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9(월)
 

[교육연합신문=권승호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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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진리야. 피랍되어 흉기에 찔린 채 자동차 트렁크 안에 갇힌 호주 여성이 트렁크 후미등을 떼고 그 구멍으로 손을 내밀었고 뒤따르던 트럭 운전기사가 후미등 자리의 구멍으로 뻗어 나온 여성의 손을 발견하여 경찰에 신고해서 그 여성이 구출되었다는 뉴스를 어제 보았거든. 


피랍(被拉)은 뭘까? ‘당할 피(被)’ ‘끌어갈 랍(拉)’으로 끌어감을 당했다는 의미로 납치를 당했다는 의미야.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끌려갔다는 말이지. ‘당할 피(被)’라고 했는데 ‘당할 피(被)’는 많이 쓰이는 글자이면서 꼭 알아두어야 하는 글자이기도 해. ‘당할 피(被)’가 쓰이는 단어는 상당히 많은데 의심을 당한 사람이라는 피의자(被疑者), 해로움을 당한 사람이라는 피해자(被害者), 죽임을 당했다는 피살(被殺), 고소를 당한 사람이라는 피고(被告), 움직임을 당했다는 피동(被動), 습격을 당했다는 피격(被擊), 사진 찍힘을 당한 물체라는 피사체(被寫體), 수식을 당하는 말이라는 피수식어(被修飾語), 보험 혜택을 당하는 사람이라는 피보험자(被保險者) 등이 그것이야. 

  

납치, 납북, 교섭, 석방이라는 단어도 알아둘 필요가 있어. 사람이나 항공기 배 등을 불법적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끌고 감을 납치(拉致)라 하고, 북한으로 억지로 데려감을 납북(拉北)이라 해.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하여 서로 의논하고 절충함을 교섭(交涉)이라 하고, 잡혀있는 사람을 풀어줌을 석방(釋放)이라 하지. 납북(拉北)과 월북(越北)은 어떻게 다르냐고? 북쪽으로 넘어가는 것은 같은데 자진해서 넘어가면 월북이고, 강제로 끌려감은 납북이 되는 것이지. 


나포(拿捕)는 ‘붙잡을 나(拿)’ ‘사로잡을 포(捕)’로 사람이나 배나 비행기 등을 붙잡는 일이야. 

 

‘경찰은 1시간여의 추적 끝에 살인 용의자 나포에 성공하였다’ ‘영해를 침범해 조업중이던 외국 어선이 우리 해경에 나포되었다’와 같이 쓰이지. ‘영해’가 무슨 뜻이냐고? ‘거느릴 영(領)’ ‘바다 해(海)’로 ‘자기 나라가 거느리는 바다’라는 뜻이야. 영토에 인접하여 그 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범위의 바다를 일컫지. 우리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로 규정되어 있어. 한반도와 한반도 주변의 모든 섬들을 포함한다는 뜻이지. 그리고 영토는 땅에만 한정되지 않아. 땅에 맞닿은 일정 범위의 바다인 영해(領海), 땅과 바다 위의 영공(領空)까지 모두 포함하지. 


‘조업’은 또 무슨 뜻이냐고? 조업(操業)은 ‘다룰 조(操)’ ‘일 업(業)’으로 일을 다룬다는 의미야. 기게 등을 움직여 공장이나 어선 등에서 일하는 것을 일컫지. ‘필사의 탈출’이라 했는데 ‘필사(必死)’가 무슨 뜻이냐고? ‘반드시 죽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죽을 수 있음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음’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 물론 사전상 의미는 ‘죽을힘을 다함’이지. 

 

영해(領海)를 ‘자기 나라가 거느리는 바다’라고 했는데 그러면 공해(公海)는 뭘까? ‘여러 공(公)’이야. 어느 나라의 주권에도 속하지 않는 바다, 모든 나라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바다라는 의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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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은이 권승호

◇ 전주영생고등학교 국어교사

◇ 저서

《삶의 무기가 되는 속담 사전》,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설명해주셨어야 했다》, 《공부의 기본기 한자 어휘력》, 《공부가 쉬워지는 한자 어휘 사전》, 《학부모님께 보내는 가정통신문》

◇ 펴낸곳 도서출판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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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친해지는 미친 어휘력] 피랍(被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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