들의 잘못을 조사하여 그 책임을 탄핵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를 사헌부(司憲府)라 했는데 ‘맡을 사(司)’ ‘법 헌(憲)’으로 법을 맡아 다스리는 관청이라는 의미였어. 조선시대에 임금께 옳지 못하거나 잘못된 일을 고치도록 말하는 일을 맡아보던 관아를 사간원(司諫院)이라 했는데 간언(諫言)하는 일을 맡아보는 관청이라는 의미였지. 모임이나 예식에서 차례를 따라 그 일을 진행하는 사람을 사회자(司會者)라 하는 이유 역시 회의를 맡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어떤 사건에 대해 판사에게 재판해 달라고 요청할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검사하는 사람이기에 ‘검사할 검(檢)’ ‘사건 사(事)’의 검사이고, 죄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고, 있다면 얼마 만큼인지 판가름하는 사람이기에 ‘판가름할 판(判)’의 판사야. 변호사(辯護士)는 어떤 의미냐고? ‘말 잘할 변(辯)’ ‘보호할 호(護)’ ‘선비 사(士)’로 말을 잘해서 의뢰인을 보호해주는 선비(사람)라는 의미야.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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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2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작게 보이는 것의 의미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길을 가다가 경찰서에서 할머니의 손을 잡고 나오는 어린아이를 보았다.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 되어 보였을까. 정말 어린아이였다. 그런데 옷차림은 초등학교 2, 3학년 아이의 옷차림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빨갛게 염색한 머리, 스냅백, 허리춤에는 손수건이 걸려 있었다. 그리고 커다란 박스티에 조거 팬츠, 스니커즈. 20대 청년들이 입고 다닐 만한 스타일이었다. 거기까지는 좋았다. 그 아이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이끌리다시피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었다. 나머지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나는 멀어져 가는 그들의 뒷모습이 내 시야에서 영영 사라져 버릴 때까지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까지 그 아이는 한 번도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도, 할머니의 손을 놓지도 않았다. 무척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껄렁해 보이는 스타일의 어린아이, 할머니의 손을 잡고 경찰서에서 나오던 아이, 나는 어쩌면 그 아이가 느꼈을지도 모를 두려움, 걱정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SNS의 영향으로 이른 나이에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게 된다'는 식의 틀에 박힌 결과는 나 역시 잘 알고 있다. "어른들이 몰라서 그렇지, 요즘 애들이 빨라.", "자식이 염색해달라고 하는데 부모가 안 해주고 배길 수 있어?" 하고 웃어넘겨버릴 만한 장면이었다면 그 장면이 뇌리에 그렇게 강하게 박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두렵거나 민망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과 기술이 어른에 비해 부족하다. 두렵거나 민망한 상황이 생기면 눈과 손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른다. 그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러나 핏기가 가신 얼굴로, 주머니에 손을 꽂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주변에 철봉이 있다면 철봉에 매달리거나. 슈퍼마켓에서 몰래 과자 갖고 나오기, 약한 친구 괴롭히기, 치고받고 싸우기. 어린아이들이 주로 하는 나쁜 행동들이다. 아마 그 아이도 이런 나쁜 행동들을 통해 경찰서에 방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성인도 잘못을 저지른 대가로 경찰서에 방문하는 게 두렵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법의 잣대를 통해 죄의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어린아이라면 그 두려움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할머니의 손을 꼭 잡은 고사리처럼 작았던 그 아이의 손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어디까지나 나만의 상상이다. 아무런 근거 없는 착각일 수도 있다. INFJ라는 성향에 걸맞게 별 것도 아닌 일에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내 착각이 사실이라면, 그 아이의 두려움은 누가 보듬어주고 없애줄 것인가. 학창 시절에도 비슷한 친구들이 있었다. 노랗고 빨갛게 염색한 머리, 튀는 옷차림, 주머니에 꽂은 손, 껄렁한 태도. 어쩌면 그 나이대에서만 가능한 패션과 태도일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친구들은 대부분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가운데에서 성장한 친구들이었다. 부모님의 불화, 가정폭력, 이혼, 강압적인 부모님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었다. 그 당시에 비싼 옷과 비싼 운동화를 입고 다니던 친구들 대부분이 평탄하지 않은,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서, 하지만 해결할 수 없는 두려움을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잘못된 길을 선택했던 게 아니었을까?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심스레 추측해볼 따름이다. "생각이 큰 사람은 듣기를 독점하고, 생각이 작은 사람은 말하기를 독점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크게 생각할수록 크게 이룬다」 162P, 데이비드 슈워츠, 나라 출판사 - 슬플 때 슬퍼하고, 힘들 때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어려울 때 어렵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 정말 큰 사람이 가진 내면의 자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생각이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의 차이는 듣는 능력에 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진리다. 결과적으로 누구와 사귀고 관계를 맺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할머니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그 아이의 미래가 눈부시게 빛나기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즐거운 만남으로 인해 큰 리더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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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21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내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늙으신 어머니 내게 이 노래를 가르쳐주실 때 두 눈에 눈물이 곱게 맺혔었네. 이제 내 어린 딸에게 이 노래 들려주려니 내 검게 탄 두 뺨 위로 한없이 눈물 흘러내리네.’ 우리가 잘 아는 교향곡 ‘신세계로부터’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작의 가곡집 <집시의 노래>(Op.55, 1880) 중 네 번째 노래 ‘내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의 내용이다. 드보르작은 세 아이를 저세상으로 보낸 뒤인 1880년 이 노래를 작곡했다. 이 노래를 들어야 할 아이들은 세상에 없었지만, 아이들을 잃은 슬픔에 빠져있던 드보르작 부부의 곁에서 힘이 되어 주었던 어머니의 끝없는 사랑에 대한 추억을 담고 만들어진 노래라고 할 수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그 누구도 혼자 태어난 사람은 없다. 해마다 5월 어버이날이 돌아오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모님께 마음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전하곤 하지만, 그것이 어떤 한 날에만 표현할 일이던가. 드보르작도 부모가 되었지만 세 아이를 자신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참담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런 드보르작의 곁에서 자식의 슬픔을 위로하고 같이 눈물 흘려준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존재가 없었다면 이 생에서의 삶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내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를 포함한 가곡집 <집시의 노래>는 독일 시인 아돌프 헤이두크의 시에 곡을 붙여 만들어졌는데 집시들의 삶과 정열, 멜랑콜리, 사랑, 자유에 대한 갈망들이 이 노래집 전체에 걸쳐 다양하게 드러난다. 그래서 노래들이 대부분 활력이 넘치고 집시의 자유정신과 강한 기질을 느낄 수 있는데, 네 번째 곡인 이 곡만 예외적으로 분위기가 다르다. 이 가곡집에 있는 노래 중 가장 유명한 곡도 이 노래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버전으로 편곡되어 연주되고 있는데, 노래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나 각종 악기의 소품으로 이 곡이 갖고 있는 애잔한 정서의 멜로디가 널리 연주되고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아플 때나 잠들 때 늘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아련하게, 하지만 그것이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렸다는 알 수 없는 쓸쓸함으로 다가온다. 그때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나이가 들어가면서 하나 둘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영원할 것만 같았지만 우리 삶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또한 이제 하나씩 깨달아 간다. 늘 엄하고 무서운 존재로, 강하고 건강한 모습으로만 보이던 부모님이 어느 날 문득 너무나 왜소하게 느껴졌을 때의 그 느낌. 그것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인생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결국 산다는 것은 받아들여야 할 것들은 받아들이고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아닐까. 하나씩 깨닫게 되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이런 음악이 가슴에 남겨주는 여운도 점점 커진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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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12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자존감과 인간관계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최근에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20대 취준생 여성과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대학에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쉬지 않은 경력을 가진 아가씨였다. 덕분에 대학에 입학한 뒤로부터는 용돈을 벌어서 썼고, 자신의 힘으로 해외여행도 다녀온 경험이 있었다. 조직에서 마다할 리 없는 인재임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나는 그 아가씨가 웃는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시종일관 굳어있는 표정, 일자로 꾹 다문 입술, 의심의 눈초리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전혀 편안한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다. 굉장히 불편하고 어색한 자리였다. 물론 그 아가씨는 나를 잘 모른다. 나도 그 아가씨를 잘 모른다. 그의 이력서, 말투, 표정을 통해 대략적인 정보를 판단할 뿐이었다. 내가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심리학에 기반한 상담과 면담, 컨설팅 사업, 강의를 해왔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는다면 섣부른 오해나 판단이라고 오해할 독자들도 있었으리라. 나의 저서인 [초성장 독서법]에서 이야기했듯이, 모든 사람의 성장곡선은 어느 시점에서 급격한 변화를 띠기 시작한다. 성장곡선의 단계에서 위로 올라가는 사람이 있고 아래로 급강하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 공통적으로 찾아오는 성장곡선에서 상당히 큰 폭으로 성장하거나 혹은 지구의 중심 핵까지 추락하는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학교나 회사와 같은 조직사회일수록 더욱 그렇다. 생각과 가치관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는 조직사회에서 별로 원하지도 않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일이 마냥 재미있는 일로 여겨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인간관계를 지혜롭게 유지해내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다. 