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육우균 칼럼]
무지개는 누구에게나 신비롭다. 비가 갠 뒤 하늘에 걸리는 곡선, 일곱 가지 색이 겹쳐진 장면을 우리는 자연의 선물로 받아들인다. 어린 시절 과학책에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순으로 줄 세워 배웠지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면 이 현상은 단순한 스펙트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동아시아, 그중에서도 고대 동이족 사회에서는 무지개의 색을 자연 관찰과 신화, 인간과 연결해 해석했고, 그 흔적이 한자 속에 남아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먼저 서양에서 무지개 색을 기억하는 방법을 떠올려보자. 영어권에서는 R.O.Y.G.B.I.V.라는 이니셜, 즉 Red(빨강), Orange(주황), Yellow(노랑), Green(초록), Blue(파랑), Indigo(남색), Violet(보라)를 외운다. 15세기 영국, 요크 공작 리처드의 장미 전쟁 패배와 연결해, 교육과 기억을 돕는 장치로 정착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세기도 코구세이(世も世も今や昔)'’란 이름으로 비슷한 체계를 가졌지만, 중국이나 고대 동이족 사회에는 이렇게 알파벳식 축약 표현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무지개의 색은 자연과 인간, 신화적 존재를 결합해 문자와 그림으로 표현되었다.
□ 홍색(빨강) - 용과 불타는 색의 상징
무지개의 첫 색, 빨강은 동이족에게 단순한 색상이 아니었다. 갑골문 속 기록을 보면 무지개는 ‘북쪽에서 내려와 강에서 물을 마시는 신비한 생물’로 묘사되었고, 종종 머리가 두 개인 용으로 그려졌다. 이 용은 암용과 수용으로 나뉘는데, 수용은 화려한 색, 특히 빨강을 띠었다. 초기 갑골문에서는 뱀과 공(큰 것)을 합쳐 거대한 용으로 표현했고, 이후 소전과 해서에 이르러 용이라는 상징이 정교하게 확립되었다.([그림 19] 참조)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 빨강을 ‘불타는 붉은색’으로, 중국에서는 비단에 염색한 ‘홍자’로 표현했다. 관련 글자로는 적(赤), 홍(紅), 주(朱), 단(丹), 비(緋) 등이 있다. 단순히 눈으로 보는 색을 넘어, 인간과 신화적 상상, 그리고 제의적 의미까지 포괄한 색이었다.

□ 주황색 - 등자와 황자
주황색은 자연과 인간의 생활을 연결한 색이다. 한국에서는 ‘불굴 주자’와 ‘황자’를 합쳐 주황색을 표현했다. 등자는 인도에서 유래해 한국에서 재배가 어려웠지만, 색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채택됐다.
황색은 갑골문에서 태반과 출산 장면을 묘사하면서 발전했다. 갓 태어난 아이의 피부색, 건강과 번식의 상징, 그리고 귀중함을 나타내는 황금과 황제, 옥토와 연결된다. 이렇게 주황과 황색은 단순한 색을 넘어 생명과 번영을 상징하는 색이 되었다.([그림 19] 참조)
□ 초록색 - 풀과 우물, 생명의 색
초록은 무지개의 자연적 색상을 대표한다. 갑골문에서는 우물가의 싱싱한 풀 그림에서 비롯됐다. 당시 동이족은 녹색과 청색을 엄격히 구분하지 않았으며, 자연 속 푸른 풀과 물빛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었다.
소전과 해서에 이르러서는 명주실과 우물물 그림으로 발전해, 청록빛을 표현하는 문자가 만들어졌다. 즉 초록색은 자연의 생명력과 물의 신비를 동시에 담은 색이었다.([그림 19] 참조)
□ 파란색 - 쪽람과 청자
파란색은 쪽람, 즉 쪽 염색과 연결된다. 소전 단계에서는 풀과 감 그림으로 발전해, 쪽을 물에 적셔 햇볕에 말린 청색 천을 상징했다. 우리가 잘 아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속담은 청자가 먼저 있었고, 쪽람은 소전 시대 이후 등장했다는 연구가 많다. 동이족의 색 개념에서 파랑은 염색 기술과 자연의 색이 결합해 문자가 된 사례다.([그림 19] 참조)
□ 자주색 - 명주실과 색의 혼합
마지막으로 자주색은 명주실에 빨강과 파랑을 혼합해 얻은 색이다. 갑골문과 금문에서는 사람, 발, 명주실 그림이 합쳐져 자주빛을 나타내는 글자로 정착했다. 현대적 감각에서 자주색의 범위가 넓어 명확한 정의는 어렵지만, 혼합과 조합을 통한 색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그림 19] 참조)
□ 무지개 색과 문화적 의미
이처럼 무지개는 단순히 하늘의 현상에 머무르지 않았다. 고대 동이족은 비 온 뒤 나타난 하늘을 통해 자연, 인간, 신화적 존재를 연결했다. 각 색은 생명, 풍요, 불, 물, 염색 기술 등 구체적 경험과 결합해 의미화되었다.
문자의 발전도 흥미롭다. 갑골문에서는 그림처럼 구체적 도상을 사용했고, 금문과 소전을 거치며 도상과 의미가 점차 추상화됐다. 해서에 이르러 현대 한자로 정착하면서도 초기 의미와 상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지역별로 색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한국과 일본은 동이족 전통의 색상과 상징을 비교적 그대로 유지했지만, 중국에서는 문화적, 지역적 차이에 따라 일부 색상을 선택하거나 방식이 달라졌다.
□ 결론 : 무지개, 자연과 인간의 기록
무지개의 색은 단순한 스펙트럼이 아니었다. 고대 동이족에게는 인간, 자연, 신화가 결합된 문화적 상징이었다. 그 의미는 문자 속에 새겨졌고, 시대를 거치며 한자로 정착했다. 오늘날 우리가 무지개를 볼 때 느끼는 경이로움 속에는, 수천 년 전 사람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느끼고 기록한 경험이 겹겹이 쌓여 있다.
R.O.Y.G.B.I.V.라는 영어 축약법은 현대인의 기억 장치일 뿐, 동이족은 용, 풀, 물, 명주실, 신화적 존재를 통해 색을 이해했고, 문자로 남겼다. 한 글자, 한 색 속에는 자연 관찰, 인간 생활, 신화, 사회적 의미가 결합되어 있다. 무지개를 바라볼 때, 우리는 그 긴 시간과 문화의 흐름을 함께 보는 셈이다.

▣ 육우균
◇ 교육연합신문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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