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관련 성명 발표
"소년사법을 둘러싼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이 우선돼야"
[교육연합신문=백성언 기자]
최근 촉법소년 상한연령(형사책임연령)을 현행 만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방안을 둘러싼 공론화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3월 31일 성명을 통해 “연령 하향 정책 도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소년범죄 증가와 저연령화, 흉포화 등의 주장이 실제 통계와 부합하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일부 지표만으로 ‘소년범죄 급증’으로 일반화하는 것은 현실을 과장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0여 년간 소년범죄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거나 정체 추세를 보였으며, 범죄의 주된 연령대 역시 여전히 16~18세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13세 저연령 범죄는 장기적으로 감소 또는 정체 흐름을 보이고 있고, 소년범죄의 대부분은 절도 등 비교적 경미한 유형이 차지하고 있다.
인권위는 “일부 기간 특정 연령대에서 증가한 사례를 전체 구조적 변화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인구 구조, 신고·적발 관행, 범죄 유형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범죄 예방 효과로 이어진다는 근거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에서도 형사책임 연령을 낮춘 이후 재범 증가와 교육 단절 등 부작용이 나타나 다시 연령을 상향 조정한 경우가 확인된 바 있다.
인권위는 “아동을 조기에 형사사법 체계에 편입시키는 것은 낙인 효과와 사회적 배제를 초래해 오히려 재범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촉법소년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행 제도에서도 보호관찰, 감호위탁, 소년원 송치 등 실질적인 제재가 이뤄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최대 2년까지 소년원 수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인권위는 무엇보다 소년범죄의 근본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빈곤과 불평등, 가정 해체, 방임과 학대, 교육 및 지역사회 안전망의 부족, 정신건강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년범죄 대응의 핵심은 처벌 강화가 아니라 돌봄·교육·복지·정신건강 지원 등 예방 중심의 사회 시스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국제 기준 역시 같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미 높은 연령을 채택한 국가가 이를 낮추지 말 것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인권위는 “연령 하향은 국제 인권 기준과 소년법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아동의 회복과 재사회화를 중심으로 한 소년사법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인권위는 “아동은 처벌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받고 성장할 권리를 가진 존재”라며, “이번 공론화가 단순한 처벌 강화 논의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교육·돌봄·복지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령 하향이 아닌 소년사법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