그들 중 대다수는 상당히 높은 자존감을 가진 사람들이다. 게다가 겸손하다. 상대의 불평과 질책에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고, 잘못을 인정하는 자세가 습관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놀랍게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대다수는 '남들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내가 나아야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나를 발견하니 자존감이 낮아지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내가 남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인간관계가 상당히 어렵다. 당연한 사실 아닌가? 나보다 못한 사람과 있는데 어떻게 평안할 수 있는가? 나는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했다. 성향은 모두 달랐다. 말수가 적은 사람도 있고, 쉬지 않고 재잘재잘하는 사람도 있다. 키가 큰 사람도 있고 작은 사람도 있다. 어린 아이, 학생, 직장인 등등 직업도 다양했다. 동일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상대방보다 내가 낫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물론 입 밖으로 "내가 저 사람보다 낫다!"하고 말하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정치인들, 혹은 어린아이들이나 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세밀하게 파고 들어가보면,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를 발견해낼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에 숨어있는 그 교만, 그 교만을 뽑아내서 버리는 순간, 인간관계에서 오는 대다수의 문제점이 해결된다. 확실히 인간관계는 어렵다. 인간이 개입되는 순간 모든 일은 복잡하고 힘들고 귀찮은 과정으로 변한다. 혼자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상대방보다 낫다는 마음을 버리는 순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상당히 큰 폭으로 감소된다. 인간관계를 개선하고 싶다면 먼저 내가 상대방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교만을 버리는 연습을 해보자. 혹시 아는가? 당신이 다음 시대의 리더가 될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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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11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자의적(恣意的)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자의적’의 ‘자’를 ‘자기 자(自)’ ‘뜻 의(意)’로 생각하여 ‘자기 뜻대로’라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방자할, 제멋대로 자(恣)’야. 정해진 규정이나 질서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하는 생각이나 행동을 자의적(恣意的)이라 하는 것이지. 언어의 특성 중에 자의성이 있다는 것 알고 있니? 제멋대로 이름을 붙였다는 뜻이야. 의미와 소리(단어)가 필연적이지 않고 제멋대로라는 이야기지. ‘얼굴’을 ‘얼굴’이라 해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음에도 누군가가 제멋대로 ‘얼굴’이라 이름 붙였기에 사람들이 ‘얼굴’이라 이름 붙여 사용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야. ‘아버지’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아버지’라 하고 ‘파더(father)’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파더(father)’라 하며 ‘부(父)’라 할 필연적 이유가 없었음에도 ‘부(父)’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야. 방자하게 제멋대로 행동함을 자행(恣行)이라 하는데 이때도 ‘제멋대로 자(恣)’야. ‘나쁜 짓을 서슴없이 자행하다’ ‘약탈을 자행하였다’처럼 쓰지. ‘오만방자(傲慢放恣)하게 행동했다’라는 말 들어 보았지? 태도나 행동이 건방지거나 거만함을 ‘오만’이라 하고, 무례하며 건방짐을 ‘방자’라 하는 거야. ‘자의’와 비슷한 말에 임의(任意) 수의(隨意)가 있어. ‘임의로 처리할 수 없다’ ‘임의적 판다’ ‘임의로 변조한 사실이 드러나’로 쓰이고 ‘수의계약에 의한 매각’ ‘수의계약은 불법이다’ 정도로 쓰이지. 임의(任意)는 ‘맡길 임(任)’으로 뜻에 맡긴다는 의미인데 일정한 기준이나 원칙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한다는 의미야. 수의(隨意)는 ‘따를 수(隨)’로 자신의 뜻(생각)에 따른다는 의미이지. 수의계약이 무엇이냐고? 자기의 뜻대로, 자기 마음대로 하는 계약인데 그것이 왜 불법이냐고? 개인의 일을 개인이 마음대로 하는 계약은 불법이 아니지. 하지만 공공기관이 계약할 때에는 문제가 달라. 가격이 낮은 경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경쟁계약(競爭契約)을 해야 하는 거야. 수의계약일 경우에 공정성이 떨어지고 특혜 시비가 발생하며 비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 친척이나 지인에게 많은 액수로 공사를 계약하고 비싼 가격으로 물건을 계약하는 일은 비리인 것 분명하잖아. ‘스스로 자(自)’를 쓴 자의(自意)도 있어. 스스로의 뜻, 자신의 뜻, 자기의 생각이나 의견이라는 의미지. ‘자의 반(半) 타의 반(半)’이라는 말 들어보았지? 자신의 의지 반절 다른 사람의 의지 반절이라는 의미야. 자신이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어떤 일을 하였을 때 쓰는 표현이지.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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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8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시간을 통제하라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언젠가 SNS에서 가슴 아픈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 아이가 바닥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었는데, 아이가 엎드린 곳에는 사람의 형상을 그린 그림이 있었다. 마당에 엄마를 그려놓고 가슴에 안겨있는 그림이었다. 아이의 엄마는 택시운전사였다. 어느 날 손님을 태우고 운전하다가 사고로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택시가 강에 빠지면서 엄마도 택시와 함께 강물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아이는 마당에 엄마를 그려놓고 엄마의 가슴에 안겼다. 차디찬 엄마의 심장을 느끼며, 아이는 말없이 마당에 그려진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인생이 80까지라고 했을 때,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나도 이제 절반 정도는 온 듯하다. 마흔이 되기까지 즐겁고 감사한 일이 많았지만, 앞으로는 내려놓는 훈련이 필요한 시간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들은 지금까지 지내온 시간들보다 결코 더 젊거나 빛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건 사고와 마주치고 있었지만, 하늘의 도우심으로 말미암아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오늘, 그리고 어제였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어느 순간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시간을 30분 단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어려웠다. 딱히 변하는 게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30분 단위로 시간을 관리한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싶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가면서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를 되새겨보다 보면 그런 스트레스도 사치로 느껴지곤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습관이 되고 나니 시간이 내 손에 들어와서 관리가 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업무의 효율성이 상당히 올라가는 동시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도구로도 손색이 없는 나만의 장점이자 무기가 되는 것을 발견했다. 도대체 시간을 30분 단위로 관리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서 나쁠 이유가 무엇인가? 잘 아는 지인은 매일 아침 4시에 일어난다. 그 시간에 일어나서 독서하고, 필사하고, 1시간 운동을 하고, 밥을 먹고, 사무실로 향한다. 그렇게 정해진 루틴을 매일 SNS에 기록하고 있다. 나도 이전에는 4시 반에서 5시 사이에는 일어났는데, 최근에는 늦은 시간까지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아져서 6시까지는 꼬박 숙면을 취하고 있다. 힘들기 때문이다. 남자도 힘들어서 못하는 반복적인 루틴을 그분은 해낸다. 아주 겸손한, 게다가 상당한 미모를 가진 여자분이다. 심지어 워킹맘이다. 시간을 관리하면서 자기 자신의 육체와 정신도 함께 관리하는 분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겸손에 마음이 서서히 젖어듦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대부분 겸손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겸손이라는 것이 아무에게나 고개를 조아린다거나 이마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는 겉치레 형식의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라면, 시간을 관리하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존경스러운 삶을 사는지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들은 정말 예의 바르고 자기 관리에 투철하며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 중 하나다. 시간은 가장 값비싼, 그러나 세상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주어진 소중한 선물임을 기억한다면, 그 시간을 무엇과 맞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우리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무한정 주어지지만, 아무에게나 무한정 주어지지 않는다.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에 따라 시간은 하루에 24시간이 될 수도, 12시간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하루를 48시간처럼 활용한다. 생산성의 효과일 수도 있고, 직업의 효과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들의 시간은 압축된 시간의 형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다. 연봉이 5억인 사람의 1년이 연봉 5,000만 원인 사람의 10년과 맞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복리의 개념을 함께 따져본다면 10년이 아니라 15년, 혹은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시간이 압축된 시간이 아니라면, 나의 미래도 느슨하게 풀어진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오늘부터라도 압축된 시간의 형태로 만들어서 생산성의 효과를 드높이는 데 활용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지금껏 상상해보지 못한 위대한 결과를 만드는 데 일조하게 될 지도 모른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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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7
  • [책소개] 테니스 인 & 아웃
