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의 클래식 스토리] 내면에 충실한 음악, 그리고...
"루빈스타인의 많은 레퍼토리 중에서도 쇼팽의 녹턴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교육연합신문=전미경 칼럼]

2025년 4월 현재, 세상은 참으로 혼란스럽고 거짓과 교만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긍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 같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불황이며, 지구 온난화로 야기된 기후 변화가 많은 나라의 사람들을 위기 상황에 부딪히게 만들고 있으며, 인간의 탐욕으로 지구가 병들고 있음을 이젠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돌리기엔 너무 멀리 와있고 늦은 것이 아닌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세상은 엄청난 속도로 모든 것이 편리해지고 발전하기도 했지만, 또 그로 인한 많은 부작용과 문제점 또한 인간들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컴퓨터가 발달하고 AI가 많은 부분에 답을 주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에 완벽한 정답은 없으며 여전히 인간 스스로 해답을 찾아야만 하는 문제들이 훨씬 많다. 문화 예술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고 볼 수 있다. AI가 몇 초만에 그림도 뚝딱 그려내고 새로운 곡도 완성해 만들어 주지만, 그 안에 우리가 감동받을 수 있는 영혼은 아직 없다. 기술적으론 첨단이지만, 혼이 없는 예술을 예술이라 말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앞으로 인간이 고민해야 할 또 다른 질문 중에 하나다.
예술에 대한 고민은 과거에도, 또 지금도 없어질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고상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들이 그런 고민을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예술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의 문제는 아마도 모든 시대, 모든 예술가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였을 것이다. 세상이 지금처럼 첨단 과학화 되고 화려해지면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예전보다 더 많이 화려하게 연주하고, 현란한 기교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화려함 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더 멋있어 보이고 심금을 울리게 만들기도 한다. 음악 연주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는 뭔가 화려하고 거창한 것이 더 멋져 보이다가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본이 중요하다는 걸 점차 깨달아 알아가서 더 그런 걸까?
클래식 음악 연주자 중에서도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고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한 것으로 유명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얘기하지 않을 수가 없겠다. 그의 연주 스타일은 기술적 완벽함을 추구하면서도 음악의 본질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쇼팽 음악에서 인위적인 과장 없이 곡의 낭만적인 정신을 전달하려고 애쓴 연주자이다. 그는 무대에서의 태도와 연주에서도 꾸밈없이 진솔함을 보여 주었고, 청중과의 소통을 중요시했다고 한다. 마치 응접실에서 손님을 맞이하듯 편안하고 온화한 태도로 연주했다고 하는데, 이런 모습은 현대 피아니스트들이 무대에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객과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영감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기술적 완벽함을 넘어 감정을 전달하는 연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이는 현재 음악가들이 단순히 악보를 따라 연주하는 것을 넘어, 곡의 내면적 의미를 강조하고 관객과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루빈스타인은 ‘전문가’라는 말을 싫어했다고 하는데, 보통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연주가 어느 부분을 빠르게 연주하는지, 또 어느 부분을 틀리게 연주했는지 그런 기술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여서이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청중과 교감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 진정한 음악가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89세라는 굉장히 늦은 나이까지 연주 활동을 하고 은퇴했는데, 은퇴한 이유도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서가 아니고 단지 시력이 안 좋아져서 악보 보기가 불편해졌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는 매번 연주 때마다 굵직하고 깊은 음색을 보여줬는데 그의 많은 레퍼토리 중에서도 쇼팽의 녹턴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그의 음악과 함께 나의 음악도, 또 음악을 듣는 모든 사람들의 내면의 충만함도 기대해 본다.
▣ 첼리스트 전미경
◇ 가천대 관현악과 졸업(첼로전공)
◇ 서울 로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부수석 역임
◇ 금천 교향악단 부수석 역임
◇ 의왕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단원
◇ 강동 챔버 오케스트라 단원
◇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첼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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