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23(화)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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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순간순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나? 삶이 전쟁과 같다고 생각되는가? 우리는 삶 한가운데서 마치 전쟁처럼 치열하게 오늘도 살아내고 있다. 평화는 언제 오는 것인가. 

문득 뉴스에서 나오는 나라 안팎의 혼란한 소식들을 듣고 있자니, 이 혼란스러움은 비단 정치나 경제처럼 거국적인 문제 말고도 우리의 하루하루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파괴된 도시의 모습과 부상당하거나 사망한 시민들의 모습을 보도하느라 시끄럽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하고 전쟁이 시작된 지 벌써 50여 일이 지났다. 군인들은 물론이고 민간인, 아이들까지도 다치고 사망하는 전쟁의 현실은 차마 눈 뜨고 보고 있기 힘들다. 수많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일까? 당장 한 치 앞의 인생도 알 수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이 짧은 인생이 언제 어떤 불의의 사고로 앞당겨질지 모르는 불완전한 존재.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누리고자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아니 심지어 그마저 힘이 달려 겨우 삶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의로 또는 타의로 치열함을 선택하든, 어쩔 수없이 삶을 살아내고 있던, 스스로가 느껴야 하는 인생의 무게는 누구에게나 무겁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을까?

부자든 가난하든, 젊든 늙었든, 그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누구나 죽는다. 인간의 삶은 심지어 너무나 짧다. 그저 사랑하고 늘 웃으며 행복하기만 하여도 짧은 인생인데... 전쟁이라니? 어떤 이유에서건 전쟁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이 무고한 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어떤 대중가수가 부른 노래 중에 그런 가사가 떠오른다. ‘전쟁 같은 사랑~~’ 갑자기 웃음이 난다. 웃겨서 웃는 게 아니고 씁쓸해서 나오는 웃음이다.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전쟁 같진 않았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보면서 더더욱 전쟁이 무섭고 두렵다. 우리나라도 남북으로 나누어져 아직은 휴전 상태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는 나라다. 전쟁이라는 것이 비록 내가 태어난 이후에 직접 겪진 않았어도 늘 불안한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 더 그런 것 같다.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전쟁을 해왔다. 인간의 이기심이 빚은 결과이겠지만, 그런 전쟁의 아픔 속에서도 위대한 음악은 탄생했다. 전쟁의 비극적인 아픔과 슬픔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는 엘가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가 그런 곡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포탄 소리를 들으면서 탄생한 이 곡은 너무나 비극적이어서 듣고 있으면 그 비참한 슬픔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이 곡은 초연 당시 별로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 왜냐하면 작곡가 엘가의 곡들은 사랑스럽고 밝은 곡들이 많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곡들을 기대했으리라. 청중들의 반응은 썰렁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탄에 잠긴 첼로의 소리로 노래하는 이곡은 시간이 지나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 곡을 얘기할 때 꼭 떠올리게 되는 연주자가 있는데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희귀병으로 너무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자클린느 뒤프레이다. 그녀가 연주한 엘가의 ‘첼로 협주곡 마단조’엔 그녀의 삶과도 닮은듯한 엄청난 슬픔의 탄식과 비극적인 아름다움이 담겨있다. 비극적인 전쟁의 시대적 배경 가운데 탄생한 이 곡은 듣고 있노라면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며 심지어 깊은 슬픔 속에서도 마음의 위로를 주는 것만 같다. 그것이 음악이 가진 힘이다. 세상의 깊은 슬픔을 다 안고 있는 음악이 사람에게 주는 깊은 위로와 안식을 첼로의 중후한 소리와 함께 많은 이들이 느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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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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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깊은 슬픔 속 위로의 선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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