    [교육연합신문=편집국] 일반적으로 공으로 하는 운동을 구기 종목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축구, 야구, 농구, 배구, 핸드볼 등이 포함된다. 테니스도 공으로 하는 운동이지만 구기 종목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앞에서 열거한 종목들과는 달리 테니스는 공을 치는 도구로서 라켓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라켓을 사용하여 공을 치는 종목에는 테니스를 포함하여 배드민턴, 탁구, 라켓볼, 스쿼시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라켓 스포츠 종목 중에서 테니스를 ‘라켓 스포츠의 왕’이라고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를 몇 가지로 구분하여 살펴보자. 첫째,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종목이다. 즉 테니스는 13세기에 프랑스의 궁정에서 왕족들이 즐기던 놀이에서 시작된 반면 탁구는 15세기에 프랑스의 궁정에서, 그리고 배드민턴은 19세기에 인도에서 시작되었다. 라켓볼은 20세기에 실내 놀이로서 등장하였으며, 이를 변형한 것이 스쿼시이다. 둘째, 코트 종류가 다양하다. 즉 테니스는 클레이 코트, 잔디 코트, 하드 코트 등이 있는 반면 다른 종목들은 모두 마루 코트만 사용한다. 셋째, 라켓 사이즈가 가장 크다. 다음으로 스쿼시 라켓, 배드민턴 라켓, 라켓볼 라켓, 탁구 라켓 순이다. 넷째, 경기장이 가장 크다. 다음으로 배드민턴 코트, 라켓볼 코트, 스쿼시 코트, 탁구 코트 순이다. 이밖에 테니스는 대회 상금이나 선수들에 대한 인지도와 언론 노출 빈도 등에서 다른 종목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같이 테니스는 다양한 측면에서 라켓 스포츠의 제왕으로서 현대사회의 대중 여가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다. 즉 테니스는 대표적인 평생 스포츠life-long sports이자 사교 스포츠social sports이다. 먼저 운동선수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이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테니스는 5~6살부터 시작하는 경우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운동을 그만두는 시기도 대부분의 종목은 40세 이전이다 그렇지만 테니스는 80세가 넘어서도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고 있는 시니어 동호인대회는 60세부부터 85세부까지 운영되고 있다. 즉 85세가 넘어서도 테니스를 즐기는 어르신들이 많이 계신다. 다음으로 테니스는 사교적인 스포츠이다. 테니스를 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대방이 있어야 한다. 꾸준히 테니스를 즐기기 위해서는 학교나 직장 그리고 살고 있는 동네 코트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테니스는 자기의 삶과는 다른 방식으로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학교에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교수들과 어울릴 수 있고, 직장에서는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어울릴 수 있다. 또한 동네 코트에서는 다양한 직업을 가진 회원들과 교류함으로써 사회관계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책은 같은 학교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테니스를 즐기던 교수들이 각자의 전공과 관련된 테니스의 모습과 함께 각자의 인생과 관련된 테니스의 이모저모를 소개함으로써 테니스에 대한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테니스를 통해 알게 된 삶의 교훈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그렇지만 전공과 관련된 전문적인 주제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독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이 책의 제목인 ‘테니스 인&아웃’은 마니아 교수들이 바라본 다양한 테니스 세계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먼저 IN과 OUT은 테니스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로서 테니스를 통해 맛볼 수 있는 희로애락을 의미한다. 즉 IN은 기쁨과 즐거움을 의미하고, OUT은 노여움과 슬픔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인 & 아웃은 테니스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면의 기술적인 측면과 함께 테니스를 둘러싼 외부 환경적인 측면을 의미한다. 즉 IN은 라켓의 종류, 공의 회전, 경기기술, 대회 운영 등을 의미하고, OUT은 테니스 경륜, 테니스 역사, 테니스 경기 등을 의미한다. 끝으로 인 & 아웃은 테니스를 바라보는 다양한 학문적 관점을 의미한다. 즉 IN은 자연과학과 공학을 의미하고, OUT은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의미한다. 이 책은 4부 2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는 그 성격에 따라 1부 인문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2부 자연과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3부 사회과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4부 공학으로 바라본 테니스 세계 등으로 구분하였다. 각 장이 끝나는 중간중간에 알아두면 쓸모있는 신비한 잡학 사전의 의미를 가진 ‘테니스 알쓸신잡’ 코너를 마련하여 테니스와 관련된 유익한 이야기들을 소개하였다. 책 뒷부분에는 부록으로 실제 동호인 대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인하대에서 개발한 코트 수에 따른 매치업 경기 진행 방안(명칭: 인하대 테니스회 경기방식)을 제시하였다. 이 책을 통해 테니스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여가활동으로 테니스를 즐기는 동호인들이 테니스에 대해 갖고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아직까지 테니스에 입문하지 않은 비동호인들에게 테니스가 갖고 있는 무궁무진한 숨은 매력을 전달함으로써 이들을 테니스의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격려와 도움을 주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먼저 함께 운동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신 인하대학교 교수테니스회(화목회) 동료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특히 편찬위원으로 수고해 주신 정재학 교수님, 최권진 교수님, 백승국 교수님, 민경진 교수님, 원동준 교수님, 테니스 알쓸신잡의 아이디어와 자료를 제공해주신 이종호 명예교수님, 그리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전체 작업을 총괄하신 김우성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또한 격려의 글을 써 주신 인하대학교 이본수 전 총장님과 서형준 명예교수님, 고수만 명예교수님, 김대중 교수님, 김정호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더불어 추천의 글을 써 주신 한국대학교수테니스연맹 오유성 회장님, 한국테니스진흥협회 성기춘 회장님, 인천광역시테니스협회 신한용 회장님, 국가대표테니스팀 김성배 전 감독님과 노갑택 전 감독님, 테니스 국가대표 송민규 선수, STA 창설자이신 포스텍 서의호 교수님, KBS 김기범 기자님에게 감사드린다. 끝으로 여러 가지로 어려운 시기에 기꺼이 출판을 맡아주신 레인보우북스 민선홍 사장님과 편집 작업하느라 수고하신 홍청미 팀장님께 감사드린다. ▣ 저 자 인하대학교 교수테니스회 ▣ 인 쇄 레인보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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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5-05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깊은 슬픔 속 위로의 선율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매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나? 삶이 전쟁과 같다고 생각되는가? 우리는 삶 한가운데서 마치 전쟁처럼 치열하게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 평화는 언제 오는 것인가. 문득 뉴스에서 나오는 나라 안팎의 혼란한 소식들을 듣고 있자니, 이 혼란스러움은 비단 정치나 경제처럼 거국적인 문제 말고도 우리의 하루하루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파괴된 도시의 모습과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도하느라 시끄럽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50여 일이 지났다. 군인들은 물론이고 민간인, 아이들까지도 다치고 사망하는 전쟁의 현실은 차마 눈 뜨고 보고 있기 힘들다. 수많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당장 한 치 앞의 인생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이 짧은 인생이 언제 어떤 불의의 사고로 앞당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니 심지어 그마저 힘이 달려 겨우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의로 또는 타의로 치열함을 선택하든, 어쩔 수없이 삶을 살아내고 있던, 스스로가 느껴야 하는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부자든 가난하든, 젊든 늙었든,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누구나 죽는다. 인간의 삶은 심지어 너무나 짧다. 그저 사랑하고 늘 웃으며 행복하기만 하여도 짧은 인생인데... 전쟁이라니? 어떤 이유에서건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어떤 대중가수가 부른 노래 중에 그런 가사가 떠오른다. ‘전쟁 같은 사랑~~’ 갑자기 웃음이 난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고 씁쓸해서 나오는 웃음이다.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전쟁 같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 더더욱 전쟁이 무섭고 두렵다. 우리나라도 남북으로 나누어져 아직은 휴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나라다. 전쟁이라는 것이 비록 내가 태어난 이후에 직접 겪진 않았어도 늘 불안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 더 그런 것 같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전쟁을 해왔다. 인간의 이기심이 빚은 결과이겠지만, 그런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위대한 음악은 탄생했다. 전쟁의 비극적인 아픔과 슬픔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가 그런 곡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탄 소리를 들으면서 탄생한 이 곡은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듣고 있으면 그 비참한 슬픔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 곡은 초연 당시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작곡가 엘가의 곡들은 사랑스럽고 밝은 곡들이 많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곡들을 기대했으리라. 청중들의 반응은 썰렁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탄에 잠긴 첼로의 소리로 노래하는 이곡은 시간이 지나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을 얘기할 때 꼭 떠올리게 되는 연주자가 있는데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으로 너무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자클린느 뒤프레이다. 그녀가 연주한 엘가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엔 그녀의 삶과도 닮은듯한 엄청난 슬픔의 탄식과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비극적인 전쟁의 시대적 배경 가운데 탄생한 이 곡은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심지어 깊은 슬픔 속에서도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만 같다. 그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다. 세상의 깊은 슬픔을 다 안고 있는 음악이 사람에게 주는 깊은 위로와 안식을 첼로의 중후한 소리와 함께 많은 이들이 느껴 봤으면 좋겠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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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7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부모님과 servant leadership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최근에 고향에 다녀왔다. 내가 태어나 줄곧 자라고 대학까지 졸업한 경북 안동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한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내가 학창시절을 보내던 당시에 안동 인구는 20만명이었고 지금은 15만 6,000명(2022년 2월 기준)정도라는 사실이다. 20년 사이에 5만여 명 가까운 인구가 타지로 나가버렸다. 모르긴 해도 대개 젊은 사람들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향에는 부모님이 살고 계신다. 평생을 안동에서 사신 분들이다. 1년에 12번의 제사를 지내고 한복과 비녀가 습관화되어 있는 그런 집과는 거리가 멀다. 부모님이 '안동사람답지 않은 안동분들'이었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안동이라는 도시에 대해 갖고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인식이 어떠한지를 마주했을 때였다. 고향에 가면 늘 부모님이 해주시는, 또 사주시는 밥을 먹는다. 몇 번 식사를 대접하려고 했으나 한사코 거절하셨다. 지난 몇년간, 지독한 실패와 어려움을 만나면서 용돈 한 번 제대로 드린 적이 없었다. 명절날 고향에 다녀올 때마다 며느리 손에 봉투를 쥐어주시는 분들이셨다. 어버이날 자동차와 집을 부모님께 선물해드렸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먹먹해졌다. 아버지가 사주시는 소고기와 과일, 엄마가 해주시는 밥을 먹을 때마다 그분들의 살을 뜯어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한사코 용돈을 받지 않으시려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고 한참을 울면서 집으로 내려왔다. 