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3-28(목)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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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봄이 왔다. 여러 사전적 의미를 종합해보면 봄은 날이 따뜻해져서 사물들이 뛰고 움직이기 시작하여 새롭게 바라보는 계절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정말 말 그대로 학교는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도 깨어나며, 앙상했던 나뭇가지엔 새싹이 돋고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모든 것이 푸릇푸릇 싱그러우며 공기의 냄새도 겨울과는 다르다. 


눈으로 느껴지는 봄의 생생함 말고 봄을 느낄 수 있는 여러 소리들도 있다. 얼었던 강이 녹으면서 나는 물 흐르는 소리, 또 한 번씩 내릴 때마다 봄의 푸근함을 안고 오는 빗소리, 겨우내 움츠렸던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 등 겨울과는 또 다른 활기를 소리로도 느낄 수 있다.

또 봄을 노래한 음악들은 어찌 그리 많은지...... 

장르를 불문하고 봄을 노래한 음악들은 참으로 많다. 그런 걸 보면 봄은 분명 우리 인간에게 다른 계절이 주지 못하는 에너지를 주는 듯하다. 


클래식 곡들 중 봄을 노래한 곡은 어떤 것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5번 ‘봄’이 있고, 멘델스존의 무언가 중 ‘봄노래’,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비발디의 사계 중 ‘봄’, 또 요한 스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왈츠’, 차이코프스키의 사계 중 ‘4월’도 봄을 노래한 곡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슈만의 교향곡 1번 ‘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드뷔시의 교향 모음곡 ‘봄’,  라흐마니노프의 칸타타 ‘봄’, 벤자민 브리튼의 봄 교향곡, 또 너무나 가난해 궁핍한 생활을 하며 겨우 30여 년을 살다 간 슈베르트도 봄을 노래한 ‘봄에’, ‘봄의 찬가’, ‘들어라, 들어라! 종달새를’ 등 여러 곡이 있는 것을 보면 봄이란 계절은 분명 만물을 노래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봄은 대체적으로 밝고 활기찬 희망과 싱그러움을 노래하게 만드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역시 인간의 삶에는 밝음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음악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곡이 있다. 바로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봄’이 그것이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작곡가 피아졸라의 이 곡은 자신의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항구의 사계절을 곡에 담아서 ‘사계’를 만들었는데 네 개의 곡은 각각 따로 만들어졌으며, 그 중 ‘봄’은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이니 봄이라는 계절도 시기와 느낌 모두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느낌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이 곡은 봄을 노래한 다른 많은 곡들과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굉장히 격정적이고 애잔하며 때로는 슬픔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래머는 피아졸라의 음악이 모든 일상적인 것들과 모든 절망을 잊게 해 준다고 말하기도 하였다. 

개인적으론 밝은 봄노래도 좋지만 피아졸라의 이 곡이 훨씬 더 가슴 깊은 곳까지 전해지는 뭔가가 있어서 좋다. 


봄이 되면 다들 희망찬 말들만 한다. 긍정적이고 밝은 봄의 이미지가 그러하니 더욱 그렇겠지만, 우리 주변엔 어둡고 그늘진 곳이 아직 많아 보인다. 세상엔 늘 밝음만 존재할 순 없는 것 같다. 그러나 어둠이 있어야 밝음이 더 빛나 보이듯 우리 삶에 어두운 면이 있다는 건 더 밝을 내일이 있다는 증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어두운 삶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곧 터널 밖의 빛을 볼 수밖에 없는 때가 이를 것이다. 그러니 담담히 지금을 즐기며 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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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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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봄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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