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제의 목요칼럼]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
"세상을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드는 사람들은... 위험을 감수하고도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교육연합신문=김홍제 칼럼]
모처럼 아내와 영화를 보았다. 천만 관객이 가까워지던 ‘왕과 사는 남자’였다. 지금은 천만 관객을 훌쩍 넘었다. 강원도 영월의 청령포는 관광객이 5배로 늘었다고 한다. 줄거리는 모두 아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고 싶었다. 엄흥도가 줄을 당길 때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었다. ‘모두가 결말을 아는 내용과 큰 반전이 없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인기가 있을까’하는 의아함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왜 어떤 사람은 권력 앞에서도 양심을 지킬까? 엄흥도의 선택은 단순히 왕에게 충성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교육에서 강조하는 도덕적 용기도 인간 존중의 마음에서 나온다. 우리는 직장, 사회적 지위, 직함 같은 여러 ‘왕관’을 쓰고 살아간다. 하지만 결국 그것을 벗고 나면 남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이다.
2월 28일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폭격으로 수많은 초등학생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크나큰 충격을 주었다. 얼마나 많은 피를 뿌려야 전쟁이 멈출까?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 충돌이 격화되면서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양쪽 지도자 모두가 정의를 말하는 것이다.
살상과 파괴를 서로의 전쟁 성과로 홍보하는 뉴스를 보면서 정의와 힘에 대하여 생각한다. 갈등과 정치적 계산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정치 지도자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었다. 도시가 파괴되고 가족이 흩어지며 어린 학생들까지 전쟁의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국가의 힘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주식이 곤두박질하고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은 국제 뉴스의 한 장면으로 스쳐 지나가기 쉽다. 이 전쟁을 교육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이 사건은 단순한 외교 현안이 아니라 문명을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세계를 어떻게 읽도록 가르치고 있는가.
영화와 전쟁 이야기가 전혀 다른 시대와 상황을 다루면서도 비슷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영화에서 권력을 잃은 왕은 인간적인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다. 전쟁의 역사에서는 권력 경쟁이 얼마나 많은 시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두 사례 모두 권력 그 자체보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역사는 우리에게 같은 교훈을 준다. 권력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인간의 삶보다 더 중요한 권력은 없다는 것이다. 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왕과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세상을 조금 더 인간답게 만드는 사람들은 이름이 크게 기록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위험을 감수하고도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학생들이 왕의 이름이나 전쟁의 연도를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지는 것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사람인가?’
▣ 김홍제
◇ 충청남도교육청진로융합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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