함께 사업을 진행하는 지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정말 멋진 부모님을 두셨네요. 아주 화목한 가정인 듯 합니다. 무척 부럽습니다."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꽤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랐기에 한 번도 부모님의 사랑을 맛보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래서 안정적인 가정, 따뜻한 부모님의 사랑이 너무 부럽고 그립다고 내게 이야기해주었다. 부모parents는 가족family라는 이름의 작은 그룹을 인도하지만, 누구보다 마음 깊이 신뢰할 수 있는 리더여야만 한다는 것을 마음 깊이 실감하게 된 순간이었다. 그런 부모님의 리더십은 오직 희생만이 가득한 servant leadership의 표상이기도 했다. 리더십은 어느 시대에나 대두되어온, 올바른 인간관계 형성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지적 자질 중 하나다. 수많은 리더십에 관련된 책과 강의가 있으며,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는 어록과 명 연설문도 있다. 일반적인 조직사회에서 그런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는 흠이 있지만 말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많다. 생각의 깊이가 남달라서 상당히 추진력있게 성과를 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일을 잘하는 것과 리더십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리더는 생각의 속도를 무기 삼아 전진하는 사람이기도 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동행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숨어 있는 두려운 마음을 제거하고 용기를 심어주어 마음의 지경을 넓힌 다음에 함께 도전하며 앞서나가는 사람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리더십은 소위 말하는 일머리 뿐만 아니라 다분히 심리학적인 요소가 숨어있는 분야다.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드문, 리더십 부재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리더십의 핵심 요소 중 한가지는 신뢰trust다. 모든 사람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으나,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이 습관화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모든 리더가 가진 본연의 임무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잡는다, 는 말이 있다. 세상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말인 듯 해도, 리더의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람으로 말미암아 사업이 성장하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어려움에 처하고, 사람으로 말미암아 성공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 인생에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이 내 인생에 스며드는 것인 동시에, 하늘이 나에게 주신 기회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신뢰를 얻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면 올바른 경청傾聽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경청은 상대방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듣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경청의 올바른 의미를 알고 있는 리더들을 꽤 많이 만나볼 수 있었는데,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독보적인 리더로 존재하게 만드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경청의 올바른 의미를 알고 있는 리더라고 해서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이거나 상당한 재력을 갖춘 사람들은 아니었다. 힘있게 일을 추진하는 강력한 추진력과 경청은 약간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작은 회사의 대표이거나 작은 그룹의 임원인 경우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가진 공통점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 그러니까 심리학에 대해 상당히 조예가 깊다는 사실이었다. 최근에 퇴사를 앞둔 부하 직원이 나에게 업무에 대해 인계를 해주는 과정에서 작은 마찰이 있었다. 생소한 분야에 대해 인수인계를 받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부하 직원의 입장에서는 허둥지둥하는 내 모습이 꽤 짜증스러웠던 모양이다. 어차피 나가는 마당에 무서운 게 없다 싶었는지 나에게 함부로 이야기를 한 것이 발단이었다. 성인이 되면 나이보다는 그 사람의 업무역량과 리더십의 여부에 따라 존경받는다. 그렇기에 조직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있을 때에도 부하직원에게 존대를 했고, 신입사원에게도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그러나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발언을 하기에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은 사람을 대하는 기본 자세가 안되어 있다. 내가 당신보다 나이도 많고 직책도 높은데 말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 말을 너무 함부로 한다. 상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하고 언성을 높여 소리쳤고, 그는 "지금 제가 나이 어리고 직책이 낮다고 무시하시는 겁니까?"하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그 직원은 내 말을 끊으며 "저는 국장님께 인수인계 못하겠습니다!"하고 소리치고는 문을 꽝 닫고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그 사건 자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회생활에서 크고 작은 언쟁이나 분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 이후로 중요한 것을 알게 된 계기가 하나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이후 부하 직원과의 마찰에 대해 나와 이야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A가 와서 이야기했다. "나이 좀 많다고 어린 사람 무시하고 그러면 안되요. 나도 나이가 많지만 국장이나 이사장 이야기 다 듣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리고 모르는 게 있으면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고 해야 되요. 직책이 있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누가 먼저 다가옵니까? 좀 잘해봅시다." 그리고 얼마 뒤 B가 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그는 내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듣고 보니 자네 심정이 이해가 되네. 그 친구가 원래 그런 면이 있다. 조금만 마음에 안들어도 화내고 뛰쳐나가고, 말도 함부로 하고. 그런 적이 많았거든. 얼마전에도 상위기관에서 연락왔었는데 직원들 다 있는 앞에서 소리치고 싸웠잖아. 그러면 안되는데 말이지. 그래도 이제 그 친구는 나가는 사람이니까 좋게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은 거겠지. 자네가 마음 풀게. 나머지 인수인계는 내가 해주도록 하지." 당연히, B는 A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조직을 이끄는 핵심적인 리더다. 삶 속에서 servant leadership을 토대로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사람은 내 사람이다'하는 느낌을 받는다. 겸손과 경청을 무기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강력한 힘이 있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 그들에게서 얻어지는 마음의 위로와 큰 용기는 인생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수많은 지혜들을 전해준다. 그들이 전해주는 감동을 통해 내 마음의 그릇을 넓히고 키워나가는 것은 분명히 의미있고, 또 아름다운 일이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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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26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봄의 소리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봄이 왔다. 여러 사전적 의미를 종합해보면 봄은 날이 따뜻해져서 사물들이 뛰고 움직이기 시작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계절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학교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나며, 앙상했던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고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푸릇푸릇 싱그러우며 공기의 냄새도 겨울과는 다르다. 눈으로 느껴지는 봄의 생생함 말고 봄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소리들도 있다. 얼었던 강이 녹으면서 나는 물 흐르는 소리, 또 한 번씩 내릴 때마다 봄의 푸근함을 안고 오는 빗소리, 겨우내 움츠렸던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 등 겨울과는 또 다른 활기를 소리로도 느낄 수 있다. 또 봄을 노래한 음악들은 어찌 그리 많은지...... 장르를 불문하고 봄을 노래한 음악들은 참으로 많다. 그런 걸 보면 봄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다른 계절이 주지 못하는 에너지를 주는 듯하다. 클래식 곡들 중 봄을 노래한 곡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 있고,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노래’,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또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4월’도 봄을 노래한 곡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드뷔시의 교향 모음곡 ‘봄’, 라흐마니노프의 칸타타 ‘봄’, 벤자민 브리튼의 봄 교향곡, 또 너무나 가난해 궁핍한 생활을 하며 겨우 30여 년을 살다 간 슈베르트도 봄을 노래한 ‘봄에’, ‘봄의 찬가’,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등 여러 곡이 있는 것을 보면 봄이란 계절은 분명 만물을 노래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봄은 대체적으로 밝고 활기찬 희망과 싱그러움을 노래하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역시 인간의 삶에는 밝음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곡이 있다. 바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이 그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작곡가 피아졸라의 이 곡은 자신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의 사계절을 곡에 담아서 ‘사계’를 만들었는데 네 개의 곡은 각각 따로 만들어졌으며, 그 중 ‘봄’은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니 봄이라는 계절도 시기와 느낌 모두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느낌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 곡은 봄을 노래한 다른 많은 곡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굉장히 격정적이고 애잔하며 때로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래머는 피아졸라의 음악이 모든 일상적인 것들과 모든 절망을 잊게 해 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론 밝은 봄노래도 좋지만 피아졸라의 이 곡이 훨씬 더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뭔가가 있어서 좋다. 봄이 되면 다들 희망찬 말들만 한다. 긍정적이고 밝은 봄의 이미지가 그러하니 더욱 그렇겠지만, 우리 주변엔 어둡고 그늘진 곳이 아직 많아 보인다. 세상엔 늘 밝음만 존재할 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더 빛나 보이듯 우리 삶에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건 더 밝을 내일이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어두운 삶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곧 터널 밖의 빛을 볼 수밖에 없는 때가 이를 것이다. 그러니 담담히 지금을 즐기며 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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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
