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교육연합신문=문석주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사우드 알 파이잘 외무부 장관에게 소개된 유물은 오리모양토기(鴨形土器)다.

 

오리모양토기는 오리모양을 닮은 일종의 상형토기로, 장례와 같은 의례에서 술이나 물을 담아 따르는 데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넓은 의미에서 새모양토기(鳥形土器)라고 불린다. 상형토기는 주로 인물이나 특정한 물건을 본떠 만든 토기를 말한다.

 

토기의 내부는 그릇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속이 비어있다. 외부는 뿔잔이나 주출구(注出口) 등이 붙어있어 잔이나 주전자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이런 형태적인 특수성으로 일상생활에서 사용됐기보다는 의례를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토기는 아마 망자의 안식과 영혼의 승천과 같이 사후세계에 대한 상징적 기원을 표현한 것으로, 주로 장례와 같은 의례에서 술이나 물을 담아 따르는 데 사용된 후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오리 닭의 조합… 신비한 형상
오리모양토기는 삼한시대인 3세기 후반부터 낙동강 유역에서 와질토기(瓦質土器)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점차 도질토기(陶質土器)로 변화돼 5세기경까지 낙동강 동안지역에서 주로 발전했다.


와질토기로 제작된 오리모양토기로는 울산 중산리, 경산 임당동, 경주 사라리, 울산 하대, 부산 복천동, 김해 대성동 출토품이 있다.


도질토기로 제작된 오리모양토기로는 신라문화의 영향권인 달성, 안동, 창녕 등 낙동강 동안지역에서 주로 출토됐다. 신라와 가야의 문화권 내에서는 오리모양뿐만 아니라 말, 소, 거북 등 여러 동물형상의 상형토기가 출토됐다. 이는 오리와 같은 새모양토기에서 시작해 점차 세밀하게 표현된 여러 종류의 상형토기가 다양하게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울산 중산리유적 ID-15호 무덤에서는 와질토기로 제작된 오리모양토기 1쌍이 출토됐다. 넙적한 부리의 오리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머리 부분에는 실제 오리에 없는 닭의 볏과 같은 장식이 점토판으로 만들어져 부착됐고 눈도 과장되게 표현됐다.


속이 비어있는 몸통과 등 위에 원통형 주입구, 꼬리 끝에는 주출구를 만들어 액체를 담고 따르는 주전자의 기능에 충실한 형태를 띠고 있다. 다리부분은 오리의 다리 모습이 아닌 의례용 토기에 부착되는 굽다리가 부착됐다.


토기의 한 점은 굽다리에 삼각형 투창이 뚫려 있으며, 다른 한 점은 투창이 없다. 이 한 쌍의 오리모양토기는 전체 기형을 성형한 후 토기의 표면을 정리하기 위해 날카로운 작은 도구로 깎아내면서 마연하는 방법으로 정성스럽게 제작됐다. 특히 목과 꼬리 끝부분은 꼼꼼하게 마연해 마치 새의 깃털처럼 보일정도로 세밀하게 정리됐다.


유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는 오리의 모습이지만 오리와 닭이 조합된 듯한 신비한 새의 형상으로 표현됐다. 높은 굽다리 위에 놓여진 안정감 있는 새의 모습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이감을 갖게 한다.

 

망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 

오리와 같은 새모양토기는 고대 특수한 용도로 제작된 여러 모양의 상형토기 중에서 가장 많은 수량을 차지한다. 이는 새의 형상이 당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특정한 상징성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고대인들은 새가 죽은 이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거나 봄에 곡식의 씨앗을 가져다준다는 조령신앙을 믿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청동기시대부터 새를 형상화한 유물이 발견되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농경문청동기'다. 이것은 사람이 농사를 짓는 모습과 더불어 나뭇가지 위에 새가 앉아 있는 모습이 묘사돼 있다.


새의 그림은 '삼국지위서동이전(三國志魏書東夷傳)'에 등장하는 삼한시대 소도와의 관계를 보여준다. 또 농경의례를 행하는 신성한 영역인 소도 안에 세워졌던 솟대의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새는 예로부터 곡식을 물어다주며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오고 하늘의 신과 땅의 주술자를 연결시켜주는 매개자로 인식됐다.


'삼국지위서동이전' 변진조(弁辰條)에는 "장례에 큰 새의 깃털을 사용하는데, 이는 죽은 자가 날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以大鳥羽送死, 其意欲使死者飛揚)"라는 기록이 있다.


실제 삼한시대의 창원 다호리 유적 무덤 안에서는 새의 깃털을 꽂을 수 있도록 만든 칠기부채가 출토됐다. 이어 최근 경주 탑동 및 여러 유적에서도 동일한 형태의 부채가 출토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서는 오리모양토기와 새를 형상화한 토기들이 무덤에서 출토한 예가 많다. 이것은 죽은 자의 영혼을 천상으로 인도하기 위해 새의 깃털과 오리모양토기를 만들어 매납했던 변진한 사람들의 새와 관련된 장례의식을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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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 국립중앙박물관 명품 유물 2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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