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합신문=황오규 기자]

우리 사회는 늘 ‘무엇을 얼마나 했는가’를 묻는다. 성과와 숫자는 판단의 기준이 되고, 말과 약속은 종종 행동보다 앞선다. 그러나 어떤 숫자는 결과가 아니라 사람의 태도와 삶의 방향을 말해준다. 136. 이 숫자는 단순한 횟수가 아니다. 설명보다 깊고, 말보다 분명한 메시지다.
차성민 의원이 또 한 번 헌혈의자에 앉았다. 지난 1월 21일 오전 9시 30분, 전혈 400cc. 혈액 비중 13.6, 소요 시간 4분 10초. 짧은 시간 안에 끝난 헌혈이었지만, 그 몇 분의 시간 안에는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온 선택과 결심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헌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몸 상태가 따라주지 않는 날도 있고, 일정이 겹치는 날도 있으며, 마음이 느슨해질 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그는 가능한 날이면 헌혈을 선택해 왔다. 특별한 각오를 다지기보다, 해야 할 일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왔다. 그래서 그의 헌혈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고,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이다.
그는 헌혈을 마친 뒤 담담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빵도 주고, 음료도 주니 좋네요. 쪼매 건강한 것 같기도 하고요.” 이 소박한 말 속에는 헌혈을 영웅적인 행동으로 포장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담겨 있다. 누군가의 박수를 기대하기보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바로 그 점에서 그의 헌혈은 더 깊은 울림을 갖는다.
차 의원의 헌혈에는 구의원다운 열정과 따뜻한 온정이 함께 스며 있다. 그 시간만큼은 직함도, 정치적 역할도 내려놓는다. 오직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또 다른 한 사람을 떠올린다. 혈액이 전달될 누군가의 오늘과 내일을 생각하며 팔을 내미는 이 행위는, 제도보다 앞서는 인간적인 연대이며 공동체를 향한 가장 직접적인 배려다.
정치는 종종 말의 영역으로 오해받는다. 그러나 지역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의 신뢰는 결국 삶의 태도와 반복된 선택에서 쌓인다. 주민의 삶을 이야기하는 손이, 동시에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수십 년간 이어왔다는 사실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정책 이전의 이야기이며, 정치 이전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아름다운 열정은 요란하지 않다. 앞세우지 않고, 설명을 강요하지 않으며, 묵묵히 이어진다. 차성민 의원의 136번째 헌혈은 하나의 기록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조용한 메시지다. 이 사회는 아직 서로를 살피는 마음으로 버텨가고 있으며, 그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말없이, 그러나 분명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