    2022-04-13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Homo Ludens를 꿈꾸며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글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종종 인터넷 서점 판매 순위를 검토한다. 가장 판매고가 높은 책들의 대다수가 유명 강사이거나 주식, 부동산 투자에 관련된 책이다. 50년 전, 30년 전 서점에서 판매고가 가장 높은 책들을 선별하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시대는 변화하고 있으며, 출간되는 책들의 종류도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는 데 이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성숙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이야기한 소설가 라나와 블랙웰 Lanawa blackwell의 말처럼,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와있는 도서의 대부분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각 수준과 비슷하다고 이해한다면 다소 섣부른 판단이 될까. 모든 사람은 늙는다. 사고의 깊이를 넓혀가는 과정을 넓히지 않는다면 30년 뒤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 리스트는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을 수도 있다. 혼자만의 조용한 시간을 가지며 복잡하고 난해한 생각 속에서 실마리를 찾아가는 사고의 물결을 거치지 않는다면 생각의 수준은 미미한 수준으로밖에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드는 건 비단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호모 Homo는 현존하는 인류와 그 직계 조상류를 의미한다. 사람과 Species of Human being를 의미하는 단어 호미니데Hominidae는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종류를 의미하며 흔히 고릴라, 침팬지, 오랑우탄과 같은 대형 유인원을 뜻한다. 딱히 이렇다 할 생각의 전환이나 사고의 흐름을 통한 성장과 변화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부류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는 현존하는 인간류를 이야기한다. sapiens는 슬기롭다 wisdom라는 뜻의 라틴어를 의미하는데, 지성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는 동물류 Hominidae와는 다소 구별되는 뜻을 갖고 있다. 지혜로운 인간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좀 더 나아가면 Homo Ludens(놀이하는 인간)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가 만들어진다. '공경받는 귀족 계급은 즐거움과 겸양만이 행동화하는 고상한 영역에서 산다.'는 말이 있다. 인간과 동물을 구별 짓는 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인간이 가지고 가야 할 삶의 지침, 즉 호모 루덴스의 가치와 철학을 이야기한다. Ludens는 놀이, 장난, 경기와 같은 뜻을 지닌 Ludus에서 비롯되는 단어인데, 놀이, 장난을 의미하는 Ludus에 글자를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의 Litterarum을 붙이면 학교 Ludus Litterarum가 된다. 즉 학교를 의미하는 라틴어 Ludus Litterarum의 진짜 의미는 재미있게 놀이하듯이 글자를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라는 뜻이다. Homo가 Ludus Litterarum에서 배워서 깨우친 것을 일상생활에서 즐겁게 써먹을 수만 있다면 Homo Sapiens에 머물지 않고 Homo Ludens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대다수의 학교에서는 놀이의 개념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조직사회에서 필요한 경청, 인내, 겸손을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즐겁게 써먹을 수 있는 정보와 지식과는 꽤 거리가 멀다. 오직 인간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초적인 정보만을 가르쳐줄 뿐이다. 가르치는 능력이 없거나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을 만한 능력이 부족한 교사들을 만나면 학교생활은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어두운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자의가 아닌 바에야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과정, 즉 일을 놀이처럼 즐겁게 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물론 모든 경우에는 예외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연극배우로 활동하던 시절, 내게 연극을 가르쳐주신 추정화 선생님은 “연기를 할 때 비로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마치 세상에서 해탈한 사람인 마냥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평생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연구하고 무대 위에서 다양한 희로애락을 풀어내는 연극배우로서의 삶이 무척 고무적으로 느껴졌던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다는 것은 평생 함께 할 놀이를 찾는 것과도 같으므로, 인생에 있어서 상당히 큰 즐거움과 소망이 될 수도 있는 법이다. 월 100만 원도 채 되지 않는 월급을 받고 음악하는 지인들과 동고동락하는 한 지인은 평생 직업을 찾았다며 그렇게 즐거워할 수 없었다. 당시 내게 가르침을 주신 연출가 선생님과 또 다른 지인처럼, 내게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은 일work이지만 놀이play에 가깝다. 글 속에는 나의 생각이 녹아있고 관점이 녹아있다는 특징도 있지만, 경청하는 사람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요즘 시대에 평소 하지 못했던 수많은 마음속 이야기들을 마음껏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즐거운 놀이, 혹은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한 분야였다. 무엇보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즐거움이 무엇보다 큰 것임을 알게 해 준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가기엔 세상엔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학창시절의 공부뿐만 아니라 결혼, 육아, 변화를 찾아볼 수 없는 지루한 직장생활, 위태로운 사업을 영위해나가는 모든 일들은 적성에 맞거나 능력을 활용하기 위한 도구라기보다는 일종의 의무감으로 진행하는 일들에 가깝다. 간신히 입에 풀칠만 하는 수준의 자영업자들, 억지로 하루하루 출근하는 직장인이나 일용직 노동자에게는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모순적인 논리일 수 있다. 그러나 일과 놀이의 경계가 허물어질수록 세상은 지금보다 더 밝고 아름다운 곳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변함없다. 그만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일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며, 일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시대다. homo sapiens에 머무르면서 숙제처럼 살 것인지, homo ludens의 삶을 동경하며 축제하듯 살 것인지 결정하는 키는 우리의 손안에 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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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재
    2022-04-12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부영양화(富營養化)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부영양화(富營養化) 현상이 심각하다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아. 부영양화 현상이 댐 전체로 번질 경우 식수원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지고 서식하고 있는 각종 어류나 수중 생물이 죽는 생태계 파괴 현상도 일어나기 때문이지. 정부나 지자체는 심각함을 인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어. ‘A’라는 명사에 ‘화(化)’가 붙게 되면 ‘A 아닌 것이 A가 되다’라는 의미야. 그러니까 부영양화(富營養化)는 부영양 상태가 아니었는데 부영양이 된 상태라는 의미가 되는 것이지. 부영양(富營養)이 무엇이냐고? ‘부(富)’가 많고 넉넉하다는 의미이니까 영양이 많아지고 넉넉하게 되었다는 의미지. 많아지고 넉넉해지는 것을 무조건 좋은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아. 과식(過食)도 나쁘고, 과음(過飮)도 나쁘며, 과욕(過慾)도 나쁘잖아. 과속(過速)도 나쁘고, 과로(過勞)도 나쁘며, 과신(過信)도 나쁘지. 심지어 과잉 친절도 나쁘고, 과잉보호도 나빠. 많지도 적지도 않은 중용(中庸)이 가장 좋은 것이지. 아무튼 호수, 강, 바다에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함으로써 영양물질이 많아지는 현상을 부영양화(富營養化)라 해. 수질에 영양물질이 없었는데 많아졌다는 의미지. 하천과 호수에 유기물과 영양소가 들어오면 이것을 양분 삼아 플랑크톤이 비정상적으로 번식하여 수질을 오염시키는 현상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부영양화가 일어나면 광합성을 하는 생산자 생물의 양이 급격하게 늘어나 녹조와 적조가 발생하게 돼. 녹조가 뭐냐고? 녹조(綠藻)는 강이나 호수에 조류(藻類)가 과도하게 성장하여 물의 색깔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해. 조류는 또 뭐냐고? ‘한 해살이 풀 조(藻)’ ‘무리 류(類)’로 엽록소를 가지고 있어 진한 푸른빛을 띠는 한 해살이 풀이야. 물속에 살면서 독립 영양생활을 하는 하등식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지. 적조는 또 뭐냐고? ‘붉을 적(赤)’ ‘바닷물 조(潮)’로 붉게 보이는 바닷물을 말해. 편모충류 등의 이상 번식으로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보이는 현상을 말하지. 바닷물이 부패하고 물속 용존산소가 급격히 감소되기 때문에 물고기와 물새들이 죽고 심한 악취까지 풍기게 돼. 녹조는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강이나 호수에 발생하여 먹는 물에 영향을 주고, 적조는 주로 해안가 양식장에 영향을 미쳐 재산상 피해를 끼치지. 바닷물의 부영양화로 인하여 바닷가에 붉은 띠 모양이 형성되기도 하는데 이를 ‘적조띠’라 해. 편모충류 등의 이상 번식으로 바닷물이 붉게 물들어 보이는 현상을 적조현상이라 했는데 바닷물이 부패하게 되면 어패류가 크게 해를 입게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겠지. 바다에 적조 현상을 일으키는 생물을 적조생물(赤潮生物)이라 하고, 적조 현상이 발생하여 어업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 발령하는 예보를 적조예보(赤潮豫報)라 해. 적조는 대부분 바다에서 일어나지만 늪, 호수, 연못 등의 민물에서 떠다니는 미생물의 이상 발생으로 나타나기도 하지. 민물에서 발생하는 적조를 담수 적조(淡水赤潮)라 해.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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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1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작은 성공에서 시작되는 용기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한참 신나게 스타크래프트를 하고 있는데 아내가 산책을 나가자고 했다. 하던 게임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산책하는 동안,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줄곧 생각했다. “왜 내가 이 게임을 하고 있을까?” 나는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 심심할 때 혼자 즐길만한 게임을 한 번 배워볼까 하고 이것저것 쑤셔봤지만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다분히 의지력이 약한 탓이겠지만, 현실세계도 아닌 가상세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큼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종종 산책을 다니는 것, 혼자 길거리를 배회하는 것, 독서하고 책을 쓰는 것 외에 별다른 취미 생활이랄 게 없다. 반면에 3, 4년에 한 번씩 스타크래프트에 빠지는 습관이 있다. 식음을 전폐하고 5일에서 1주일 정도는 스타크래프트에만 몰입한다. 잠자리에 누웠다가 머릿속에서 전략이 떠나지 않아 슬그머니 서재로 들어가서 한 판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든 적도 여러 번이었다. 하루는 아내가 등짝을 때리며 잔소리를 하길래 봤더니 두 돌이 갓 지난 아들이 혼자 밥그릇을 갖다 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나와 친구들이 스타크래프를 접했던 그 시절, 한국에 IMF가 찾아왔다. 