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4-24(금)
 
[교육연합신문=전재학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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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Gresham’s law)”는 말은 경제학 법칙으로 가치가 낮은 화폐가 시장에 넘쳐날 때, 가치 있는 화폐는 점점 사라진다는 원리다. 이는 오늘의 한국 교육 현실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진실 되고 성실한 노력이 힘을 잃고, 전략과 정보, 자본이 우선시되는 구조가 그것이다. 우리는 지금, 이 법칙이 교육이라는 공공영역에서조차 부정할 수 현실이 되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입시 제도다. 본래 ‘수시’는 학생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발굴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는 점점 변질됐다. ‘비교과 활동’을 수치화하고, 대입 자기소개서를 컨설팅 업체에서 ‘기획’하며, ‘진로 설계‘조차 사교육에 맡기는 현실은 결국 자본력과 정보력이 학생의 성실함을 앞서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런 구조 속에서 교실은 점점 더 왜소해졌다. 아이들은 교사의 수업보다 사교육 강사의 강의를 더 신뢰하고, 교사는 학생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리기보다 실적과 성적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정직하게 내신을 준비한 학생이 외부 스펙으로 무장한 학생에게 밀리는 것을 반복해서 목격하면, 아이들 스스로도 교육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우리 교육의 민낯이다. 
 
공교육이 무너졌다는 말은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그것은 신뢰의 붕괴, 공동체 가치의 해체, 교육 정의의 상실을 의미한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너질 때, 아이들이 배움을 삶과 분리시키고, 경쟁만이 살아남는 방식임을 조기 학습하게 된다. 이제는 더 늦기 전에 돌이켜 보아야 할 때다. 교육이 본래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도록, 구조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이 강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일찍이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야기한 제도(시스템)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몇 가지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해 본다. 
 
첫째, 수시 제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 이미 진행 중인 자기소개서 폐지, 외부 인증서⋅대회 실적의 제한 등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학교 안에서 정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한 활동과 성장을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시 비율을 높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양산할 뿐이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대학에 갈 수 있도록 구조적 신뢰를 완전하게 회복해야 한다. 
 
둘째, 공교육 내 입시 정보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 진로진학지원센터나 대입지원단 제도를 확대해, 누구나 자신의 학교 안에서 공정하고 질 높은 입시 지도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유일한 길은 공적으로 책임지는 진로 설계 시스템이다. 다행히 각시도 교육청마다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해 지원단을 크게 확대해 나가는 것은 다행이라 할 것이다. 
 
셋째, 교사의 교육권과 평가권 회복이 병행되어야 한다. 교사는 이제 ‘관리자’나 ‘행정인력’이 아니라. 학생의 가능성과 성장을 이끄는 전문직으로 명실공이 자리매김해야 한다. 학교가 다시 ‘교육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에게 신뢰와 자율성을 완전 돌려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예비 나아가 현직교사들의 교육과 평가 역량을 고도로 강화시키는 전문성 함양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넷째, 성과 중심에서 성장 중심으로 평가 전환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 점수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학습 과정과 참여, 변화의 흔적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하는 평가가 보다 강조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정답보다 ‘과정의 힘’을 믿는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다. 
 
교육이 무너질 때, 사회의 공정도 함께 흔들린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과연 지금의 교육이 아이들에게 ‘정직하게 노력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거나 ‘심은 대로 거둔다’는 믿음을 확실하게 주고 있는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오늘의 교육 현실을 바꾸는 것은 한순간의 개혁이 아니라, 구조와 문화, 믿음의 회복을 위한 연대의 여정이어야 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그 길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사회의 정의가, 교육에 달려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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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仁谷) 전재학

◇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 前인천산곡남중학교 교장

◇ 前제물포고·인천세원고 교감

◇ [수능교과서 영어영역], [노스트라다무스]공동저자

◇ [월간교육평론], [교육과사색] 전문위원 및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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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교육칼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우리 교육 현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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