공무원이던 아버지와 미용사였던 어머니 덕분에 한 번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울적한 뉴스와 비극적인 기사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온통 회색 빛깔이었던 것을 기억한다. 철부지 중학생에 불과했지만, 어린아이가 아닌 바에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사리분별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두려움, 걱정, 근심이 중학생인 나에게도 가득했다. 유일한 낙은 친구들과 피시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것이었다. 가상세계에 불과한 게임이지만, 같은 조건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승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스타크래프트는 그야말로 구세주와도 같았다. 함께 게임을 하며 웃고 떠들던 친구들은 모두 세상으로 흩어져서 자신들의 길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의사가 된 친구가 있는가 하면, 방송국 PD가 된 친구도 있다. 신문사 기자, 법인 대표, 순경, 식당 주인이 된 친구들도 있었다. 내가 결혼하던 해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었고, 촉망받는 아티스트로 살다가 불과 몇 달 전 유명을 달리한 친구도 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벚꽃의 몽우리가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어느 봄날, 아내와 아들의 손을 잡고 강변거리를 산책하며 서재에 구부정하게 앉아 컴퓨터를 상대로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내 모습을 생각했다. 게임은 그저 게임에 불과했다. 그때 그 시절 누구나 좋아하던 고전게임을 오래간만에 재미있게 한 것일 뿐이었다. 다만 스타크래프트가 내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의미 없이 게임에만 빠지는 거라면 훨씬 더 화려한 그래픽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가진 게임은 세상에 많이 있었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다 보면 인생을 성공으로 채워가는 방법을 공부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실패가 없는, 오직 성공만으로 채울수 있는 인생. 영어교육서비스 야나두 김민철 대표는 100% 성공하는 법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성공의 비결을 이야기했다. 간단했다. 작은 성공의 반복이었다. 그는 점점 커지는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작은 성공을 반복한다고 이야기했다. "실패했을 때 도전하면 됩니다. 문제는 그게 안 되는 겁니다. 그럴 때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듯이, 내가 관장할 수 있는 100% 성공경험을 지속적으로 쌓는 것입니다. 하루에 양치질 3번, 그리고 그 양치질을 3분 이상 하는 것." 실패는 두려움을 동반한다. 그 두려움은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어떤 일에서든지 마찬가지다. 2014년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다. 의류사업을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사업에 진척이 없는 동안 유튜브도 흐지부지되어버렸다. 금전적 손실에 대한 큰 트라우마 때문에, 이후로는 유튜브를 시작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교육사업을 시작하고 싶었으나 앞서 경험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인간관계에서 경험한 실패의 씨앗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는 것을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작은 성공을 반복하는 동안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두려움을 떨칠 수 있는 힘이 되어 준다. 수많은 실패와 두려움 속에서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작은 성공의 반복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매 순간이 감사함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살아남았구나. 나는 오늘도 무사히 세상을 이겨냈구나. 아침에 일어나 양치질을 하고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집 밖으로 나가 일을 하고 돌아와 하루를 정리하는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는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슬기롭게 이겨냈구나. 그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면서 잠자리에 드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중학생이던 나는 어느덧 아버지가 되었고,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지만 나는 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 때면 하루 종일 스타크래프트를 붙잡고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을 했고, 줄곧 이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단순하게만 보이는 승리가 어느덧 지루해지고 나면, 나는 다시 세상으로 뛰어나가 힘 있게 도전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것이었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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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10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기각(棄却)과 각하(却下)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송사(訟事)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이야기를 한두 번 쯤은 들어보았을 거야. 옳아. 송사에 휘말리게 되면 시간 잃고 돈 잃은 것 뿐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하게 되니까 가능한 피하는 것이 현명함이지. 송사가 뭐냐고? ‘송사할 송(訟)’ ‘일 사(事)’로 송사하는 일이라는 뜻으로 법률상의 판결을 법원에 요구하는 일이야, 재판하는 일이지. 살다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고 미운 사람 혼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도 있어. 그래서 송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한 번 송사에 엮이게 되면 시간도 돈이 많이 들어가고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는 게 일반적이야. 송사에서 졌을 때 정신적 물질적 손해가 큰 것은 물론이고, 송사에서 이겼을 때에도 마냥 기쁘거나 후련하지만은 않아. 이긴 것이 이긴 게 아니라는 표현이 딱 맞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지. 송사, 즉 재판에 쓰이는 용어부터가 사람을 힘들게 만들어. 민사재판, 형사재판, 기각, 각하, 가처분, 원고, 피고, 상소, 항소, 항고 등의 용어가 머리를 아프게 만들지. 민사재판(民事裁判)은 개인적인 법률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지고 하는 재판이고, 형사재판(刑事裁判)은 형법의 적용을 받는 사건을 가지고 하는 재판이야. 형법이 무엇이냐고? 살인, 강도 같은 범죄, 즉 사회적으로 비난받거나 처벌받는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형법(刑法)이야. 이와는 달리 개인과 개인의 갈등을 해결하는 법은 민법(民法)이지.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판사가 구속영장 기각을 결정하였다’는 뉴스 들어봤지? ‘기각(棄却)’이 뭘까? ‘버릴 기(棄)’ ‘물리칠 각(却)’으로 버리고 물리쳐버렸다는 의미야. 법원이 소송을 심리한 결과 형식적 요건은 갖추었으나 타당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여 소송을 종료하는 것이지. 법원에서 재판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야기야. 각하(却下)는 ‘물리칠 각(却)’ ‘아래 하(下)’로 물리쳐서 아래로 내려버린다는 의미야. 형식적 요건조차 갖추지 못하여 내용에 대한 판단조차 하지 않고 소송을 종료해버리는 것을 말하지. 소송할 가치가 전혀 없어서 소송을 심리하지도 않고 쓰레기처럼 처리하였다는 뜻인 거야. ‘기각’과 ‘각하’의 공통점은 똑같이 떨어졌다는 점이고, 차이점은 기각은 그래도 본선까지는 갔지만 각하는 아예 예선에서 떨어져버린 것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기각이나 각하와 반대되는 용어는 인용(認容)이야. 인정(認定)하여 허용(許容)한다는 의미지. ‘영장’은 ‘명령할 영(令)’ ‘문서 장(狀)’으로 명령을 내리는 문서라는 뜻이야. 법원이 형사사건에 관련되는 사람이나 물건에 대해 체포, 구금, 수색, 압수와 같은 강제 처분을 하라고 명령하는 문서인 것이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로 했다”라는 말 들어 보았지? ‘가처분신청’이 무엇일까? ‘가(假)’는 임시라는 의미고 ‘처분(處分)’은 기준에 따라 처리한다는 의미야. 그러니까 가처분(假處分)은 임시로 처리한다는 의미이겠지. 법원이 최종 판결을 내리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최종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임시로 상황을 그대로 보전해 달라고 법원에 하는 요청이 가처분 신청인 거야. 승소해도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임시 조치를 취해 달라 요청하는 일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 부동산 가처분신청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소유자가 소유권 이전 등 부동산에 대한 일체의 처분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신청이고, 공사 중지 가처분신청은 공사를 임시로 중단해 달라는 신청이며,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은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신청인 것이야. 가처분 신청은 신속한 대응이 목적이기에 절차도 간소하기 때문에 신청 취지 및 이유 등을 적은 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해. 이해가 어렵다고? 예를 들어 설명해줄게. 친구가 돈을 빌려갔는데 갚지를 않는 거야. 그런데 그 친구에게는 집이 한 채 있어. 소송을 해서 돈을 받아내려 했는데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집을 팔아버리게 되면 소송에 이기더라도 돈을 받아낼 수가 없잖아. 그때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집을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가처분신청인 거야. 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았다고 하자. 그러면 학교에 나올 수 없잖아. 그런데 퇴학 처분이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어, 판결이 나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만약 퇴학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 학교에 나오지 못해 입은 손해가 발생하잖아. 그래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퇴학 처분을 미뤄달라고 신청하는 일이 ‘가처분신청’인 거야. 일시적인 명령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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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4-03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자기중심적 착각의 폐해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안색이 별로 안 좋네." "마음에 어두움이 있는 것 같아." "너는 모르겠지만, 네 표정이 밝지 않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주변 지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정작 나는 하루하루를 아주 흥미진진하게 활용하고 있었고, 내게 주어진 인생의 고귀함을 마음 깊이 감사해하며 지내고 있었는데 말이다. 나중에는 '그들이 민망해하지 않도록 "사실 그동안 정말 힘들었다"며 마음에도 없는 거짓말이라도 해야 되는 걸까'하고 고민을 한 적도 있었다. 정작 내 마음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가득한데, 주변 사람들이 쉽게 던지는 말들 때문에 안색이 안 좋아질 뻔했다. 내 마음의 행복과는 전혀 상관없이 자신들이 가진 판단의 잣대로 나를 저울질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해답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한다는 사실이었다. 흔히 말하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었다. 가스라이팅gas lighting이라는 단어가 있다.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해서 스스로에 대하여 비관적이고 부정적으로 만든 뒤 상대방을 통제한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인데, 가스라이팅gas lighting을 통해 심리적으로 위축된 사람 혹은 단체가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했다는 기사는 너무 흔해서 셀 수조차 없다. 흔히 종교적인 신념을 가진 단체에서 가스 라이팅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의 외교관이자 저술가였던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에서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없는 초월적인 권한에 의하여 보호되므로 논의할 필요조차 없는 곳'<군주론 제11장 교회형 군주국>이라고 설명하며 교회형 군주국에 대해 일축했다. 교회형 군주국은 능력이나 행운에 의해 차지할 수 있지만 유지하는 데에는 두 가지 요소 모두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국가들은 오랫동안 전해 내려온 종교적 제도들에 의해 유지되며, 그 제도들은 군주들이 어떤 식으로 처신하고 살아가더라도 자신들의 권력을 지닐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운영된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고 할지라도, 믿음의 대상이 긍정적인 면을 가진 존재거나 자기 확신과 같은 측면이라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반드시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확신을 가진 운동선수가 그렇지 않은 선수들보다 세계 챔피언에 오를 가능성이 훨씬 높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해서 꿈꾸던 사회생활을 해보겠다는 목표를 가진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훨씬 더 목표에 빨리 다다를 수 있는 것이 그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믿음의 대상이 부정적이라면 생각지도 못한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생각의 폐해를 알면서도 믿고자 하는 성향이 있다. 부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이 긍정적인 생각을 믿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때로 부정적인 생각은 용기로 보이며 자부심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경우가 더 많다.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힌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버린다. 같은 질량의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압축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낭비된 시간을 선사해주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이때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인간은 결국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 시간의 밀도를 공유하기 마련이므로, 내가 먼저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혀있지는 않은지 자주 나 자신의 마음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친구, 선생님, 가족 등등 우리가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때로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에 갇혀서 위로나 용기보다는 지독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용기를 갖고 하루하루를 살되, 폐쇄적인 사고 속에서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지는 않는지 스스로 돌아볼 수 있다면, 의식의 흐름대로 살지 않고 진취적인 생각 속에서 새로운 전환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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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27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피랍(被拉)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진리야. 피랍되어 흉기에 찔린 채 자동차 트렁크 안에 갇힌 호주 여성이 트렁크 후미등을 떼고 그 구멍으로 손을 내밀었고 뒤따르던 트럭 운전기사가 후미등 자리의 구멍으로 뻗어 나온 여성의 손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해서 그 여성이 구출되었다는 뉴스를 어제 보았거든. 피랍(被拉)은 뭘까? ‘당할 피(被)’ ‘끌어갈 랍(拉)’으로 끌어감을 당했다는 의미로 납치를 당했다는 의미야.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끌려갔다는 말이지. ‘당할 피(被)’라고 했는데 ‘당할 피(被)’는 많이 쓰이는 글자이면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글자이기도 해. ‘당할 피(被)’가 쓰이는 단어는 상당히 많은데 의심을 당한 사람이라는 피의자(被疑者), 해로움을 당한 사람이라는 피해자(被害者), 죽임을 당했다는 피살(被殺), 고소를 당한 사람이라는 피고(被告), 움직임을 당했다는 피동(被動), 습격을 당했다는 피격(被擊), 사진 찍힘을 당한 물체라는 피사체(被寫體), 수식을 당하는 말이라는 피수식어(被修飾語), 보험 혜택을 당하는 사람이라는 피보험자(被保險者) 등이 그것이야. 납치, 납북, 교섭, 석방이라는 단어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사람이나 항공기 배 등을 불법적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끌고 감을 납치(拉致)라 하고, 북한으로 억지로 데려감을 납북(拉北)이라 해.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의논하고 절충함을 교섭(交涉)이라 하고, 잡혀있는 사람을 풀어줌을 석방(釋放)이라 하지. 납북(拉北)과 월북(越北)은 어떻게 다르냐고?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같은데 자진해서 넘어가면 월북이고, 강제로 끌려감은 납북이 되는 것이지. 나포(拿捕)는 ‘붙잡을 나(拿)’ ‘사로잡을 포(捕)’로 사람이나 배나 비행기 등을 붙잡는 일이야. ‘경찰은 1시간여의 추적 끝에 살인 용의자 나포에 성공하였다’ ‘영해를 침범해 조업중이던 외국 어선이 우리 해경에 나포되었다’와 같이 쓰이지. ‘영해’가 무슨 뜻이냐고? ‘거느릴 영(領)’ ‘바다 해(海)’로 ‘자기 나라가 거느리는 바다’라는 뜻이야. 영토에 인접하여 그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의 바다를 일컫지.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되어 있어.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모든 섬들을 포함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영토는 땅에만 한정되지 않아. 땅에 맞닿은 일정 범위의 바다인 영해(領海), 땅과 바다 위의 영공(領空)까지 모두 포함하지. ‘조업’은 또 무슨 뜻이냐고? 조업(操業)은 ‘다룰 조(操)’ ‘일 업(業)’으로 일을 다룬다는 의미야. 기게 등을 움직여 공장이나 어선 등에서 일하는 것을 일컫지. ‘필사의 탈출’이라 했는데 ‘필사(必死)’가 무슨 뜻이냐고?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물론 사전상 의미는 ‘죽을힘을 다함’이지. 영해(領海)를 ‘자기 나라가 거느리는 바다’라고 했는데 그러면 공해(公海)는 뭘까? ‘여러 공(公)’이야.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라는 의미야.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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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3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인격의 그릇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최근에 지인을 만나러 마산에 다녀왔다.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분이었다. 이전에 근무하던 국제 대안학교는 각 지역마다 지부가 있었고 교사들도 지역마다 배분되어 있었는데, 지인은 마산지역에 위치한 대안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였다. 당시 영어교사였던 그분은 탁월한 교습능력으로 전국에 위치한 대안학교에 초청을 받아 다니곤 했었는데, 추가 소득을 벌기 위해서 과외를 시작했다가 오픈하자마자 학부모들이 몰리는 바람에 2,3개월 대기 순번이 생길 정도로 일을 잘하는 분이었다. 같은 조직에 소속된 교사였다고 해서 잘 알게 된 것은 아니었고, 처음엔 그저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분을 알게 된 것은 조금 재미있는 경험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공부를 제법 잘하던 사촌동생이 고등학교에 입학해야 하는데, 획일화된 일반학교에 입학하는 것보다 내가 근무하던 대안학교에 입학을 시키면 자신의 꿈을 좀 더 펼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각 지역마다 입학 여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마침 그분이 근무하던 학교에서 다음 학기에 신입생 모집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분이 "선생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하고 나에게 질문을 했다. "전준우입니다." "아, 그 뮤지컬 하셨던 잘생긴 선생님." 거기서부터 인연이 시작되었다. 오래간만에 만난 그분은 작은 사무실을 하나 얻어서 자신의 독자적인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전국 학교를 다니면서 전 학년이 함께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최대 4,000명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뒤에는 작은 소그룹으로 교육하거나 대학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작은 도서관과 서점을 운영해볼 생각이라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고, 그분을 통해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조언을 얻을 수 있었다. 마산에서 자신의 사업을 키워가는 지인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이 2016년 7월이었다. 그리고 2022년 2월이 되어 다시 만났다. 우리는 비슷한 형태의 어려움을 만났고, 그렇게 경험했던 어려움만큼의 회복탄력성을 갖추고 있는 서로를 발견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항상 옳거나 훌륭한 결과를 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잘못된 적도 많았고, 실수한 적도 많았으며, 예상외로 초라한 결과가 나와서 적잖이 실망한 적도 많았다. 다만 그런 과정들 속에서 얼마나 빨리 털고 일어났는지, 얼마나 많은 것을 배웠는지가 우리의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최근에 발생한 개인적인 어려움 때문에 며칠 동안 상당한 슬픔 속에 젖어 있었다. 그러나 '젊었을 때의 고난과 실패는 노년의 실패와 고난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마자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려움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신뢰할 만한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되었는데, 그들을 통해 상당히 큰 도움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대개 교수, 그룹의 총수, 혹은 고위직 공무원들이었는데, 어려움을 통해 만들어진 인격의 그릇을 통해 많은 도움을 입을 수 있었다. 어려움은 결코 어려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그 어려움은 인격의 그릇을 갖춘 사람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던 것을 발견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런 사람이 내 곁에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가슴 벅차고 놀라운 일인가!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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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2
  • [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우리 삶의 페르마타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음악을 연주하다 보면 악보에 많은 지시어들이 나온다. 악상 기호로 표시되기도 하는데 작곡가의 의도나 곡의 풍부한 표정을 표현해내기 위해서 연주자들은 악상 기호를 잘 이해하고 표현해 내야 한다. 페르마타(fermata)도 그런 악상 기호 중 하나인데 곡의 중간에 쓰일 때는 음표나 쉼표 위에 붙어 원래의 길이보다 보통 두 배나 세배 길게 연주하게 되지만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길이는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말로 늘임표라 부르기도 한다. 또 겹세로줄 위나 마지막 부분에 붙어서 곡이 끝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의 악상 기호나 지시어들은 이탈리아 말이다. 그래서 이 지시어들의 단어를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의미가 상당히 많이 있음을 종종 느낀다. 페르마타(fermata)도 이탈리아 말로 ‘정지’를 뜻하는 단어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에서는 보통 정류장을 페르마타라고 부른다. ‘정류장’이 음악에서 지시어로 쓰인다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지 않은가? 음악을 연주하는데 ‘정류장’이 왜 필요할까? 우리가 듣는 모든 음악이 아무런 변화 없이 똑같은 빠르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된다면 어떨까? 모든 곡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그렇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재미만 없는 것이 아니라 감동도 없지 않을까? 음악은 빠르게 흘러가다 느려지기도 하며, 때로는 다시 빨라지기도 할 것이며 한없이 느려지기도 한다. 수많은 음표와 쉼표를 거치며 달리고 달리다 어느 순간 잠시 머문다. 페르마타... 우리의 삶도 악보 속 음표와 쉼표들의 행진과 비슷하다.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때로는 지쳐 느리게 걷기도 하고 조금 힘이 나면 다시 달린다. 인생이란 긴 마라톤에서 쉼 없이 달리기만 할 수는 없다. 살다 보면 매 순간 정류장이 필요하다. 잠시 멈춰 숨을 고르는 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내가 가는 이 길이 맞게 잘 가고 있는지 잠시 멈춰 생각하고 아니라면 다시 갈아탈 정류장이 필요하다. 정류장에 잠시 멈춰 어떤 길로 다시 갈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지 반대 방향으로 갈지 아님 잠시 쉬었다 가던 길로 계속 나아갈지 정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여행하다 어느 뒷골목에서 길을 잃어 헤맸던 기억이 있다.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베네치아에서 교통수단은 수상버스였는데 섬마다 정류장이 있었고 원하는 정류장에 내려 원하는 만큼 돌아다니고 구경하다 다시 정류장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원하는 섬으로 가면 되는 그런 방식이었는데, 워낙에 틀에 박힌 일정을 싫어하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걸 좋아했기 때문에 처음 가는 섬의 그 골목골목을 걷고 또 걷다 보니 어느 순간 길을 잃어버리고 만 것이다. 하지만 두려운 것은 없었다. 길은 잃었지만 걷다 보면 언젠간 정류장을 다시 찾을 것이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다시 출발하면 되니까. 정류장은 그런 것이다. 잠시 멈춰 설 수도 있겠고, 새로운 곳으로 출발하기 전 숨을 고르는 곳일 수도 있겠다. 음악의 풍부한 표현을 위해 페르마타는 꼭 필요하다. 잠시 멈춰 선다는 것. 그것은 음악의 풍부한 표현을 위해서처럼 우리 삶에서도 꼭 필요한 정류장이다. 앞만 보고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잠시 멈춰 머무를 수 있는 여유... 가 우리 인생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멈춤이 나를 더 성숙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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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11
  • [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가결(可決)과 부결(否決)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논의를 통해서 만장일치로 의견을 정하면 좋은데 사람의 생각이 제각각 달라서 의견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아. 민주주의에서는 서로의 의견이 충돌될 때 다수결원칙을 적용하는데 이때 표결을 하게 되고 표결의 결과를 놓고 가결되었다고도 하고 부결되었다고도 하지. ‘가결’은 무엇이고 ‘부결’은 무엇일까? 또 동의안은 무엇이고 해임안은 무엇일까? 가결(可決)은 ‘옳을 가(可)’ ‘결정할 결(決)’로 ‘옳은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뜻이고, ‘아닐 부(否)’의 부결(否決)은 ‘아닌 것으로 결정되었다’는 뜻이야. 제출된 심의 안건을 좋고 합당하다는 이유로 인정하여 결정하는 일은 가결이고, 의논한 안건을 옳지 않다는 이유로 회원 다수가 반대하여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는 일은 부결인 것이지. 동의(同意)는 같은 의견이라는 뜻이고, 해임(解任)은 지위나 맡은 임무를 그만두게 한다는 뜻이야. ‘안(案)’은 안건의 준말인데 안건은 토의하거나 조사해야 할 사항을 말해. ‘동의안’은 정부나 대통령이 시행하려는 일에 대해 미리 국회에 인정을 구하는 안건이고, ‘해임안’은 차지하고 있는 지위나 맡고 있는 임무를 그만두게 하자는 안건인 것이야. 가결과 부결은 대부분 투표로 결정되는데 투표하기 전에 규칙을 정해놓는 것이 중요해. 전원일치로 할 것인지, 2/3 이상 참석 2/3 이상 찬성으로 할 것인지,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過半數) 찬성으로 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미리 정해놓아야 투표 후에 혼란을 막을 수 있어. 과반수(過半數)의 의미는 알지? ‘넘을 과(過)’ ‘반 반(半)’으로 반절이 넘는 숫자라는 의미야. ‘과반수 찬성’으로 규정을 만들었을 때, 투표인원 10명에 찬성 인원 5명이면 가결일까 부결일까? 부결이야. 왜냐고? 반수는 5명이지만 과반수는 5명이 넘어야 하니까 그렇지. 10명 중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이 되는 것이야. 잠깐. ‘과반수 이상의 찬성’은 잘못된 표현이라는 사실, 알지? ‘과반수(過半數)’가 ‘과(過)’와 ‘이상(以上)’이 중첩되었기 때문이야. ‘과반수 찬성’이든지 ‘반 수 이상 찬성’ ‘절반 이상 찬성’으로 표현해야 옳은 것이지. ‘역전 앞’ ‘도망쳐 달아나다’ ‘새로운 신제품’도 ‘역 앞’ ‘도망치다’ ‘새로운 제품’으로 표현해야 옳은 것이고. ‘이상’ ‘이하’ ‘초과’ ‘미만’도 분명히 알아둘 필요가 있어. 이상(以上)은 ‘그것을 포함한 위’라는 의미야. 이하(以下)는 ‘그것을 포함한 아래’라는 의미고. 미만(未滿)은 차지 않았다는 의미고 초과(超過)는 넘어섰다는 의미야. ‘이상’ ‘이하’는 그 숫자를 포함하고 ‘초과’ ‘미만’은 그 숫자를 포함하지 않아. ‘6세 이하’에 6세는 포함되지만 ‘6세 미만’에는 6세가 포함되지 않는 거야. ‘10명 이상 할인’ 규정이라면 10명은 할인 가능하고 ‘10명 초과 할인’ 규정이라면 10명은 할인 받을 수 없고 11명이 넘어야 할인받을 수 있어. ‘5인 이상 집합 금지’라면 5명이 모이면 될까 안 될까? 안 되지. 5인 이상은 5인을 포함하니까 5명은 안 되고 4명까지만 모일 수 있는 것이야. 부결된 의안은 당일 회의에 다시 제출될 수 없는데 이를 일사부재의원칙(一事不再議原則)이라 해. ‘다시 재(再)’ ‘의논할 의(議)’로 하나의 사건은 다시 의논하지 않는다는 뜻이지. 의회에서 한 번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제출할 수 없다는 원칙을 뜻해. 일사부재리원칙(一事不再理原則)도 있는데 ‘처리할 리(理)’이니까 하나의 사건은 다시 처리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한 번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하여서는 다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는 원칙이지. ▣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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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5
  • [10대인생학교 행복교육] 마인드 리터러시
    [교육연합신문=전준우 칼럼] 학창시절의 나는 꽤 산만한 편이었고 공부와도 전혀 거리가 먼 부류였다. 반장이나 전교회장은 꿈도 꾸지 않았고, 선생님들이 보시기에도 별 볼일 없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이렇다 할 특징이랄 게 없었다. 소심하고, 눈물이 많고, 앞에 나서기보다 뒤로 물러나 가만히 상황을 지켜만 보는 부류의 학생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지만, 유독 책을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가 책을 한 권 사주시면 그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주변을 둘러보지 않았던 기억도 있다. 물론 그 시대가 그러했기에 그랬던 것도 사실이다. 1990년대 초, 경북 안동이라는 도시는 지금보다 훨씬 작고 정보의 속도가 느린 도시였다. 초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책 말고 무슨 놀거리가 있었겠는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이루지 못한 꿈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나이가 들면서 드러나게 된 나의 숨겨진 끼와 능력들 때문이었다. 확실히 내게는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술들이 몇 가지 있었다. 독특한 생각을 진행시켜나간다던지, 희생정신이 유달리 뛰어나다던지, 연기에 특출난 재능이 있다던지 하는 식이었다. 타고난 재능이라는 것은 공부와 전혀 거리가 먼 학창시절을 보낸 나같은 사람에게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경우였다. 솔직히 글을 쓰는 재주는 없었다. 성공에 대한 기대, 그것에서 만들어진 습관, 습관에 의해 굳어진 훈련, 그 훈련으로 조금씩 나아진 결과물이 몇 편의 칼럼과 책으로 만들어졌을 뿐이었다. 그렇다면 훈련에 의해 조금씩 나아진 글을 쓰는 재주를 제외하고 내가 가진 능력이라는 것은 모두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력은 재능보다 노력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구든지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생각해야 하고, 많이 읽어야 하고, 또 많이 써봐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과정에서 얻어진 것들이 참 많은데, 그 중 하나가 나는 Mind Literacy라고 본다.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 하다. 병원은 병자를 진찰하고 치료하는 데 필요한 기구와 도구들을 갖춘 곳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만, 병원을 의미하는 Hospital의 어원은 프랑스어이며 신의 호텔Hotel Dieu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병자를 치료하고 진찰하는 곳이 아니라, 사실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이며 이방인을 환대하는 장소로서의 의미를 담고 있다. 남아있는 문서 상 최초의 병원은 서기 369년 시저리아(케사리아caesarea,이스라엘 지방에 로마 사람들이 건설한 동네 이름으로 '가이사랴'라고 부르기도 한다.)에 설립되었으며, '지상천국'으로 불리었다. 병원Hospital의 어원이 신의 호텔Hotel Dieu이었다면, 그 병원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이를테면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와 같은 사람들은 신God을 섬기는 마음으로 병자들을 섬기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혹은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마음을 가진 어떤 사람들이 함께 서로를 위하고 섬기는 곳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지 타인을 돕기 위하여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사람들의 모임, 모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병원의 어원이 그러하듯이, Literacy라는 단어도 그런 의미라고 볼 수 있다. 글이라는 것, 또 책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하여 창작되는 세계다. 어두운 세상을 밝게 비춰주고 새로운 소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소망을 담은 글, 그런 글을 창조해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이 Literacy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Leteracy라는 단어 앞에 mind를 붙이면,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을 가진 글을 쓰는 능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시대가 변화할수록 Mind Leteracy능력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위대한 인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정보화 시대, 스마트시대를 넘어 초연결시대로 접어든지 오래다. 흔한 정보는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다. 굳이 책을 사서 볼 필요도 없고, 비싼 돈을 주고 영상을 구매하거나 음반을 구매할 필요도 없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에어컨, 청소기, 정수기, 심지어 침대까지도 렌탈하는 시대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의 수명은 늘어나지만 평생 나의 미래를 책임져주는 일자리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시대가 빠르게 변화할수록 고용의 유연성은 커지게 되고, 그럴수록 불안정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마음도 위축되거나 소외되기 쉽다. 강하고 겸손한 마음, 수려한 마음을 바탕으로 생각의 속도를 높여가는 사람들이 돋보이는 이유다. ▣ 전준우 ◇ 작가, 강연가, 책쓰기컨설턴트 ◇ 前국제대안고등학교 영어교사 ◇ [한국자살방지운동본부] ◇ [한국청소년심리상담센터] 채널운영자 ◇ [전준우책쓰기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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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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